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가 27일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 '허위보고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이 사고 직후부터 채 상병이 실종된 경위를 정확히 파악했으면서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허위 보고를 했다는 취지다(관련기사:
[단독] 임성근 전 사단장, '채 상병' 사고 경위 사실과 다른 보고 정황 https://omn.kr/26i0c).
김 변호사는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 사건 최초 보고를 고 채 상병이 '둑이 무너져서 물에 빠졌다'고 하여, 이에 김계환 사령관이 오인 및 착각을 하여, 이후 국방부 장관이나 대통령실에 그릇된 보고를 하게 하였으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위 보고 혐의는 '군사에 관하여 거짓 명령, 통보 또는 보고를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군 형법 제38조 제1항을 들었다. 임 전 사단장이 고 채 상병 사망 원인을 '실족'이 아니라 '둑이 터져서'라고 허위 보고해, 사단장의 명령으로 강물에 입수한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해병대 사령관 및 국방부 장관의 적법한 지휘 및 군사법권의 행사 등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 점이 허위 보고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포7대대장이 임 사단장에게 보낸 문자
김 변호사는 이날 임 전 사단장을 고발하면서 지난 7월 19일 채 상병 실종 직후 해병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채 상병 소속부대)장이 임 사단장에게 보고한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면 사고 직후부터 임 사단장은 정확한 사고경위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7월 19일 오전 채 상병이 소속된 포7대대 장병들은 안전장구를 지급받지 못 한 채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 투입되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었다. 9시 10분께 채 상병을 포함한 5명의 해병이 급류에 휩쓸렸다. 2명은 스스로 헤엄쳐 나왔고 또 다른 2명은 현장 간부(중사)가 구조했지만, 채 상병은 실종됐다.
채 상병이 실종된 직후인 오전 9시 33분 포7대대장 이OO 중령은 임성근 사단장에게 실종 보고를 했다. 3분 뒤에는 실종자가 채 상병임을 알리고, 채 상병의 부모 핸드폰 번호와 주소를 전송했다.
이후 오전 11시 46분 이 중령은 임 사단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상세한 사고 경위를 보고했다. 문자 보고는 "보문교 수변 일대를 수색 작전 중 0910분경 작업장소가 깊어지는 것 같아 주변 간부에 의해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찰나에 실족하면서 유속에 의해 빠지게 되었고 주변에 있는 인원들도 같이 빨려 들어가게 되었으며 두 명은 구출이 되었으나 채OO 해병은 유속에 의해 남하하게 되었고 남하 도중 실종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중령의 보고를 받은 임 사단장은 오전 11시 55분 "오탈자포함 약간보강해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이 중령의 보고 내용은 부대 상황 계통 및 명령 계통을 통해서도 전파되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파악 못했다면 추가 보고로 바로잡았어야
그런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지난 8월 17일 군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조서에서 "(임성근 해병1) 사단장으로부터 (해병들이) 주변 수변을 수색하다가 '둑이 무너져서 물에 빠졌다'라고 보고 받아서, 당시에는 물에 들어갔다는 생각을 못 했고 주변의 둑이 무너져서 물에 빠졌다고 인지했다"고 밝혔다. '둑이 무너져 해병들이 물에 빠졌다'는 내용은 실제 사고 경위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사실과 다른 보고가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갔다는 정황도 파악된다. 김 사령관이 8월 29일 자 4차 진술조서에서 "장관님께서도 제가 보고를 드린 것과 같이 이전에 대통령께 보고를 드렸기 때문에 '나(이종섭 장관)도 잘못 보고드린 것이네'라고 말을 하셨다"고 진술한 것이다.
김계환 사령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이 같은 대화를 나눈 날은 지난 7월 30일 오후로, 사고가 난 후 열흘이 지난 당시까지도 이 장관과 김 사령관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만약 임성근 사단장이 사고 직후 채 상병 실종 경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김계환 사령관에게 최초 보고를 했다고 해도, 이후 다른 내용을 확인했다고 하면 즉각 추가 보고를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최초보고는 신속하게, 중간보고는 정확하게, 최종보고는 완결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보고의 기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