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서울서부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김정훈)는 2017년 박근혜 탄핵 국면 당시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문건 사건' 수사를 종결했다. 수사가 시작되고 6년 만의 일이다. 2018년 7월 계엄 문건이 폭로되면서 시작된 수사는 주요 피의자 중 한 명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소환에 불응하고 해외로 도주, 잠적해 중단되었다가, 2023년 3월 조 전 사령관이 돌연 귀국하면서 재개되었다.
검찰은 계엄령 문건 작성을 내란음모로 볼 수 없다며 조현천, 김관진, 한민구, 박근혜 등의 주요 피의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다수의 조직화 된 집단이 폭동을 모의'하여 '폭동 실행을 위한 의사합치'를 이루어 '실질적 위험성'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처분 이유다.
계엄 문건이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실행을 결심하거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으니 처벌할 수 없다는 희한한 논리다. 대신 검찰은 조현천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기무사가 할 일도 아닌 위헌적인 계엄 문건 작성을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결론이 아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담당 검사가 작성한 불기소이유서에 따르면 수사를 통해 검찰이 확인, 인정한 사실은 이렇다.
2016년 10월 29일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가 시작된 이후, 군은 이미 11월 초에 시위가 격화될 시 군대를 투입해서 진압할 계획을 세웠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2017년 2월 중순, 조현천 기무사령관에게 시위가 격화되는 비상 상황을 대비해 위수령과 계엄령을 검토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하였고, 조 사령관은 2월 16일부로 기무사에 위장 명칭을 사용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여 계엄 문건을 작성하게 했다.
T/F는 위수령, 경비계엄, 비상계엄 시행 절차를 마련했고, 위수령·계엄 시행 시 병력을 출동시킬 계엄임무부대를 지정하고,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하는 비정상적 계엄사령부 편성 계획을 마련했으며, 국회가 계엄해제를 시도할 시 국회의원들을 검거할 계획을 고려사항에 포함시켜 문건을 완성했다.
문건의 결론 부분은 국방부 장관에게 문건을 보고한 이후 기무사가 탄핵 선고일까지 서울지역에 위수령이 발령될 시 증원할 부대, 방호계획 등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위수령이나 계엄 선포의 여건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며, 명령이 내려지면(의명) 계엄 시행 준비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조 사령관은 2017년 3월 3일 한 장관에게 계엄 문건을 보고하였고, 한 장관은 보고가 끝나자 "잘 이해했다. 검토는 종결하라"며 모호한 말을 남긴 뒤 조 사령관에게 문건을 돌려줬다.
이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기무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취임식이 열린 5월 10일 계엄 문건을 군사비밀로 둔갑시켜 위장 등록했다.
반쪽짜리 검찰 수사가 드러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