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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편의 영화가 우리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한국영화계에 다시 기록을 갱신하는 엄청난 관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좋은 영화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무언가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힘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겐 이제 잊혀져버린 한국 내전과 실미도가 왜 이제에 와서 우리들에게 이토록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다. 엄청난 물량을 동원한 거대한 프로젝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역량을 총동원한 홍보전, 그리고 금기시 되어왔던 소재를 다루는 영화를 만나는 것에 대한 신선함이란 충격….

그러나 정작 연속되어 상영되면서 계속적으로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우리에게 진정 호소하는 것, 그리고 관객들이 진정으로 느끼는 것은 영화 자체에서 그려내는 것보다 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들 영화가 우리의 가슴 깊은 곳에 주는 아픔은 단지 극한의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겪는 삶의 처절함이나, 전쟁 속에서 헤어져야 하고 가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어야만 하는 애절한 상황만이 아니다.

바로 '실미도'란 눈물겨운 실제 상황을 만들어야 내야만 했던 남북의 분단 상황과, 그 분단된 상황이 고착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태극기 휘날리며'가 우리에게 주는 아픔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가는 힘이다.

그러나 한국 내전을 경험한 노년이나 그들에게서 아픔을 전해 받은 자녀들인 중년뿐만 아니라 젊은이들까지도, 그들이 사는 삶과 다소 생소한 소재로 끌어들이는 힘은 그 고통이 현재에도 한반도에 실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리고 있는 내용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황과, 그 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어야만 했던 삶의 질곡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바로 아직도 계속되는 남과 북의 대치상황에서 다시금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핵문제와,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우리의 젊은이를 보내야만 하는 우리의 시대적 상황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의 시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영화를 제작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의도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관객들이 그 영화에 수없이 몰려가서 눈물을 흘리며 느끼는 감동의 원인은 바로 그런 것들일 것이다. 영화는 단지 관객들의 아픈 가슴에 눈물보따리를 터뜨려 주는 최루제의 역할을 할 뿐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시대적 상황과 동떨어진 소재가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적은 없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단지 한두 사람의 감성이 예민한 사람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 시대가 안고있는 문제를 그려낸 것일 것이다. 그렇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힘은 지나간 이야기이기에 ‘이제는 비로소 이야기 할 수 있는’ 해금된 소재의 신선함이 아니다.

그 힘의 원천은 지금도 우리에게 끈끈하게 작용하고 있는, 참으로 끈질기게도 길고 고통스러운 아픔이다. 그리고 그 아픔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끈질기고 모진 그 아픔은 바로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들의 손으로 하나씩 풀어가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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