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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촛불을 보면 눈물이 탄다
끌려간 할아버지 기다리다 부뚜막에 켜 놓으신
할머니의 두 손이 탄다
새벽 별 같은 깍두기에 찬밥 말아 먹고
대문 나서던 아버지의 헤진 구두 밑창이 탄다
사람의 집들을 방석처럼 깔고 앉아 있는 남산
백열전구가 머리 채 잡아당기던
컴컴한 지하실, 그 어둠이 타고 있다
다시 찾아온 새벽녘에도 무엇이 불안했던 것일까
불 끄지 못하는 여의도의 헛기름 낀
너희들은 모른다
어찌하여 어둠을 사르는 것이 눈물인지
봄꽃의 질긴 뿌리를 닮은 내 할머니의 손과
내 아버지의 낙타 혹 같은 발바닥이
어둠 속으로 자꾸 몸 던지려 했는지
네 몸을 찢어 불을 붙인다 해도
너희들은 알 수 가 없다
촛불은 언제나 없는 자의 손에서만 빛을 발하니까
항상 어두운 곳에서만 눈물을 태우니까
억지로 들이부은 고추가룻물
내 목구멍으로 넘겨야하는 날 다시 온다 해도
어둠이 동구 밖으로 물러 날 때까지
나는 촛불을 놓을 수 없다

이 눈물 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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