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07 19:34최종 업데이트 24.07.0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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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의 청원이 3일 100만 명을 넘기며 화제가 되고 있다(7월 7일 오전 기준 125만 명 동의). 탄핵 청원자는 ▲군사법원법 위반 ▲윤 대통령·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정·비리 ▲평화통일 의무 위반 ▲대법원 판결 부정 ▲국가와 국민의 생명 안전권 침해를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탄핵 절차는 국회의원 3분의 2가 동의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해서 결정하게 된다. 이 사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위해 지난 4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유성호

 
"100만 청원, 국민이 매우 강한 불신을 하고 있다는 것"

-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의 청원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라는 국민동의청원이 13일 만에 100만 건을 돌파하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데, 이는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입니다.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가 국민적 공포를 야기할 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이 147만 건에 이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청와대가 마련한 청원 절차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같은 사안에 대한 국민동의청원은 10만 건을 초과했을 뿐입니다.

그때와 지금의 경우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과거의 경우는 코로나19 사태라는 국민적인 공포와 위기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라고 볼 수는 있죠. 또 무엇보다 청원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열정이 다릅니다. 청와대의 청원 절차와는 달리 국회법에 따른 국민동의청원은 실명 확인까지 해야 하는 등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꺼이 국민동의청원에 나선 건 그 자체로 촛불시위에 못지않은 하나의 행동이자 정치적 결단일 것입니다. 국민들이 매우 깊은 실망을 하고 있으며, 향후 3년에 걸쳐서도 계속 이렇게 할 것이냐는 매우 강력한 경고를 던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대통령실은 탄핵 청원에서 지적한 것들을 두고 '위법한 게 없었다'는 입장인데.

"국민동의청원의 경우 직무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오히려 사소한 문제일 듯합니다. 그것이 탄핵소추와 심판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헌법위반이나 법률 위반의 문제가 제기되어야 할 것입니다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 논란을 떠나 국민이 현 정부의 국정 기조 및 정책 과정에 대해 매우 강한 불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현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걸 국민동의청원이라는 형식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이나 여당 등이 위법성 여부나 탄핵요건 충족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탈정치화의 전략입니다.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스스로의 실명을 밝히면서 탄핵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의 지난 행동을 되돌이켜 보아야 마땅합니다."

- 청원자는 ▲군사법원법 위반 ▲윤 대통령·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정·비리 ▲평화통일 의무 위반 ▲대법원판결 부정 ▲국가와 국민의 생명 안전권 침해를 탄핵 사유로 들었습니다. 

"아마 며칠 늦게 발의했다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망언에 가까운 발언 의혹까지 거론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5가지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에 해당되는 사건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시금석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이 이 문제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다는 거죠. 채 상병 사건의 수사에 대통령은 왜 '격노'했고 그 이후 수사과정은 왜 그렇게 되어야 했었는지,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수사는 왜 이렇게 지체되어야 하는지, 남북 관계는 왜 평화의 기조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에 추종하는 경로로 파행하게 됐는지 등등. 자신들이 선택한 정책 의제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와 판단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정부‧여당에 있음에도 그걸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 입장에서 현재의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자의적인 권력만 행사하는 자일 뿐, 국민을 위해서 국민과 함께 행동하는 자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87년 이래 우리들 손으로 어렵사리 이루어온 민주화의 성과들이 일거에 부정당하는 배신의 감정도 배제할 수는 없고요. 지금 100만 건이 넘는 탄핵 청원은 이런 불신의 표현입니다."

"법사위가 대통령 위법, 위헌 사항 조사·분석해야"

- 탄핵하려면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어야잖아요. 이게 헌재에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까요?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바로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람직하지도 않은 측면도 없지 않고요. 다만, 국회법에 따라 소관상임위원회인 법사위는 나름의 청원 심사 절차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은 서둘러서, 그리고 심도 깊게 진행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여태까지 국회가 탄핵소추를 한 사례는 상당히 많습니다. 두 명의 대통령에 대해, 그리고 사법농단이니 권한 남용한 판검사들, 국민의 생명 보호 의무를 저버린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탄핵소추가 됐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경우에 국회 본회의가 그냥 의결해서 헌법재판소에 넘겼습니다.

탄핵 사유로 제시된 사실관계에 대한 별도의 조사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그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의 변론 과정이 사실상 사실조사 단계가 되었습니다. 대통령 등 탄핵대상자들의 위헌 위법 행위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분석도, 그에 대한 국회 나름의 평가도 없이 곧장 사법관이 지배하는 헌법재판소에 모든 것을 일임한 셈이었습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은 이런 편법을 교정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법사위가 이 5가지 사안들 또는 그에 연관된 사안들에 대해서 위법 또는 위헌적인 행위들이 있었는지 또 그것이 중대한지 아닌지에 관하여 나름의 사실 인식과 분석을 해야 합니다.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탄핵소추의 한 가정으로 법사위 조사절차를 마련하는 형식으로 말입니다. 공수처 등의 수사 의뢰나 특검법을 통한 집중적인 수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고요."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교수님 보기에 2017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떨까요?

"지금의 국민동의청원은 촛불행동의 온라인 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청원이라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본질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청원 다음의 과정은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 해당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 사건과 이재용 당시 삼성 부회장 등의 뇌물수수 사건, 그리고 세월호참사가 주된 분노의 대상이었습니다만, 지금은 청원 발의자가 제시했던 5가지 사유뿐만 아니라 국민적 의혹을 받는 사건들이 얼마든지 더 추가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헌법적 가치가 침해되고 왜곡된 사례들이 질적, 양적으로 이전의 경우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다만 특검 등의 사실조사의 과정이 지금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차이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번 국민동의청원은 탄핵소추에 대한 청원이라기보다는 이런 의혹 사건에 대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 나가자는 국민적인 요구 내지는 명령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 채 상병 사망사고에 대한 외압 사건 진상이 밝혀지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만약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의 수사 과정에 개입해서 외압을 행사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중대한 사법 방해 행위를 구성하게 됩니다. 우리 헌법에서 규정한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의 원칙을 침해한 것입니다. 과거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사퇴한 사유가 워터게이트 도청이 아니라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숨기고 조작했다는 사법 방해 행위였습니다. 권력분립에 기반한 미국 연방헌법의 기본 틀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닉슨을 사퇴하게 만든 것입니다. 거기에 비견한다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의 수사 개입 의혹은 매우 중대한 사건이 됩니다.

법을 집행하는 행정관과 그 법 집행이 올바른지를 판단하는 사법관은 서로 분리되어 별개의 존재여야 하는 것이 헌법의 기본 틀입니다. 그런데 법 집행자인 대통령이 사법 작용인 수사에 개입하여 그 결과를 좌지우지해 버린다면 이 양자의 구분이 없어져 버리고 결국 권력분립의 체계가 심각하게 엉클어지게 됩니다. 채 상병 특검법이 도입될지 안 될지, 또는 도입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진실이 규명될지는 감히 예단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현재 시점에서 그 특검법의 시행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리 국가 운영의 정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는 규명되어야 하며 그 수단으로서의 채 상병 특검법은 반드시 채택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탄핵되느냐 아니냐는 그다음의 문제이지요."

"헌법 개정 추진하면 '국민소환제' 등 논의해야"

- '대통령은 선출직이니, 탄핵도 국민 투표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은 국민들이 선거로 선출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지위와 권한을 보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대통령이 국민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민들에 의해서 선출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앞서야 합니다. 

탄핵 제도는 이런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국민의 이름으로 신임을 거두어들이는 헌법상의 절차입니다. 다만 탄핵의 심판을 헌법재판소나 법원 같은 사법기관에 맡기는가, 혹은 의회와 같은 정치기관이 담당하게 하는가는 국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자의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9명의 사법관으로 구성되는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아 그 공직자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런 사법관들이 국민 혹은 그 대표자인 국회의 뜻과 달리 판단하는 경우가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반면 의회와 같은 정치기관이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면 정치 판도에 따라 언제든지 기존의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국이 불안정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도 없지 않습니다. 각각의 제도가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이런 국가기관의 손을 거치지 않고 국민들이 직접 그 신임을 거두어들일 수 있게 하는 제도의 도입입니다. 소위 직접민주주의 제도라고 하는 국민소환제가 그것인데요, 지난 정부 초입에 주요 의제였던 헌법 개정의 논의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사안 중의 하나가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서 공직자들을 그 직에서 쫓아낼 수 있는 권력을 헌법에 규정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이 제도는 국민발안이나 국민투표 등과 함께 실질적인 국민주권 체제를 만드는 중요한 모멘텀을 이룹니다. 그래서 혹 헌법 개정을 추진하게 된다면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적극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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