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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지역 교사 201명을 대표한 교사들이 안동 조흥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송대헌
그동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어려운 국면마다 교사들이 나서면 그 운동은 크게 확산되었다. 86년 교육민주화선언, 87년 6월 항쟁에서의 교사선언처럼 역사의 구비구비마다 교사들의 선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북 북부지역의 교사들이 3월 15일 오후 6시 안동조흥은행 앞 광장에서 최근 탄핵정국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했다. 좀처럼 공개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는 교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후 파장이 주목된다. 특히 이번 서명에는 전교조 교사 뿐 아니라 비조합원 교사들도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아 이후 교사들의 참여가 늘어날 전망이다.

"특정 정당지지 아니다"

1차로 경북지역 교사 201명이 서명한 이번 교사선언에서 대표로 나선 김주철 교사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발언을 통해서 이번 선언의 성격을 밝혔다.

"우리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교사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하는 교사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 바람을 이루기 위하여 최소한의 수준에서 동의하는 선생님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과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호소가 받아들여져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라고 소박한 바람을 말했다.

"국회는 탄핵 자격 없다"

교사들은 선언문에 사회교과서에서 가르치고 있는 문구를 제시하면서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그 도덕성과 능력에서 국민적 파산선고를 받은 국회의원들이, 권력의 마감일을 앞두고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의회 쿠테타'를 감행"한 것으로 이번 탄핵을 규정했다.

아울러 "국민의 저항은 당연한 것이며 민주주의를 지킬 국민적 책무의 발로"라고 촛불 시위에 동감의 뜻을 표했다.

"교사들에게 책임 있다"

한편 교사들은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된 것에 대한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표시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 그동안 학교는 개개인의 입신양명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입시경쟁교육에 몰두하고 국가와 민족보다는 나 개인과 가족의 편안함을 목표로 살도록 가르쳤으며 '올바른 아이'보다 '똑똑한 아이'를 칭찬했기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또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가 이루어진 것 역시 "한국 교육이 역사와 민족을 가르치지 않았던 탓"이며 " 민주주의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하여 가르치지 않은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이번 기회가 개혁과 진보의 계기가 될 것

교사들은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그동안 반개혁세력에 의하여 막혀있던 정치와 사회의 개혁과 진보가 국민들의 참여 속에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교사들은 “민주공화국의 부활을 위하여 국민과 함께 할 것”이며, 무관심에서 적극적인 참여로, 냉소에서 희망으로, 무기력한 소시민에서 앞장서는 민주시민으로 국민과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 중학교 3학년 교과서의 내용.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이 독재를 낳는다고 적혀있다.
ⓒ 송대헌
헌재의 조기 결정과 국회 해산, 선거참여 촉구

교사들은 요구사항을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했다.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지금, 비정상적인 상황의 조기 종식을 요구"하면서 헌법재판소는 총선일정과 연계하는 등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매우 신속한 결정을 통하여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이미 국민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으며, 국민의 뜻을 거슬러 당리당략에 의해 대한민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16대 국회는 즉각 해산"할 것을 요구하고 마지막으로 "모든 민주시민들은 이번 4.15 총선거에서 국민을 배반한 정치인, 부패한 정치인들을 모두 심판하도록 하자"고 호소했다.

아울러 교사들은 이후 "한국교육을 이기적 경쟁교육에서 더불어 사는 가치관 교육으로" 바꾸고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일"을 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한편 서명교사를 대표한 김주철 교사는 "이번 서명은 오늘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명지를 배포하고 모은 것"으로 "짧은 시간에 비해서 많은 교사들이 폭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후 다음에 카페(http://cafe.daum.net/minjuteacher)를 개설해서 오늘 참여하지 못한 교사들을 참여시키겠다"고 소개했다.

교사들의 시국선언은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 선언에는 초중고 교사 모두 201명이 참여했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이다.

교사 201 선언

정의와 진리를 가르쳐야 할 우리는 침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교사들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진리와 정의를 가르칩니다. 역사가 왜곡되고, 사회에 불의가 판을 칠 때는 마땅히 발언하는 것이 지식인으로서 가져야 할 책무라고 가르쳤습니다. 또 권력이 국민의 권리를 빼앗아갈 때에는 분연히 일어나 맞서야 하는 것이 민주시민의 의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이에 학생들 앞에 당당히 서고 싶은 교사로서 발언합니다.

사회교과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치 권력은 그 근본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일부를 양도받아 형성된 것"이며, "민주적인 정치 과정에서 사회현상이나 정치적 문제 등에 대한 다수 국민의 공통된 의견, 즉 여론을 중시한다. 왜냐하면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이미 그 도덕성과 능력에서 국민적 파산선고를 받은 국회의원들이, 권력의 마감일을 앞두고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의회 쿠테타'를 감행했습니다.

3월 12일 국민은 울었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울었습니다. 그 슬픔은 이제 분노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분노는 지난 87년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아야 하겠다고 나섰던 6월 시민항쟁의 그것입니다. 80년 '서울의 봄'을 맞이하여 신군부의 권력장악에 항의하는 그 분노와 같습니다. 이승만 독재에 항거한 4.19의 그것과 같습니다. 일제에 항거하여 전민족이 봉기한 3월 1일의 그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일어나는 국민의 저항은 당연한 것이며, 한편 민주주의를 지킬 국민적 책무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는 촛불 하나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되살리려는 투쟁에 나섰습니다. 그 하나 하나의 촛불이 거대한 횃불이 되고, 불의와 부패를 사르는 들불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성합니다.

그 동안 학교는 개개인의 입신양명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입시경쟁교육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국가와 민족보다는 나 개인과 가족의 편안함을 목표로 살도록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입시에 성공한 그들은 학벌과 인맥으로 부패의 성곽을 쌓았습니다. 화물차로 돈을 실어 나르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검찰을 탓합니다. ‘올바른 아이’보다 ‘똑똑한 아이’를 칭찬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지역감정에 휩쓸리는 투표가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나라 전체를 걱정하지 않고, ‘우리 지역’만을 생각합니다. 대의보다는 작은 이익을 생각합니다. 한국교육이 역사와 민족을 가르치지 않았던 탓입니다. 우리 교사들이 민주주의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가르치지 않은 때문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그런 삶을 살지 않은 때문입니다.
썩은 국회의원들이 망친 나라를 국민이 되살리고 있습니다.

사회교과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민주 정치는 시민의 민주적인 정치 참여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다.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소수의 사람들이 정치권력을 독점하여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한다. 반면에, 시민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시민들의 다양한 이익이 정치에 반영되어 국가가 발전하게 된다."

우리는 이번 ‘의회 쿠데타’가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좋은 공부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그 동안 반개혁세력에 의하여 막혀있던 정치와 사회의 개혁과 진보가 국민들의 참여 속에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교사들은 민주공화국의 부활을 위하여 국민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무관심에서 적극적인 참여로, 냉소에서 희망으로, 무기력한 소시민에서 앞장서는 민주시민으로 국민과 함께 할 것입니다. 아이들 앞에 부끄러운 교사가 되지 않겠습니다.

이에 우리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첫째,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지금, 비정상적인 상황의 조기 종식을 요구합니다. 이를 위해 헌법재판소는 총선일정과 연계하는 등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 매우 신속한 결정을 통하여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둘째, 이미 국민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으며, 국민의 뜻을 거슬러 당리당략에 의해 대한민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16대 국회는 즉각 해산하는 것이 옳습니다.

셋째, 모든 민주시민들은 이번 4.15 총선거에서 국민을 배반한 정치인, 부패한 정치인들을 모두 심판하도록 우리와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은 한국교육을 이기적 경쟁교육에서 더불어 사는 가치관 교육으로 바꾸겠습니다. 아울러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일을 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국민여러분. 여러분은 승리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교사 일동
대표 : 김주철(51·의성공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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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고, 교육청에서 '어공'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지금은 농사지으면서 유보통합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함을 물어보면 '참교육학부모회 자문위원'이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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