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07 06:29최종 업데이트 24.08.07 09:29
  • 본문듣기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주최로 5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검찰의 무차별적 통신 이용자 조회 규탄 언론현업단체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은용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이 통보받은 통신 정보 조회 사실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검찰이 정치인과 언론인, 심지어 일반 시민까지 무차별적으로 통신 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수사 목적으로 일반 시민에게 이처럼 대규모로 수사의 그물망을 던진 건 전례없는 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는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이 여러 건 있었지만 한 번도 유죄로 인정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4명입니다.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등입니다. 윤 대통령이 대검중수2과장이던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보도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김씨와 신씨는 명예훼손 외에 청탁금지법과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사건의 쟁점은 의혹 보도를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검찰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당시 상당수 언론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때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사업 관련 대출브로커를 조사하고도 왜 처벌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에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검증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역할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법원, 단 한 번도 대통령 명예훼손 인정 안 해

법원은 공직자 명예훼손죄 처벌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는 일부 하급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생활 의혹 제기인데, 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해당 보도가 공적 사안인 만큼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정부의 민간인사찰 피해자가 개인블로그에 이명박씨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는데, 헌재에서 재판관 전원이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악의성이 없고,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과 함께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일관된 입장은 공인에 대한 표현은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보도에 일부 허위내용이 있더라도 공익성이 있는지, 진실로 믿을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따져 위법성 여부를 가립니다. 이런 점에 비춰 윤 대통령 의혹 보도와 관련된 명예훼손 사건은 무혐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당시 대출브로커에게 '커피 타준 검사'가 윤 대통령이 아니었다는 사소한 흠결만으로 보도를 허위로 단정하거나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유죄판결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죄를 물을수 없다는 뜻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를 묵인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검찰은 검사 1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후유증이 이번 '통신 사찰' 파문으로 번졌습니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위해 검사들이 대거 동원되는 것도 문제지만, 최고 권력자가 자기 명예가 훼손됐다며 공권력에 호소하는 모양새가 합당한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