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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정부는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유도 시한이 끝나는 오는 1월 16일부터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단속조건으로 15일까지 자진 출국하는 불법체류자는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출국을 거부하는 체류자들의 반발이 심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들 중 중국동포 3000여명이 한국국적을 원한다는 국적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출국을 거부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저항이 심화되고 있다. 9일 오후에는 경기도 안산시 외국인 거리에서 인천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조선족 출신 세 명을 붙잡아 연행하는 과정에 수갑을 채워 광경을 목격한 근로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부는 16일로 시한을 정했던 자진출국기간을 21일로 5일간 연장하기로 했지만 현 상태로는 불법체류자들이 출국하는 과정에 겪어야 하는 진통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반발이 심한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걸림돌은 출국기한 내에 체불임금을 청산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발표한 추계에 의하면 2004년 1월 현 시점에서의 체불임금이 작년보다 무려 40%나 증가한 5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했으며 설 연휴 전인 1월20일까지 체불노임 특별 단속기간으로 정했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체불임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불법체류자들의 출국시한 전까지 그동안 3D업종에 종사하면서 체불된 임금을 받을 가능성은 지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어제 발 동아일보 기사는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검찰의 중재로 중국 동포 25명이 체불임금을 받아 귀국 길에 오르게 됐다는 기사였는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박종기)는 부산 수영구 민락동 모 건설현장에서 알루미늄 거푸집 업체인 I건설 대표 김모씨(43)에 대해 중국동포 임모씨 등 25명의 체불임금 1억3500여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9일 밝혔다. 중국 동포들은 2002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했지만 I건설은 작업 하자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들은 일을 진행한 만큼 돈을 받는 계약을 맺었지만 검찰은 이 계약서가 건설사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되어있는 것을 보고 관련 판례를 검토, 김씨에게 임금을 지불하게 했다.

이와는 전혀 반대되는 기사가 한겨레신문에 지난 6일자에 실렸다. 역시 중국동포와 관련된 기사로 다음과 같다.

지난 6일 밤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6가 2평짜리 단칸방에서 재중동포 박아무개(48)씨가 흉기에 14군데를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의 시누이 이아무개(55)씨는 “올케가 일하던 식당에 이틀이나 결근했다는 식당 쪽 연락을 받고 집을 찾아가 잠긴 문을 뜯고 들어가보니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2월 한국인 박아무개(55·서울 강동구 길동)씨와 위장 결혼해 입국한 뒤 서울 서초구 방배동 ㅅ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해 왔다. 박씨의 남편(49)과 아들(22)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한국에 들어와서 비명에 간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조선족은 중국 동북지방의 요령, 길림,·흑룡강 등 3개성과 그 밖의 중국 땅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는 한족으로 혈통은 한국인이지만 국적은 중국인 주민들을 말한다. 이들은 구한말에 외세의 침노로 한국의 국권이 흔들릴 때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지고 떠난 우리의 동포들로서 해방이후 귀국하지 못하고 그대로 눌러 앉아 중국국적을 취득한, 분명한 한국 사람들이다.

한국인들이야 설 연휴가 지나더라도 체불임금이 발생하면 법에 호소하여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으나 불법체류자들은 일단 출국하고 나면 밀린 임금을 받을 길이 그만큼 멀어진다. 국내에서도 받지 못한 임금을 중국으로 돌아가 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부모의 나라 조상들의 고향인 한국에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들어와서 꿈의 실현은 고사하고 열심히 일한 댓가조차 받지 못한 채 강제 출국을 기다린다는 것은 법 이전에 한 번 더 생각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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