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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 놀러온 아이가 자갈돌을 스케치북 삼아 그림을 그렸다
▲ 알록달록 자갈돌 강에 놀러온 아이가 자갈돌을 스케치북 삼아 그림을 그렸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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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 있어요?"

아빠와 천막농성장에 온 꼬마가 색연필이 있냐고 묻길래 내줬더니 자갈밭에서 주워 온 편편한 돌멩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납작한 자갈 위에 그려진 파란하늘 아래 꽃 한 송이가 앙증맞다. 잠자리와 벌레도 그렸다. 총천연색으로 칠해진 돌멩이를 농성장 주변에 늘어놓으니 그럴싸한 전시회가 된다.

강에는 아이들의 놀거리가 가득하다. 돌멩이 하나만 있어도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지작거린다. 돌멩이가 싫증나면 강변에서 물수제비를 날린다. 대개 한두 번 튕기다가 물속으로 가라앉지만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나서 던지고 또 던진다. 강에 있는 자연은 온통 아이들에게는 놀잇감이다.  

물이 흐르는 강의 땅, 인간만이 아닌 온갖 생명이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생명의 집이 바로 이 강이다. 물떼새 등 온갖 새들이 강에 기대어 산다. 세종행복도시 개발로 변방으로 내몰린 오소리도 금강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수달, 고라니, 너구리... 콘크리트로 호안을 만든 도심의 하천에서는 볼 수 없는 야생동물들이 이곳에 남아있다는 건 강이 살아있다는 징표이다.

"생명을 학살하는 윤석열 정부… 끝까지 맞설 것"
 
2차 계고가 끝난 다음 날 11일 오전,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외치며 농성장에 합류한 활동가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 세종보 재가동 반대 44일차 천막농성 선언 2차 계고가 끝난 다음 날 11일 오전,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외치며 농성장에 합류한 활동가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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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강은 마무 말없이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지만, 천막농성장은 위태로움이 상존한다. 세종시가 천막농성장에 놓고 간 2차 계고장 시한이 10일 만료됐다. 이에 다음날인 11일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여 명의 활동가가 함께 자리한 이날 기자회견은 천막농성이 시작된 지 44일 차인 날이었다. 이순열 세종시의장도 함께 자리했다. 

이 의장은 이날 발언을 통해 "하천법 3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하천을 자연친화적으로 보전하고 물환경 건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가 담겨있다"며 "당연히 환경부도 그 의무가 이행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건강한 물환경을 위해 세종시, 환경부 나서줄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낙동강에서 온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금강을 지켜야 낙동강을 지킬 수 있어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금강은 힘차게 흐르고 있어 강의 향기가 나지만 낙동강은 녹조로 몸살을 앓는 모습을 해마다 보고 있다"며 "낙동강에서 매년 청산가리 독성과 비슷한 녹조 독성이 공기 중에도 검출되고 있다"며 맑게 흐르는 금강을 함께 지켜내자고 당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를 불법을 행사하는 죄인으로 취급하고 고발하려는데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불법을 자행하고 생명을 학살하는 정부에 맞서겠다"며 세종보와 공주보 재가동,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원상회복하고 당장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강을 가두면 녹조 발생은 당연… "한화진 장관은 확신범"
 
전 중앙일보 대기자 였던 강찬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 녹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 강찬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 라이브 방송 중 전 중앙일보 대기자 였던 강찬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 녹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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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전 중앙일보 대기자인 강찬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녹조 전문가인 그는 남세균의 독성에 대해 쓴 <녹조의 번성>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강찬수 대표는 4대강사업으로 녹조가 번성했던 당시의 강을 '녹색의 물결'이라고 표현하면서 "물을 가두면 녹조는 더 번성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의 말에 따르면 조류 중 하나인 남세균은 번식, 분해되면서 물 속 용존산소를 고갈시켜 물고기를 죽게 하는 등 강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유속이 빠른 강은 괜찮지만 특히 정체된 강에서 녹조는 빠르게 번식하고 강 생태계를 파괴한다. 강 주변 야생동물이나 가축 등의 간이나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인간도 예외는 아니라고 강 대표는 강조했다.
 
낙동강 녹조가 심각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지만 수문은 굳게 닫혀있다
▲ 낙동강에 창궐한 녹조 낙동강 녹조가 심각해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지만 수문은 굳게 닫혀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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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 환경비서관을 지낸 한화진 장관은 4대강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고 강 자연성 회복 삭제한 것을 모른 체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화진 장관은 확신범"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강 대표는 세종보 재가동으로 금강에 녹조가 다시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임을 경고하며 낙동강이 녹조로 인간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관련 영상).
 
천막농성장 앞 금강변에서 만난 흰목물떼새
▲ 금강의 흰목물떼새 천막농성장 앞 금강변에서 만난 흰목물떼새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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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때요?"

하루 종일 천막을 걱정하는 전화와 문자가 잇따른다. 서울, 경주, 대구, 부산 등 전국의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달려와 세종시가 올까, 경찰이 올까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다. 천막농성을 하며 가장 긴장된 순간이지만 가장 든든한 순간이기도 하다. 이들과 함께 환경부에 즐겁게 저항할 것이다. 

돌멩이에 금강을 가득 채웠던 어린 아이의 강물 같은 눈동자와 천막농성장 앞 금강에서 만난 물떼새의 눈동자가 많이 닮았다. 그 눈동자에 흐르던 금강은 오늘도 흐르고 있다. 

태그:#금강, #세종보, #낙동강,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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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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