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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었다. 그러나 인간의 실수로 세계는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고 만다. 노한 신들은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에 묶고 독수리로 하여금 그의 간을 파먹도록 했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독수리가 파먹을 때마다 새로 돋아나 그는 끝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이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획득하는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인간배아복제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황 교수팀의 실험 성공이 기술적 측면에서는 분명한 진보지만 인간배아복제는 생명윤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논쟁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프로메테우스야 말로 인류최초의 장기복제 대상자가 아니었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프로메테우스가 가져다 준 불처럼 또 끝없이 재생되는 그의 간처럼 인간에게 과학기술이란 생명을 유지시키는 약인 동시에 고통과 재앙에 이르게 하는 독이기도 하다.

먼저 생명과학기술의 관점에서 인간배아복제는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특히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줄기세포 배양은 이식할 때 부작용이 거의 없는 완벽한 장기를 복제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환자의 체세포에서 떼어낸 핵을 가지고 필요한 장기를 복제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에게는 제2의 건강한 장기가 다시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러나 기술적 진보임이 분명한 이 성과도 다음과 같은 생명윤리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인간배아복제를 둘러싼 가장 중요한 윤리적 문제는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지닌 배아를 실험용으로 사용하는데 따른 문제이다. 여기에는 ‘과연 배아를 인간으로 볼 것인가’하는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만약 배아도 인간으로 인정한다면 인간배아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추출은 배아의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비윤리적 행위가 된다.

많은 종교단체와 환경단체들이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대로 배아를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지 세포 덩어리로만 본다면 배아복제는 가장 핵심적인 윤리적 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문제야 말로 인간배아복제를 둘러싼 윤리 논쟁의 핵심 이슈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배아복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발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즉 배아가 아닌 성인의 골수나 태아의 제대혈로부터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성체줄기세포 추출법이라 부르는 이러한 방법은 우수한 장기복제 기술인 동시에 인간배아 이용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피할 수 있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방법으로는 줄기세포를 다량으로 추출하기가 아직까지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논쟁에 논쟁을 거듭할 지라도 인간배아복제 문제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인간배아의 무분별한 이용과 이에 생명경시 풍조의 만연 가능성 대한 윤리적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에서 연구 성과 발표를 마치고 귀국한 황우석 교수가 ‘인간 난자를 이용한 실험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배아복제에 대한 윤리적 비판을 의식한 결과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라는 이익과 생명윤리와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배아복제는 엄격하게 제한하는 대신 앞서 말한 성체줄기세포 추출방법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배아복제는 연구목적 외 실용목적의 이용을 금지하고 성체줄기세포 활용을 통해 장기복제의 길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생명윤리법을 입법하고도 체세포 배아복제에 관한 시행령 마련에는 지지부진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도 관련 지침 수립에는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인간복제에 관한 국제 협약을 준비하고 있던 UN도 논쟁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국 논의를 1년 연기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의 진보를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인류의 지혜 모으기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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