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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회원관리에 대해 설명중인 오마이뉴스 김경년 편집부장.
시민기자 회원관리에 대해 설명중인 오마이뉴스 김경년 편집부장. ⓒ 오용석
"시민기자의 기사를 톱이나 서브등 주요기사에 최대한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상근기자의 비중있는 기사들이 많이 실리면서, 시민기자들이 소외받는 게 하닌가 하는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하루 평균 편집부로 송고되는 기사는 170∼180건에 이른다. 이중 상근기자가 쓰는 기사는 30여 건.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새소식 중 80% 이상을 시민기자가 맡고 있는 셈이다. 톱에 실리는 7개의 기사 중 시민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보통 2-3개 정도이다.

<오마이뉴스>는 현재 30여명의 상근기자를 두고 있다. 창간당시 4명으로 시작한 것에 비하면 7∼8배가량 늘어난 숫자다. 시민기자제와 별도로 상근기자를 운영하는 것은 시의성을 다투는 사안에 대해 기동성있는 취재를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대선과 같은 사안이 떠오를 경우 상근기자들이 작성한 밀착취재나 심층분석형 기사를 주요하게 배치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편집결과일 것이다.

"시민기자나 상근기자의 기사 모두가 똑같은 편집단계를 거칩니다. 상근기자의 기사라고 해서 별도로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편집부 검토없이 올라가는 상근기자의 기사는 '한줄뉴스' 뿐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송고된 모든 기사는 편집부 기자 4명의 1차 검토를 통해 '잉걸-서브-톱'의 각 단계별로 추천을 받게 된다. 이중 '톱'과 '서브'에 추천된 기사는 부장과 편집국장이 2차 검증과정을 통해 선정한다.

상근기자의 기사든 시민기자의 기사든 '생나무'에서부터 톱까지 모두 공정한 경쟁을 치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민기자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다. 프로기자와 똑같은 출발선에 서서 시작해야 하는 '100m 달리기'는 애당초 불공정한 경기일 수밖에 없다.

결국, 편집부가 시민기자들의 기사들을 보다 많이 배치하려고 하는 이유는 시민기자단이 갖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비록 공정한 경기라 하더라도 상근기자의 기사가 지속적으로 주요면을 독식하게 될 경우 시민기자들은 기사작성에 대해 의욕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시민기자제와 직업기자제를 병행하면서 연출된 '딜레마'의 한 장면인 셈이다.

무림의 고수를 위한 지원사격

"날마다 무림의 고수를 만나는 기분입니다. '톡톡'튀는 사고와 생생한 사실감이 넘치는 기사를 보면 존경스러울 뿐입니다."

백종호 기자는 직업기자이자 편집장인 자신조차 종종 놀랄 정도로 좋은 기사를 보내주는 시민기자들이 많다고 했다. 문체가 깔끔하거나 기사가 남달리 재미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성언론사 소속 직업기자들은 정해진 출입처와 폐쇄된 기자실 그리고 편집부의 상명하달식 취재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광고수입에만 80% 이상을 의존하는 수동적 수익구조를 지닌 언론사가 돈이 될만한 '이슈'로만 기자들을 내몰면서 빚어진 취재관행의 결과다.

'무림의 고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하니리포터 백종호 편집장.
'무림의 고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하니리포터 백종호 편집장. ⓒ 오용석
시민기자들은 그로부터 자유롭다.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듯 사회변화의 틈새 여기저기에서 공유가치가 높고 진솔한 이야기를 기지 넘치는 글로 집어낼 수 있다. 백 기자가 말하는 무림의 고수란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취재문화를 누리며 상업성에 오염되지 않은 기사를 써보내는 하니리포터들이다.

"영화.문화.스포츠 같은 섹션별 오프라인(off-line) 편집모임이나 지역별 모임도 시도했었죠. 하지만 지속적으로 모임을 유지하는 데에는 모두 실패했어요. 다른 무엇보다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인터넷 언론 태동기에 200∼300명 안팎이던 시민기자들은 이제 2∼3만명에 이른다. 숫자가 100배 가까이 늘어난 만큼 시민기자층도 다양해졌다. 그 안에는 윤근혁(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씨나 남경국(하니리포터)씨와 같은 '고수' 시민기자로부터 기사 한편을 애써 올리고 '생나무만'은 아니기를 기도하는 '수련생' 시민기자도 있다. 하지만 고수들이 내공을 키워가고, 무예의 대를 이어야할 수련생들이 열심히 기량을 연마할 '훈련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터넷 한겨레>가 지닌 인적.물적 지원기반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하니리포터의 글을 편집하고 취재를 지원하는 편집진은 2명뿐이다. 편집기자 1명이 하니리포터 1500명을 상대해야 한다. 물적인 지원기반도 매한가지다. 기사 1편 당 1∼2만원 사이로 지급되던 원고료 지원제도도 지난 12월부로 폐지됐다.

인적.물적 지원기반이 허약하다는 현실은 '커뮤니티(community)' 형성과 유지에도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니리포터들의 경우도 편집장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수준이다. '커뮤니티'라는 공론의 장을 갖지 못한 수많은 하니리포터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활동을 멈추고 만다. 3000여명의 하니리포터중에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3∼400명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정은 <오마이뉴스>도 비슷하다. 기사작성과 편집과정에서의 쌍방향성은 인터넷 언론이 종이신문에 비해 갖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오마이뉴스>에 '공개편집회의' 제도가 설치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회원이 취재원 확보와 같은 구체적 지원을 요청하거나 편집부가 시민기자에게 기사작성을 의뢰하는 등 적극적 편집회의의 기능은 다소 미흡하다. 대부분이 단순히 오자나 사진 수정과 같은 소극적 의미의 편집회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시간으로 대화로 진행될 수 있는 공개회의가 온라인상에서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게릴라의 커뮤니티 형성은 시민기자 재생산과 기사의 질적향상을 이끌 중요한 장치다. 하지만 최대 시민기자 회원 수를 자랑하는 <오마이뉴스>에서도 현재 운영중인 시민기자 모임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특히 광주전남을 비롯해 6개의 지방판을 두고 있지만 지역 시민기자들의 모임이 구성되었다는 소식은 없다.

450여명이나 배출된 '기자만들기' 출신 시민기자들도 대부분 단독 게릴라로만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시민기자 모임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기사의 소재개발과 질향상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오마이뉴스>가 짊어지게 된다. 인터넷 언론매체가 시민기자들에게 그룹별 수준에 맞는 '눈높이' 지원과 커뮤니티로 연결해줄 '맞춤'지원에 나설야할 시기가 온 것이다.

나눠가져야 할 절반의 몫

백종호 기자와 김경년 기자는 '시민기자들에게 엄청난 특종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아마추어 기자로서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냉철한 판단에서 나온 말이다. 특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기자로서 지녀야할 바른 자세다. 근거없는 허위기사나 일방적으로 편향된 기사는 지양해야 한다는 '기사쓰기' 태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사의 질적 향상을 위해 시민기자들이 스스로 의식을 전화해야할 보다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인터넷 언론매체를 단순히 자신이 쓴 기사를 게재할 수 있는 도구나 수단으로만 여기는 매체에 대한 '무책임성'을 버려야 한다. 시민기자들이 기사를 책임있게 작성하는 것만큼 매체의 운영과 문제점에 좀 더 책임지는 태도를 갖는다면 기사의 질적향상 문제는 절반 이상 풀어낸 숙제가 될 것이다. 물론 그 나머지 절반은 인터넷 언론매체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시민기자 그리고 대안언론' 연재기사의 첫번째 기사이다. 기사중에 언급된 윤근혁씨와 남경국씨와의 인터뷰는 다음 기사에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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