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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11일 연두기자회견의 기조는 '강한 정부론' 이었다.

김대중대통령이 바라보는 강한 정부란 정도(正道)와 법치(法治)에 기반하여 통치하는 정부이며,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정치안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부를 말하는 것 같다. 또한 경제 살리기의 전제 조건을 강한 정부론에 기반한 정치안정에 둠으로써 2001년의 국정 방향은 강한 정부를 만드는데 초점을 기울일 것임을 이번 연두기자회견에서 간접적으로 표방하였다.

이는 현재의 정치권 상황에서 야당과의 관계에 분명한 선을 긋는 한편, 집권 후반기 권력누수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DJ의 논리구조, 정치안정 없이 경제 살리기 불가능

이번 연두기자회견에서 나타난 DJ의 논리 구조는 간단하다.
우선 DJ의 문제의식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DJ는 IMF체제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났으나,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4대 개혁의 불철저한 이행으로 인해 현재의 위기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DJ는 이와 같은 4대 개혁의 불철저한 이행의 가장 큰 원인을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에 두고 그 중에서도 한나라당의 DJ발목잡기를 가장 주요 원인으로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DJP 공조와 야당 길들이기를 통한 정치안정을 우선으로 하여, 4대 개혁을 조속히 마무리시킨다면 올 해 하반기 경기가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것이 DJ의 논리 구조이다.

김대통령이 이번 연두기자회견에서 자신은 불행하게도 지난 3년 동안 야당의 협력을 못 받은 것은 물론이고, 심한 괴로움을 당했다고 표현한 데에는 이와 같은 논리 구조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DJ의 정치적 안정의 상은 다음의 두 가지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다.

DJP 공조와 '의원 꿔주기'는 정치적 안정을 이끌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이를 과거 정권에서 야당의원 빼가기를 했던 한나라당이 비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입장과,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 수사 등과 관련한 야당의 반발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원칙적인 대처를 강조한 점에서이다.

결국 이 얘기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DJ식 정도(正道)와 법치(法治)에 기반하여 진행한다는 의사표시이며 더 나아가 더 이상 야당의 정치공세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김 대통령이 말한 '강한 정부'는 내적 세력을 강화하고 외적 세력과는 힘의 우위를 통한 원론적 관계만을 유지하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판단되어진다. 이는 결국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의 공조를 회복한 상태에서 야당과는 쉽게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 등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어진다.

김 대통령의 ‘강한 정부, 강한 정치’는 일면에서는 적을 많이 만들고 저항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 그러나 DJ는 이미 현실의 민심과 비판보다는 역사 앞에 심판 받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진 것 같다.

현재 DJ는 아마도 YS말기 YS의 통치력 상실로 인해 초래된 외환위기 상황을 머리에 떠올리는 듯하다. 이는 결국 DJ 집권 말기에 경제적 안정을 이뤄냄으로서 정권을 재창출하고 역사에 기록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3김 특유의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감이 없지 않다.

서산에 지는 해는 서쪽 하늘을 물들인다.

며칠 전 JP가 기자 간담회에서 했던 얘기 중에 하나가 "서산에 지는 해는 서쪽 하늘을 물들인다"라는 말이다.

이는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총선에서 JP를 지는 해로 평가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JP식 답변을 한 것이다.

이 어찌 JP만의 상황이겠는가?
DJ의 마지막 정치적 구상 또한 여기서 예외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DJ식 논리 구조에는 결국 독재에 항거했던 지도자의 역경과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려는 결의에 찬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DJ정권을 끝으로 지난 수 십년간 한국 정치를 주름잡았던 3김 시대는 막을 내린다. 현재야 어쨌든간에 3김이 이 나라 정치 발전에 공을 세운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다. 최초의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것도 이들의 힘이었고,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뤘던 것도 이들의 힘이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다. 지역감정을 고착화시킨 것도 이들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정치에서 족적을 남겼음은 이제 우린 인정을 하고 이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국민적 의식이 결국 이들이 서쪽 하늘을 물들이고자 하는 과욕에서 해방시켜주는 길이 아닐까 한다.

지는 해는 서쪽 하늘을 물들이지만 밤을 부른다. 이들의 과욕이 한국정치를 암흑의 긴 터널로 인도하는 것을 이제는 국민 스스로가 막아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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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일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사이트가 기존 제도권 언론에 대항하는 21세기형 새로운 언론매체의 패러다임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글은 주로 정치쪽 에세이를 중심으로 구성이 될 것입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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