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 되고 있다. 작년 자영업자 폐업수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보곤 마음이 씁쓸해진다. 내수부진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대출 이자와 임대료 부담이 큰 게 이유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더구나 배달플랫폼 수수료와 배달 수수료도 영업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라고 꼽았다. 며칠 전에는 내년 최저임금 시급 인상 소식을 들었다. 

나도 자영업자다보니, 지인들로부터 '괜찮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걱정스러운 눈빛이 역력하다. 나는 생각한다.

'뭐 요즘 힘든 사람이 자영업자뿐이랴.'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며 월급쟁이로만 살아가다가 처음 자영업을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확실한 월급이 나오지 않는 채로 불확실한 한 달을 살아가는 거였다. 그래서 사실은 남편이 먼저 가게를 시작하고 1년쯤 뒤에 내가 합류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라 1년 정도 생활비를 내가 감당하면서 괜찮을지 간을 본 것이다. 

우리는 자영업 하며 큰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나름대로는 더 나이 들기 전에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이뤄보고자 용기를 낸 것이었다. 행복한 만찬이라는 도시락가게를 통해 기분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철없어 보이는 꿈은 당장 눈 앞의 현실과 부딪혔고, 매일 '어떻게 돈을 벌지?'의 고민으로 이어지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개업 초기 나는 24시간을 도시락 팔아 볼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애쓴 만큼 성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이전엔 자연스레 받았지만 이제 한 달에 한번 금융치료(?)는 없었다. 이런 삶은 매일같이 '안정된 직장생활을 다시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끔 만들었다.
 
 더 늦기 전에 해보자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동네에서 작은 도시락전문점을 열었다. 개업 초기 나는 24시간을 도시락 팔아 볼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해보자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동네에서 작은 도시락전문점을 열었다. 개업 초기 나는 24시간을 도시락 팔아 볼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 임경화

그러나 우선 머리를 비우고 습관부터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남들 출퇴근하는 시간만큼을 정해서 회사에서 일했던 만큼 최선을 다해 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그 후 남편과 나는 7시에 집에서 나와 가게와 시장으로 나가고, 남들 퇴근하는 6시까지 일하고 집으로 들어오기로 했다. 우선은 우리가 연 도시락 가게 홍보를 해야 했다.

논의 끝에, 남편과 나는 흰 복사용지에 일주일의 메뉴를 적어 놓고 가게를 소개하는 글과 전화번호가 적힌 전단지를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완전 아날로그 방식으로 아침마다 수제(?) 전단지를 들고 동네의 병원과 약국, 은행과 카센터 작은 공장 미용실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외쳤다. 

"맛있고 영양 많은 가성비 높은 도시락을 배달해 드리고 있어요! 한 번만 전화 주시면 후회 없게 해 드리겠습니다!" 

돈을 들여 배달 앱에 가입하면 쉬울 일을 우리는 돈을 아끼려고 배달을 직접 했다. 광고비도 절약하려고 직접 전단지도 만들고 고객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리고 전단지에 고객이 좋은 점을 손으로 적어 놓았다. 

배달비를 받지 않아서 도시락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점과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아 쓰레기가 남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매일 메뉴 걱정 없이 색다른 도시락을 배달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https://omn.kr/28xtv ).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고객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게에 단골 팬들이 생기면서 입소문을 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 17년 차 자영업자로 살고 있다.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요즘 괜찮아요~"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지갑이 얇아진 고객들 사이에서 나 역시 오늘도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언제 그만둘까를 상상하듯, 자영업자도 그런 유혹들이 간혹 찾아오기 마련이다.

최근 언론에 따르면, 국세청 자료를 근거로 해 지난해 경제적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100만 명 가까이 됐다고 보도한다. 폐업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마음으로 이해가 된다. 그만큼 자영업이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장마 기간이라 이번주 내내 비가 쏟아졌다. 남편은 우비를 입고 도시락 배달을 하느라 매일 비에 젖은 생쥐꼴이 되고는 한다. 

오늘은 우리 가게 시그니쳐 메뉴인 코다리강정 도시락을 만든다. 싱싱한 코다리를 새벽에 수산 도매 시장에서 직접 사 왔다. 꼬들하게 말린 코다리를 적당하게 자른 다음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서 재워 놓는다. 밑반찬은 잘 익은 배추김치와 계란범벅, 요즘 제철인 애호박나물과 고소하고 바삭한 건파래 볶음, 탕평채 무침이다. 
 
 행복한만찬의 코다리강정 도시락
행복한만찬의 코다리강정 도시락 ⓒ 임경화
 
오전 10시가 되자 미리 일주일 메뉴를 알고 있는 고객들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남편은 기름을 올리고 재워 둔 코다리에 튀김가루를 입혀서 '겉바속촉'으로 튀겨내는 중이다. 나는 코다리강정 소스를 만든다. 

양푼에 물엿과 참기름 그리고 고추장과 간 마늘을 섞는다. 그리고 양파와 당근 대파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서 넣어 주고 깨소금과 후추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잘 튀겨진 코다리를 소스에 듬뿍 묻혀서 도시락에 담는다. 

보통 주부들은 코다리로 조림이나 찌개로 요리를 한다. 그렇다 보니 코다리를 기름에 튀기고 매콤한 빨간 소스에 버무린 강정은 인기 많은 우리 가게 대표 메뉴가 되었다. 

생선을 싫어하는 일부 젊은 층의 고객들도, 언뜻 닭강정 같은 이 비주얼 때문인지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집에서 만들기엔 좀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다 보니, 여자분들은 따로 반찬으로 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오늘도 도시락을 기다리고 있을 단골들 생각을 하니 마음과 손이 바빠진다. 

부디 오늘 이 도시락으로 잠시나마 행복을 맛보시기를, 조금 힘든 일도 씩씩하게 이겨 낼 용기를 얻으시길, 찝찝하고 무더운 여름도 거뜬히 살아 내시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보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페이스북에도 게재 예정입니다.


#쓰고뱉다#서꽃#행복한만찬#도시락
댓글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기와 노래를 좋아하는 곧60의 아줌마. 부천에서 행복한만찬이라는 도시락가게를 운영중이다.남은 인생의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살았다고 소문날지를 고민하는 중이며 이왕이면 많은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행복한 미소를 글과 밥상으로 보여주고 싶어 쓰는사람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