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 9일 금융감독원은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2012년 12월(0.6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 모습.
 6월 9일 금융감독원은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2012년 12월(0.6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최근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11년 만에 최고치(0.54%)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인건비와 자잿값 상승 등이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이 큰 위기에 처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뉴스다. 수치로 표현되는 '연체율 최고치 경신' 뉴스에 담기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매출은 줄고 경비·이자는 늘고

부산에서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코로나 시기에 소상공인 대출을 1%대 저금리로 받았다. 그러나 현재 이 대출의 금리가 4.5%로 상승하면서 월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장들도 코로나 때보다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것 같다고 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저와 직원 포함 총 6명이 일했어요. 그런데 인건비 등 제반 경비 상승으로 남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일했어요. 그렇게 버텼지만, 코로나  이후 기대했던 경기가 오히려 급락하면서 두 사람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요. 지금 아내는 다른 일을 하고, 바쁜 시간대에만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서 일하고 있어요.

현재 경비는 더는 줄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마케팅은 해야 하니까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플랫폼 광고는 모두 하고 있어요. 지난해까지 거의 하지 않던 할인 행사도 본사 지시에 따라 하고 있고요. 이러니 올해 메뉴 가격을 1000~2000원 올렸음에도 수익은 더 줄어들었어요. 매출보다 수익 감소율이 더 큰 상황입니다."


그는 정부의 자영업자 대출 탕감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경영환경 개선과 폐업자를 위한 대책은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플랫폼 수수료 문제만큼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폐업하면 기존에 받았던 사업자 대출을 즉시 갚아야 합니다. 주변에는 이 때문에 오도가도 못 하고 빚만 쌓이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분들이 있습니다. 사업자 대출을 받은 폐업자에 대해서는 상환 유예 등의 방법으로 활로를 열어줘야 합니다."

폐업 하고 싶어도... 대출 때문에 못 한다
 
6월 9일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6월 9일 서울 시내 한 폐업 상점에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돈카츠'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제가 그 사업자 대출 때문에 폐업을 못 하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 경기가 악화하면서 현재 매출은 20~30% 이상 줄었지만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이런데도 프랜차이즈 본사는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자기들 이익만 챙기니 더 죽을 맛이죠. 제가 보기에 지금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B씨는 자영업 경력 20여 년의 베테랑이었다. 그는 과거에는 오토 매장(사장이 상주하지 않고 직원들이 운영하는 가게)이나 반오토 매장(분주한 시간에만 사장이 도와주는 가게)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인건비 등 각종 경비 인상과 경기 악화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 구인난까지 겹쳐 최악입니다. 예전에 숙련된 직원 한 명이 할 일을 비 숙련 알바 2명 이상을 써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오래 일하지 않거든요. 저처럼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한 매장에만 매달릴 수가 없죠.

대출 때문에 폐업도 못 하니 현재 월 수백만 원씩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오토 또는 반오토 매장으로 가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여러 매장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저를 자본가로 보지만, 프랜차이즈는 늙고 재주도 없어 어디 비빌 언덕 없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한다고 봐요. 그게 죄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예전에는 프랜차이즈 영업 환경이 이러지 않았습니다."
 

그는 은행의 부채 상환 조건도 더 나빠졌다고 전했다.

"그전에는 대출 상환 만기를 자동으로 연장해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출금 일부라도 갚지 않으면 대출 상환 연장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원리금 중 일부를 갚으면 이전 금리로 대출이 갱신되는 게 아니라, 오른 금리로 갱신됩니다. 이러니 원금을 갚아도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나는 겁니다."

미래가 없다

인터뷰에 응한 사장 A씨와 B씨 모두 우리나라 자영업의 미래를 무척 부정적으로 봤다. 또한,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향후 경기가 극적으로 반전하거나 정부의 뚜렷한 지원 정책이 없다면 자신들도 연체 대열에 합류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플랫폼 규제와 같은 자영업 경영 환경 개선 정책을 세우고 저금리 재대출 정책에 더불어 적자임에도 기존 사업자 대출 때문에 사업을 폐업하지 못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상환 유예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태그:#자영업, #연체율, #대출, #프랜차이즈, #폐업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세상 이야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