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3년 윌리엄 패롯이 그린 센강변 부키니스트의 모습
윌리엄 패롯
부키니스트는 파리 센강변 3km에 걸쳐 길게 줄지어 선 간이 서점과 서점상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고서나 중고 책, 옛 잡지, 옛 포스터, 판화 등을 파는데, 각각의 부키니스트들은 저마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열정도 대단하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30만 권의 책이 센강변 부키니스트들에게서 제공된다. 노상 서점이지만 규격화된 짙은 초록색 철제 박스가 있어서 퇴근할 때면 철제 박스를 자물쇠로 잠가 놓고 갈 수 있다.
부키니스트들의 전통은 16세기에 시작되었는데, 여러 회화나 문학 작품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뜻은 '오래된 책을 팔고 사는 사람'으로 책을 의미하는 '부캥'(bouquin)에서 유래했다. 1649년에는 서점 길드의 압력과 검열이 쉽지 않은 세력을 탄압하고자 하는 절대 왕정의 이해가 맞아 한동안 영업이 불가했던 시간도 겪었다. 그러나 다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고 1762년에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편찬한 사전에 처음으로 '부키니스트'라는 단어가 등재되었다.
프랑스 혁명(1789-1795) 중에는 공식 출간물이 대폭 줄었으나, 신문이나 혁명 세력이 찍어내는 선전 팸플릿의 유통은 급증했다. 이들의 가판대는 혁명 문건이 유통되는 시장의 역할을 했고, 귀족들이나 성직자들이 소유한 도서관과 서재들이 혁명 세력에 의해 털리면서, 부키니스트들 손에 진귀한 책들이 대거 들어와 시중에 유통되면서 양적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나폴레옹 1세 시절엔 센강변 정비 작업으로 강변이 더 아름다워졌고, 부키니스트들의 활약도 커져서 더 많은 부키니스트들이 생겨났고, 파리시 공공 상인으로서의 지위도 얻을 수 있었다. 1859년엔 파리시에 의해 부키니스트 양도권에 대한 규정의 윤곽이 만들어졌고, 1930년엔 지금의 초록색 박스의 규격이 마련된다. 2019년 파리의 부키니스트들은 프랑스의 무형 문화재로 등록되었고 지금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다리는 중이다.
올림픽 개막식 안전을 이유로 부키니스트 철거 계획이 범사회적인 비난과 조소를 받았던 것은 이들이 혁명과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들을 막았던 것은 절대 왕정의 독재였지, 그 어떤 사회적 소란도 아니었다. 2차 대전 종전 직전인 1945년 부키니스트 수는 현재 230명보다 많은 275명에 이르렀다. 그러니 '안전'을 핑계로 일시 철거를 말하는 정부의 제안을 이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