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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권센터 15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십오야(15夜)'가 15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에피소드신촌369 라운지에서 열렸다. 박정훈 해병대 대령(오른쪽)이 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김기철씨와 악수하고 있다.
군인권센터 15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십오야(15夜)'가 15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에피소드신촌369 라운지에서 열렸다. 박정훈 해병대 대령(오른쪽)이 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김기철씨와 악수하고 있다. ⓒ 소중한

무대에 오른 전수안 전 대법관이 객석에 앉은 박정훈 대령을 바라봤다. 이어 해병대 고 채 상병 사망사건, 그리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별들'을 암시하며 고 최동원 야구선수의 말을 인용했다.

"최근 KBO(한국프로야구) 리그에서 선수들이 팬들에게 나눠준 파우치에 이런 글이 있었다고 합니다. 최동원 선수의 말인데요. '하늘에만 떠 있다고 별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길을 밝혀주고 꿈이 돼 줘야 그게 진짜 별이다.' 후배와 부하를 지키지 못한 별을 (그들은) 뭐하러 어깨에 무겁게 달고 있을까요. 길을 밝혀주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으니 그 별을 어깨에서 내려놓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채 상병이 왜 죽었는지 수사하다 되레 항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대령은 그저 정면을 응시했다. 이어 전 전 대법관의 말이 마무리되자 객석의 다른 이들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사이다 말고 고구마처럼 버티자"

 군인권센터 고문인 전수안 전 대법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군인권센터 고문인 전수안 전 대법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소중한

두 사람, 그리고 이 사건에 공분하고 있는 이들을 연결한 이 공간은 15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에피소드신촌369 라운지에서 진행된 군인권센터 창립 15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현장이었다.

군인권센터 고문인 전 전 대법관은 "(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지) 이런 단순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바빠야 할 곳은 정부인데 애먼 군인권센터만 그 답을 찾느라 오늘도 여념이 없다"며 "누군가(윤석열 대통령 지칭) 걸핏하면 격노하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냉정하고 치밀하게 다가오는 겨울과 봄을 준비하고 계실 여러분과 함께 군인권센터 15주년을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전 전 대법관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을 읊기도 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이어 그는 "대추 한 알처럼 작지만 여물고 꽉 찬 군인권센터가 지난 15년 간 세상에 가져온 변화는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만큼 크고 놀랍다"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소중한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인) 변영주 감독이 최근 연출한 드라마를 보고 어느 기자가 '시청자들의 애를 태운다'고 질문했어요. 그 질문에 변 감독은 '세상 일은 사이다로 해결되지 않고 고구마들이 버텨서 바뀌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군인권센터 구성원 여러분과 센터를 응원하는 여러분도 사이다 거품처럼 솟았다가 허공에 부서져 흩어져 내리지 말고 고구마처럼 버티며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엔 박 대령처럼 권력으로부터 고초를 겪은 다른 군인도 자리했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이상면 당시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중사였다.

이 전 중사는 "제 사건을 계기로 군인권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군인권센터가)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 있도록 저는 뒤에서 계속 후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자리 메운 군 사망사고 유족들

 왼쪽부터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 임태훈 소장, 강석민 운영위원장, 안미자 운영위원(고 윤 일병 어머니).
왼쪽부터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 임태훈 소장, 강석민 운영위원장, 안미자 운영위원(고 윤 일병 어머니). ⓒ 소중한

고 고동영 일병, 고 김상현 이병, 고 남승우 일병, 고 박세원 수경, 고 박태인 훈련병, 고 변희수 하사, 고 윤승주 일병, 고 이예람 중사, 고 홍정기 일병, 고 황인하 하사. 군에서 가족을 잃은 유족들도 이날 현장을 찾았다. 그 동안 군인권센터와 함께한 이들은 15주년을 축하하며 박수를 보냈다.

군인권센터 운영위원이기도 한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임태훈 소장,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 강석민 운영위원장(변호사), 김형남 사무국장과 무대에 올라 2014년 아들을 잃었던 때를 떠올렸다.

"저는 어둠 속에 살고 있었어요. 교회에도 나가지 않고 전도사님이 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대낮에도 커튼을 쳤어요. 빛이 너무 싫더라고요. 여기저기 전화가 너무 많이 오던 와중에 군인권센터에서 전화를 해왔더라고요. 사실 제가 완전히 '찐보수'거든요. 새누리당 당원 등록도 했었고 정말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폭도들의 전쟁이라고 믿었던 사람이에요.

(그러니 군인권센터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죠. (우여곡절 끝에) 군인권센터를 찾아갔더니 수사기록이 이렇게 쌓여 있더라고요. 제가 열 장도 못 본 거 같아요. 다섯 장 정도 보고 머리를 쇳덩이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제가 변화했고 군인권센터와 함께 하게 됐죠." - 안미자 운영위원

 이날 행사엔 100여 명이 참석해 현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행사엔 100여 명이 참석해 현장을 가득 메웠다. ⓒ 소중한

김숙경 소장은 당시 윤 일병 유족의 동의를 구해 이 사건을 공론화한 뒤 곳곳에서 연대가 이어졌던 사례를 설명했다.

"군인권센터 홈페이지가 하루에도 몇 번씩 다운됐어요. 사람들이 전화를 해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냐', '내가 청소라도 하겠다' 이야기하셨어요. 고민하다 (재판에 함께 갈) 시민방청단을 조직하기로 했어요. '과연 될까' 고민했지만 당시 45인승 버스 3대가 조직됐어요. 자차로 오신 분들도 많았고요. (윤 일병이 숨진) 28사단도 너무 놀라 입을 벌리고 문을 열어줬어요. 그곳에 간 사람들이 '아 군사법원 재판이 진짜 개판이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됐어요." - 김숙경 소장

그러한 연대의 기억이 안미자 운영위원을 지금도 여러 군 사망사고 관련 현장으로 이끌고 있다. 안 위원은 "이후 사람이 너무도 없었던 다른 재판을 보며 깨달았다. 그때 오신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 분들이었는지"라며 "그래서 한 번 더 손이라도 잡고 머릿수라도 채우기 위해 (다른 유족들의 현장에) 제가 참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인권센터를 잘 알지만 잘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며 "군인권센터가 널리 알려지고 후원하는 분들도 많아져서 우리 유족들이 슬플 때나 괴로울 때 맘껏 와서 울고 웃는 사랑방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임태훈 소장은 "(윤 일병) 어머님께서 숙제를 주셨으니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며 "군인들의 권리가 두텁게 보호되도록 좀 더 노력하고 앞장서겠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군인권보호관이 (저희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주셔서 후원이 많이 늘었다"며 "특별히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강석민 운영위원장은 "임태훈 소장, 김형남 사무국장, 김숙경 소장을 비롯해 군인권센터 모든 분들이 엄청나게 좋은 라인업을 이루고 있다"라며 "이런 라인업이 열심히 지지해주셔서 유족 분들이 큰 힘을 얻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엔 송기춘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장(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장),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김승환·김조광수 부부, 김민석·남인순·서영교·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김기철씨, 고 황인하 하사 아버지 황오익씨, 박정훈 해병대 대령, 이상면 전 특전사 중사.
앞줄 왼쪽부터 고 김상현 이병 아버지 김기철씨, 고 황인하 하사 아버지 황오익씨, 박정훈 해병대 대령, 이상면 전 특전사 중사. ⓒ 소중한

 화면의 고양이는 고 변희수 하사가 구조했던 반려묘로, 현재는 김숙경 소장과 함께 살고 있다.
화면의 고양이는 고 변희수 하사가 구조했던 반려묘로, 현재는 김숙경 소장과 함께 살고 있다. ⓒ 소중한

#군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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