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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는 등산을 좋아했다.정국이 풀리지 않으면 산에 오르면서 구상을 가다듬었다. 그가 산에 오르면 산길이 막힐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뒤를따랐다. 민주산악회 회원들도 YS의 뒤를 따라 줄을 이었다.

요즘 그는 산행대신 아침 배트민턴을 즐기고 있다. YS의 집 근처에 자리잡은 배트민턴 코트는 예전에는 매우 허술한 곳으로 코트가 두 개 밖에 없었고 한쪽 구석에 드럼통 난로가 있어 겨울에 통나무로 불을 지펴 손을 녹일 수 있는 곳이었다.

눈비가 오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질퍽거리기도하여 언제나 의경들이 순회하며 모래를 뿌리기도 하고 땅바닥에 천막을 덮어 바닥보호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곳이 지금은 최신식 코트장으로 단장을 했다. 이곳에서 그는 배트민턴을 한다. 동네 사람들도 함께 그와 배트민턴을 즐긴다.

언젠가 우연히 YS와 배트민턴을 친 적이 있다. 그가 배트민턴을 하는 모습을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거의 부동자세로 채를 휘두른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베테랑급 실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베테랑인 그도 실수하여 공을 떨어뜨릴 때가 있다. 그러나 그가 떨어진 공을 잡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바로 곁에 있는 경호원이 공을 주워 상대방에게 서브를 하면 다시 경기가 시작되고 부동자세의 전직 대통령은 권위를 잃지 않고 채를 휘두른다.

그러니 YS와 함께 치는 상대방은 온 신경을 기울여 YS의 정면에 가깝게 공을 쳐주어야 한다. 절로 이마에 구슬땀이 흐른다. YS는 대단히 만족한 웃음을 띄우며 한마디 한다.
'배드민턴 이거 참 운동이 많이 되능기야.'

최병렬씨가 단식투쟁을 한 적이 있다. 피골이 상접한 최병렬씨에게 위로하러 온 YS는 제왕처럼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 땅바닥의 최병렬씨를 내려보며 말을 했다.
"단식을 하면 학실한 것은…죽는다는 것이다"

인구에 회자되는 이 말이 잊혀져갈 무렵인 엊그제 그 YS가 이번 탄핵정국을 보고 권위있게 또 한마디 했다 "사필기(귀)정이다"

유시민씨가 나온 SBS대토론 '이것이 여론이다'에 전여옥씨가 함께 나왔다. 그런 자리에 그녀가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인사인지 언뜻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조선일보>에 몇 번 실은 칼럼경력을 SBS에서 섭외사항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전여옥씨가 그 토론에서 서두부터 한 말은 이러했다.

"어제 한 가장이 충격과 사회적인 모멸감을 참지 못하고 한강에 투신자살을 했습니다."

그녀의 생각으로는 한 가장이 한강에 투신한 것은 결과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토론 본질과의 연관관계를 떠나 그녀의 의식을 알 수 있는 한 부분이다. 그녀는 투신한 분이 시골의 순진한 대통령의 형에게 뇌물을 주며 일신의 이익을 도모했다는 본질적 사안보다 대통령이 그 사실을 밝힌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일본은 없다>라는 책을 쓴 사람이다. 그 책의 내용이 읽는 사람의,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말초적 감정의 단선을 건드리는데 치중한, 그래서 읽은 것을 후회하게 되는 책이라는 것과, 거기에서 그녀의 단세포적인 사고 또한 알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식자층에서는 알려져 있는 바다.

그녀는 2년 6개월 간 일본 생활 중에서 <조선일보> 기자가 훌륭하다는데 감탄했고 그러한 피상적인 감각으로 일본의 뒷골목을 헤치고 다녔지만 정작 일본의 폐부 깊숙히는 파악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현재도 치밀한 계산으로 멀리 내다보며 차근차근 숨을 고르며 한걸음씩 우익의 날개를 펴고 비상할 시기를 노리는 일본제국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본디 단세포적 감각을 가진 사람의 감정으로는 피상적인데 대해 흥분을 하고 그것이 전부인양 호들갑을 떨며 사태를 호도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잘라내면 완치 될 수 있는 썩은 종기를 '불치병'이라 주장하는가 하면 종기를 도려내기 위해 마취를 하려고 하면 '사람 힘들게 한다'고 의료방해를 한다.

현 시국을 빗대서 말하자면 도도한 사회개혁의 물결로 줄곧 고여와 있던 썩은 물줄기를 없애고자 하는데 정수해 먹을수 있다고 썩은 물통을 붙잡고 부르짖는 격이다.

YS는 '노 대통령에게 잘하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전여옥은 '미숙한 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거두 절미하고 말하자면 둘 다 그런 말할 자격이 없다. 제왕적 권위주의를 가진 YS나 피상적 흑백논리 신봉주의자인 전여옥씨나 노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모르고 있긴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이 경솔하다고들 하는데 권위주의에 젖어 있던 사람들로서는 그렇게 보일 것이다. 변호사 활동과 수많은 노동쟁의와 민주화 투쟁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노 대통령은 자신의 툭툭 던지는 한마디가 이 사회의 탈권위를 위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즉흥적으로 나온 말 또한 그가 살아온 정도(正道)에서 우러나온 표현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990년 3당 합당 당시 노 대통령은 YS를 따르지 않고 꼬마민주당을 만들었다. 그 당시 부산상고 운동장(현 부산롯데호텔 자리)에서 그는 모여든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YS가 저더러 함께 가자고 했지만 저는 '비빔밥은 좋아하지만 그런 비빔밥은 싫습니다'라고 하면서 거절했습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스타일은 애당초부터 그러하다. 정도를 걷는 사람에게 자꾸 시비를 걸고 협박을 하면 보는 사람이 걱정도 들지만 짜증이 난다. 하물며 시비걸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자꾸 나와서 그러면 '국민이 정말 힘들어진다'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서 좀더 성숙해진 뒤 세상에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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