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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대구 지하상가 상인들은 대구시청 앞에서 수개월 간 농성을 해왔다. 대구시가 상인들은 배제한 채 특정 기업에게 지하상가 개발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바뀌어도 이들은 어려운 사정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은 대구시 국정감사가 진행될 때 플래카드를 들고 대구시청 앞에서 환영 시위를 하였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는 공무원들이 국정감사 반대 시위를 하고 있었다.

지방자치가 되면 지방정부가 주민참여와 복지향상에 노력할 줄 알았던 상인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오로지 '그들'만의 참여와 '그들'만의 복지가 있을 뿐이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진행 과정을 보면 못 믿을 것은 지방정부라는 생각이 든다. 주민들이 민선 시장을 뽑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민선시장은 관선시장보다 주민의 고민을 친절하게 잘 해결해주고, 시정 운영을 투명하게 하여 주민의 신뢰를 받는 행정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민선시장과 관공서는 이러한 기대에 배신으로 응답하였다. 사고 초기에 구태의연한 '면피 행정'만 없었더라면 100여명의 시민을 구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고현장 보존 원칙만 지켰어도 유족의 설움은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 이후에도 지하철 공사와 대구시는 사고의 축소, 은폐, 국면전환에 치우친 나머지 시민을 배신하는 행동을 하였다. 이로써 대구 시민들은 대구시 행정을 믿지 않게 되었으며, 결국 중앙정부의 개입이라는 '자치 한계'를 드러내게 되었다.

대검찰청이 수사를 지휘하고 국과수가 개입을 해야 행정의 공신력을 믿게 되는 세상이 되고만 것이다. 지방정부 스로가 자신의 투명성과 공신력을 내던지는 사태가 이번 사고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만 것이다.

대구시의 요청에 따라 사건 처리의 원칙을 포기한 채 현장을 훼손한 경찰청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만일 노무현 대통령 말대로 지방정부에 경찰, 교육, 환경, 노동 행정기관을 분권할 경우 과연 대통령의 의도대로 지방자치가 잘 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지방정부장 휘하에 그런 행정 기관을 집중 배치하면 사고의 축소, 은폐, 조작이 더 손쉽게 될 것이고, 그 과정의 투명성을 밝히는 일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지금도 관공서들 간에는 '관공서 연대'가 암묵적으로 존재하여, 서로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의 경우 대구시와 경찰청(이번 사고의 경우), 대구시와 교육청(대구프로축구단 공모주 청약의 경우)이 서로 잘 협조하고 있다. 관공서 엘리트간의 확고한 연대로 인한 피해는 결국 행정을 잘 모르는 시민의 몫이 되고 만다.

이번 사고의 원인과 처리과정에 대한 해석을 여러가지 관점에서 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사고에 빠져 경직된 행정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게하고 그것도 모자라 유족들을 분노에 떨게 하는 대구시의 '무능행정'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지하철 사고가 보여준 교훈은 '이런 식의 지방자치로는 결코 지방이 혁신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시장이나 관공서에 의존하는 자치가 아닌 '시민 중심의 자치'로 이행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담론이 어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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