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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이 있는 정원
연못이 있는 정원 ⓒ 방민호
우리가 어떻게 만났던가요? 당신은 꽃과 풀을 찾아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을 거닐고 있었지요. 저는 침묵의 정원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저는 함께 연못이 있는 정원으로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그곳은 우리가 만난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오전의 정원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은 쉽게 밀리면서 당신과 저에게 자기의 가슴을 열어 주었습니다.

당신과 제가 처음 발을 디딛는 것만 같았던 정원의 뜰이 생각납니다. 흰 꽃을 보내고 파란 잎사귀로 새로 단장한 목련 나무가 한 그루 말 없이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파란 목련 나무 아래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연못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다시 하나의 문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문에는 빗장이 걸려 있었습니다. 빗장을 풀자 문은 마치 마법이 풀리듯 스르르 열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느꼈던 걸까요?

마침내 연못이 있는 정원이 당신과 저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신과 저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던가요? 당신이 맑고 차분한 목소리로 꽃들의 이름을 가르쳐 줄 때 저는 처음 듣는 꽃이름에 놀랐던가요? 누각 난간에 새겨진 구름 무늬 문양을 어루만지며 이 나라의 하늘에 대해 말한 것은 당신이었던가요?

연못 속에서는 붉은 빛 물고기가 수초 사이로 천천히 유영하며 눈을 빛내고 있었지요. 저는 푸르른 창포 잎에 눈을 빼앗기고 있었지요. 창포라고 소리 내어 말할 때 그 소리가 연한 바늘처럼 당신의 손가락에 스며들지는 않았던가요?

저는 보았습니다. 그때 당신의 가슴 속에 피어나 있는 붉은 꽃을. 겹겹의 붉은 꽃잎이 당신의 진실을 감싸안고 있었지요. 만 겹의 꽃잎을 가진 당신의 붉은 꽃이 당신의 흰 셔츠 위로 어룽져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던가요? 마침내 당신은 떠나고 저는 홀로 연못가에 남았습니다. 외롭지 않았습니다. 연못가에 숨어사는 낮 그늘이 저와 함께 있어 주었으니까요. 당신이 남긴 꽃말이 저로 하여금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도록 하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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