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총 나무 모형과 왜장 가문 문장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총 나무 모형과 왜장 가문 문장 ⓒ 이완우

남원시 향교동에 있는 만인의총은 정유재란(1597) 때 왜군의 전라도 침략에 맞선 남원성 전투에서 순국한 조선군, 승병과 남원 백성 약 1만여 의사들의 호국 충혼의 넋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이다. 1981년에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2016년에 전라북도에서 국가유산청으로 관리가 승격되었다.

이곳에 지난달 26일 만인의총에 모셔진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제427주년 순의제향이 거행되고, 만인의총역사문화관을 개관하였다.

국가유산청 만인의총관리소는 만인의총역사문화관의 개관으로 만인의사의 호국충절을 선양하고 우국 충절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며, 전쟁의 아픔과 만인의사의 순의정신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행정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만인의총역사문화관 내 전시물과 설치물이 만인의총의 호국 영령을 추모하고, 우국 충절의 가치를 충실하게 표현하기에는 의문이 많다는 평가가 남원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기자가 지난 16일 이곳을 방문하고 여러 전시물과 설치물을 둘러보았다.

'침략 전쟁' 희석하는 전시물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전시물, 포르투갈인의 일본 도착 450주년 우표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전시물, 포르투갈인의 일본 도착 450주년 우표 ⓒ 이완우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전시물, 인류에게 전쟁은 없어야 한다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전시물, 인류에게 전쟁은 없어야 한다 ⓒ 이완우

포르투갈인의 '일본 도착 450주년 우표'라는 전시물이 우선 눈에 띄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일본에 도착한 해의 450주년을 기념하여 마카오에서 1993년에 발행한 우표다. 3종의 우표가 발행되었는데, 조총을 훈련하는 일본 사람과 이를 지도하는 포르투갈 사람을 묘사한 우표가 인상적이다.

일본은 조총 기술을 자체적으로 소화하여 전국시대의 전투에서 다양한 전술을 발전시켰다. 전쟁을 치르며 조총으로 숙련된 일본의 대군이 1592년 조선을 침략하였다.

'일본 도착 450주년 우표'가 이곳 역사문화관에 눈에 띄게 전시가 되었다. 더욱이 '조총을 훈련하는 일본 사람과 이를 지도하는 포르투갈 사람을 묘사한 우표가 인상적이다'는 표현은 조총으로 무장하고 조선을 침략한 일본의 관점 같았다.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침략으로 조선 땅은 왜적들의 만행과 양민 학살 참화로 수많은 백성이 희생되었다. 왜군에게 인질과 포로로 끌려간 조선 백성은 최대 40만 명까지로 추정한다. 유럽까지 끌려간 조선인 노예로 노예 시장의 가격이 폭락했다고 한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참화로 수많은 백성이 희생되고 국토가 초토와 되었는데, 이런 참상의 전시물과 설치물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류에게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전시물에는 '1592년 임진 전쟁에서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해 남원성을 공격해 왔다"는 문구에서 임진왜란을 '임진 전쟁'이라고 하였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해 남원성을 공격했다'는 표현은 일본의 정유재란 침략을 호도하는 태도로 이해될 수 있었다.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총 나무 모형 전시물 앞 바닥의 영상물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총 나무 모형 전시물 앞 바닥의 영상물 ⓒ 이완우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총 나무 모형 전시물 앞 바닥의 영상물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총 나무 모형 전시물 앞 바닥의 영상물 ⓒ 이완우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총 나무 모형과 왜장 가문 문장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총 나무 모형과 왜장 가문 문장 ⓒ 이완우

나무를 깎아서 조총 모양을 한 조각을 겹쳐서 설치하여 전시했다. 그리고 전시관 바닥에는 '고니시 유키나가 가문의 문장'이 있었다.

전북도의회 임종명 의원과 남원만인정신문화선양회 양윤식 회장이 전시물에 대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남원성 전투에서 만 명의 조선군, 관리와 백성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왜군에 맞서 싸우다가 조총에 맞아 순국하였는데, 이 전시관에 나무 조총 모양을 왜 이렇게 많이 전시하는 것인가요? 그리고 고니시 유키나카 가문의 문장은 또 무엇이고요?

우리나라 백성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서 왜군에 맞서 싸웠던 장면과 그날의 울분을 표현하기보다, 왜군의 조총 모양을 많이 진열했네요. 왜장의 문장은 또 만인의총 만인의 충혼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곳 전시물에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고, 왜군의 침략 사실이 사실대로 표현되지 않았어요."

포르투갈에서 조총 전래됐으니 세계 전쟁이다?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전시물에 관해 의견을 말하는 시민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전시물에 관해 의견을 말하는 시민 ⓒ 이완우

전시실 한쪽 벽면에 커다란 영상이 비쳤다. 'WORLD WAR 1597'. 1597년 임진왜란이 세계 전쟁이란 의미이다.

'남원성 전투는 왜 세계전쟁일까?'하고 묻는 글씨가 나오고, '1543년 포루투갈에서 일본으로 조총이 전해졌다'라는 답변 글씨가 나온다.

이 질문과 답변은 상당한 논리 비약이다. 포르투갈에서 일본으로 조총이 전해졌으니 임진왜란이 세계전쟁이라는 거다. 전시물의 '포루투갈' 어휘는 표기법부터 틀렸다.

1543년 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가던 배 한 척이 일본 남쪽 한 섬에 표류했다. 그 배에 타고 있던 포르투갈인이 일본에 화승총의 일종인 조총(鳥銃)을 팔았다. 일본은 조총을 계속 사들였고, 조총을 이용한 전술을 개발하고 전투에서 활용도를 높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이 명나라의 참전으로 한반도에서 동아시아의 전쟁으로 확전했다. 일본의 조선 침략 전쟁을, 조총을 앞세운 세계 전쟁이라는 표현으로 호도하고 있었다.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선군 무기 전시물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선군 무기 전시물 ⓒ 이완우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선군 무기 전시물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조선군 무기 전시물 ⓒ 이완우

전시물에 조선군의 화포 등 약간의 전쟁 무기가 진열되어 있다. 이 전시물의 설명이 너무 작아 쉽게 읽히지 않았고, 조선군과 백성들이 왜군에 저항했던 처절한 항쟁을 형상화한 전시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임종명 의원과 양윤식 회장은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곳 역사관에 전시한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증했는데 이것밖에 없어요? 지금 전시된 이것들도 문제예요. 전시해 놓은 것이 일본의 역사이지, 우리 만인의총의 충혼들을 기념하는 게 뭐가 있어요? 만인의총의 충혼들 한이 맺혀 있는 것이 없잖아요. 남원성에서 침략한 왜군에 맞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게 중요한데 어디에 그런 장면이 있나요?"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남원성에 빛나는 별들, 전시실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남원성에 빛나는 별들, 전시실 ⓒ 이완우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전쟁에 마침표, 상징 마크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전쟁에 마침표, 상징 마크 ⓒ 이완우

만인의총에 모셔진 만인의 순국 충혼을 '남원성의 빛나는 별들'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한 문구를 볼 수 있다. '가운데 둥근 원형 구멍을 둘러싼 다섯 개의 직사각형 막대' 상징 마크 이곳저곳에 많이 보인다.

만인의총역사문화관의 한 관계자가 이 '남원성의 빛나는 별들'의 상징 마크를 설명했다.

"전쟁의 마침표라는 뜻으로 온점과 별 모양을 합친 기호인데요. 남원성에서 순국하신 만인의사 분들을 별에 비유하여 추모를 하고 있어요. 별 모양과 마침표 모양 온점을 합쳐서 만든 기호입니다."

한 남원 시민은 만인의총역사문화관 관계자의 설명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가해자가 조총을 주력으로 써서,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많은 조선 백성이 그 가해자 왜군들의 총에 맞아 죽었어요. 저 상징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만든 상징물이에요. 저 상징은 왜군의 조총에 맞아 죽거나 다친 조총의 총구나 총탄 자국이 연상돼요. 일본제국주의 욱일기의 21세기형 새로운 상징으로도 보이고요."

양윤식 회장이 이곳 만인의총역사문화관을 방문한 목적을 말하였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이곳 역사문화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여기 역사문화관 시설, 자료와 내용 그리고 우리 선조들이 남원을 지키기 위해서 산화했던 그런 정신들을 교육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 전에 이 내용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다 보니, 이게 맞지 않는 내용이 이렇게 자꾸 발견됐어요. 이곳 역사문화관의 문제점을 시정하고자 지금 건의도 하고 있고, 자료 정리도 하는 중이거든요."

남원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안경엽 회장, 이 사업회 서동균 사무국장과 남원불교신행단체연합회 정수영 회장이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다. 만인의총역사문화관이 개관했는데 문제점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함께 살펴보러 왔다는 것이었다.

남원 만인의총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침략을 물리치려 항쟁하며 순국한 우리 조상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소중한 유적지이다. 국가유산청 만인의총역사문화관 개관은 바람직하나, 남원 만인의총의 정체성과 올바른 역사관에 기초하여 만인의총역사문화관의 전시물과 설치물을 바로 잡아야 한다.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개관 (2024.09.26)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개관 (2024.09.26) ⓒ 김태윤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입간판
남원 만인의총역사문화관 입간판 ⓒ 이완우


#남원만인의총#남원만인의총역사문화관#정유재란남원성전투
댓글1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