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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개최된 "2003년 보라매 공중 사격 대회"에서 공군 제19전투비행단 162대대의 이형만(31·공사 44기)대위가 우승을 차지하여, 영예의 '탑건'으로 선정되었다. 이 대위는 21일 19전투비행단에서 개최된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 하늘의 제왕, 탑건의 영예를 차지한 이형만 공군대위
ⓒ 박진석
이 대위는 이번 대회가 첫 출전이며 총 비행시간이 794시간으로 역대 탑건 중 최단시간 비행경력자로서 조종사의 최고영예를 차지 하게 되었다.(역대 탑건의 평균 총비행 시간은 약 900시간). 더욱이 역대 대회에 비해 적의 장사정포를 가정한 연막(煙幕)표적 운영, GPS를 통한 이륙부터 착륙까지의 전과정에 대한 실시간 평가 등 실전 평가요소가 대폭 강화되었기 때문에 우승의 의미가 한층 더 빛난다.

철저한 분석형ㆍ노력형…별명 '데이터맨'

이 대위는 동일한 F-16 항공기일지라도 장착장비와 정비기록에서의 미세한 항공역학 차이가 초정밀 사격시 커다란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 착안, 자신이 속한 비행대대의 항공기는 물론 동일 기종의 항공기에 대해 무려 8천여 건에 달하는 항공기 정비·비행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또 그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사격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동료들에게 사격대회에 알맞은 최상의 항공기를 추천해 주고, 각 항공기별 특성을 설명해주어 동료들 사이에서는 "데이터맨"으로 불려왔다.

이같은 철저한 노력의 결과, 이 대위는 역대 탑건 조종사들의 평균 비행경력보다 적은 경력에도 6km상공에서 시속 900km로 비행하며 지름 1m의 지상표적을 명중시키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여 공대공 사격과 공대지 사격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우승의 비결을 묻자 "상대적으로 비행경력이 짧아 늘 부족한 듯한 마음에 좀더 준비했을 뿐"이라며 겸손해 한 이 대위는 이번 우승으로 소속 부대인 19전투비행단에 "3년 연속 탑건 배출 부대"라는 영광을 안겨 주었다.

아버지 병구완 위해 기종 전환 미룬 '효자 보라매'

한편 이 대위가 최정예 전투기인 F-16 조종사가 되기까지는 힘든 순간도 있었다. 96년 공군사관학교 44기로 임관해 첫 기종으로 F-5를 몰던 이 대위는 비행 기량이 우수해 일찍부터 최신 전투기인 F-16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 대위의 부친은 병중에서 생사를 다투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종 전환을 하려면 방대한 양의 학습과 평가, 비행 실습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를 돌보아야 하는 이 대위로서는 기종 전환에만 시간을 쏟을 수 없었다. 결국 이 대위는 기종 전환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힘든 시기지만 효성이 깊은 이 대위는 병중의 아버지를 극진히 돌보았다.

그러나 이 대위의 부친은 이 대위가 꿈에 그리던 F-16의 조종간을 잡기 얼마 전인 지난 2000년 작고하셨다.
"F-16을 몰고 힘차게 비행하는 모습을 아버님께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지금도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올해의 탑건으로 확정되는 순간에 이 대위는 제일 먼저 아버지를 떠올렸다.

부인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둔 가장이기도 한 이 대위는 "훌륭한 선배들의 가르침과 도움이 있었기에 이 같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라며, "그동안 묵묵히 뒷바라지 해준 어머니와 아내, 함께 고생한 모든 대대원들과 기쁨을 함께 하고싶다"고 소박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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