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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상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 통과를 보도하는 미 CNN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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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했다.

태국 상원은 18일(현지시각)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결혼평등법'을 표결에 부쳐 152명 중 130명이 찬성해 가결했다. 반대는 4명이 나왔고, 18명이 기권했다.

이 법안은 하원이 지난 4월 415명 중 400명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데 이어 상원까지 통과하면서 형식적 절차인 내각과 왕실 승인을 거치면 왕실 관보에 게재하고 120일 후 발효된다. 

"수십 년 노력 끝에 통과"... 기존 부부와 동등한 권리 

동남아시아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것은 태국이 처음이고 아시아에서는 대만, 네팔에 이어 세 번째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40개국이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AP통신은 "태국은 포용성으로 이름 높지만, 사회적으로 보수 성향의 가치관을 갖고 있어 성소수자(LGBTI+)가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받아왔다"라며 "결혼평등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해야 했다"라고 전했다. 

새 법안에 따르면 태국은 기존 '남녀', '남편과 아내'를 '두 개인', '배우자' 등 성 중립적 용어로 바꿔 18세 이상이 되면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태국인과 결혼하는 외국인도 동성 결혼을 가능하다. 

또한 동성 커플에게도 상속, 입양, 세금 공제, 의료 서비스 등 기존 부부와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결혼평등법은 태국의 성소수자 권리를 위한 기념비적인 진전"이라며 "법적 의미를 넘어 관용과 포용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성 파트너와 곧 결혼을 앞둔 태국의 성소수자 폭퐁 짓자이야이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법적인 가족이나 자녀를 가질 수 없었다"라며 "나는 이제 내가 게이라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결혼 평등은 인간 존엄성의 기본"

이날 상원에서 법안 통과가 확정되자 수도 방콕 도심에서는 정부의 지원 아래 대대적인 기념 퍼레이드가 열렸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도 성명을 내고 "태국 사회의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공동의 노력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라며 "지위와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의 사회적 권리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은 2020년 헌법재판소가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의 관계로 규정하는 현행법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지난해 9월 출범한 진보 성향의 집권 푸어타이당과 연립정부가 성소수자 권리 강화를 위해 이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태국 인권단체 '포티파이라이츠'는 "태국 정부는 이제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 법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라며 "결혼 평등은 인간 존엄성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동성 결혼의 벽이 높다. 인도네시아는 동성 결혼이 불법이라고 못 박았고, 말레이시아는 동성 관계에 대해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싱가포르, 일본,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 대부분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