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가사-돌봄유니온, 노후희망유니온, 이음나눔유니온, 전국시니어노조,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65세 이상 최저임금 제외하는 최저임금법 개악 건의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정민
그러나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에 대해서는 기간제 사용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근로계약 기간이 3개월이건, 1년이건 비정규직 계약이 계속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당연히 근속연수가 늘어나도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은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갈수록 나이가 들어 노쇠한데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고령 노동자들이 일하는 직종은 대부분 단순 반복 업무이거나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돌봄 노동, 청소와 미화 등 젊은 구직자가 피하는 분야입니다.
성실성과 사회활동에서 축적된 경험만 있다면 직무역량은 충분할 겁니다. 더욱이 이러한 직종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노동이지요. 실제 고령 노동자를 채용한 사용자들도 책임감 있게 맡은 업무를 수행하며 연륜으로 업무처리가 능숙하여 중장년 이상의 아르바이트 고용에 대해 긍정적이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이들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근속에 따른 적정한 승급과 보상이 이뤄지는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지금처럼 고령 노동자에 대해 몇 년이 되건 비정규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여기저기 몇 개월 단위로 옮겨 다니는 불안정 일자리만 양산될 것이며 이들의 일자리는 기피 일자리로 낙인찍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 노동자에 대한 일터에서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고령 노동자가 상용직으로 일하는 환경미화 경비, 가사노동 및 돌봄 요양 서비스 등의 직종에서 만 65세의 나이는 많은 나이가 아닙니다. 실제 노동 상담을 하다 보면 이들 직종에 대한 정년이 취업규칙을 통해 만 65세 이상으로 정해진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현재 65세 이상으로 새롭게 취업한 고령 노동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하더라도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습니다. 반복되는 비정규 계약을 허용하여 쉬운 해고로 일자리를 잃거나 건강이 악화하여 일을 할 수 없더라도 실업급여를 통해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다시금 비정규직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만 65세를 넘었다고 하더라도 고령 노동자의 입직과 이직이 활발한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비자발적 이직시 구직급여 지급을 통해 실업의 예방과 구직의 촉진을 원활하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령 노동자들의 일자리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고령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를 보면 저임금에 단기간의 불안정 일자리가 대부분입니다. 화단에 꽃을 심고, 건널목에서 길 건너는 행인을 보조하고, 지하철 혼잡시 승객에게 길을 안내하는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계절적·단기적 공공일자리가 대표적입니다.
물론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확산하면서 이런 공공일자리는 취약계층에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득원이 됩니다. 그러나 상담하다 보면 고령 노동자들이 하나 같이 공공일자리에서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하소연합니다.
정부 주도의 공공일자리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2021년 통계청의 '고령자 통계' 조사에 따르면 고령 노동자들은 일터로 나가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답하며 경제적 이유만큼이나 자아실현 욕구를 중시했습니다.
이러한 고령 노동자의 욕구를 존중해 단기적으로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이들을 몰아넣기보다는 스스로 직업탐색을 유도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구직 지원 프로그램에서 '가장 늦은 나이에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사색하는 시간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지역의 근로자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고령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노동환경에 대해 이해시키고 이들의 욕구를 탐색하여 정부에 고령자 친화적 일자리의 모델을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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