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모습
남소연
2024년 새해를 맞아 여러 언론사가 앞다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읽을거리는 많지만, 정리를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 개략적으로 흐름을 정리하던 중에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했다.
먼저 여러 언론사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국정 긍정률은 여전히 30%대 부정률은 60% 내외
② 지지하는 정당에서 무당층 강세, 민주 vs. 국힘 대등
③ 국정 심판론이 우세한 가운데, 민주당이 심판 정서 전부를 흡수하지 못함
④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하라'는 여론 우세
⑤ 예비 신당 중 이준석 신당만 10% 초반대 지지도 얻을 수 있음
간략하게 정리해보니, 지난해 여론 흐름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국정 긍정률이 30%대 초중반에서 고착화된 흐름은 이번 정부 출범 후 3개월 후부터 나타나 큰 변동 없이 그대로다. 부정률이 60% 내외로 우세하지만, 국정 부정률이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등 야당의 지지도에 모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라는 여론이 우세한데, 이것 또한 크게 바뀐 게 없다. 대부분 조사에서 수사해야 한단 의견이 60%대로 나타나고 있어서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가장 큰 악재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 국정 긍정률보다 김건희 여사 호감도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국정 긍정률에 분명한 하방압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신당의 경우 대부분의 조사에서 이준석, 이낙연,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열린민주당 등 3개로 물어본 것 같은데, 이들 중 이준석 신당만 10% 초반대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어서 다른 두 신당이 실제 총선에서 의미있는 득표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준석 신당도 지금보다는 더 분발해야 두 자릿수 의석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경향신문> 조사에서 주목해 봐야할 지점
이런 와중에 <경향신문>이 국정 운영 관련 긍정/부정 질문을 색다르게 던졌다. 국정 평가 문항의 선택지는 중간 선택지 없이 짝수 개를 제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매우 잘한다 - 어느 정도 잘한다 - 어느 정도 잘못한다 - 매우 잘못한다"라는 식으로 4점 척도를 쓰는 게 일반적이고, 한국갤럽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2점 척도를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경향신문>은 "1. 매우 잘하고 있다, 2. 잘하고 있는 편이다, 3. 어느 쪽도 아니다, 4. 잘못하고 있는 편이다, 5. 매우 잘못하고 있다"라고 중간 선택지를 포함해 5점 척도를 적용했다. 한국갤럽이 국정 잘잘못을 묻고 응답자가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응답하면 결과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과는 달리, <경향신문>은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항목을 불러 주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과는 긍정 29%, 부정 49%, 그리고 중립 평가 18%이다(경향신문은 '중도'라고 표현했지만, 이념성향 중도에 혼동이 있을 듯해 '중립'이라고 쓰겠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는 1년 전과 거의 비슷하다. 2023년 신년 조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 30.4%, 부정 50.0%, 중립은 17.7%였다.
이 같은 결과는, 중간 척도 없이 짝수 척도로 설문한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고 본다.
국정 중립 평가자에 주목해야 한다
여론조사 질문에서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를 빼고 좀 단순화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긍정 평가자는 대략 30%, 부정 평가자는 50%라고 볼 수 있다. 중립적인 평가자는 대략 20%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부정 평가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이들에게 긍정 vs. 부정을 꼭 선택하라고 한다면 5~10%가 긍정 평가로 갈 수 있고, 10~15%가 부정 평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이 같은 결과를 볼 때, 부정 평가자가 워낙 많으니 올해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야권이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다면, '지금 정세가 이어진다면 야권이 유리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지금 정세에 어떻게든 변동이 있다면 '어떻게 될지 알기 어렵다'라고 해야 맞겠다.
중립 평가자 20%가 모두 긍정 평가자 쪽으로 이동해야 긍정 vs. 부정이 50:50으로 대등하니, 중립 평가자 중 조금이라도 부정 평가자 쪽으로 이동하면 야권이 더 유리한 건 맞다.
이런 배분을 적용해볼 수 있는 사례는 지난해 10월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인데, 당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득표율과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의 득표율은 56.52% 대 39.37%였다. 만일 국정 긍정과 부정 평가자가 모두 각각 국민의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보고 중립 평가자가 두 후보에게로 분산된다고 가정하면 위 모형이 어느 정도 맞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총선 전망처럼 '지금 정세가 이어진다면 야권이 유리하다'라고 볼 수 있겠다.
국정 중립 평가자 중 1/3은 국힘 지지
그런데 중립 평가자의 분산 양상만 보면 국민의힘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율로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 진교훈 후보는 부정 50%에서 6.52%포인트 더 얻었고, 김태우 후보는 긍정 30%에서 9.37%포인트를 더 얻은 것처럼 보인다. 왜 이럴까.
물론 긍정/부정 평가자들이 두 후보에게 분산되거나 투표를 하지 않거나 해서 나타나는 현상이겠으나, 중립 평가자만을 따진다고 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그다지 유리해 보이진 않는다. 그건 이번 <경향신문>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다음의 표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