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티오가 마린 터미널에서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한 참석자 선글라스에 비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은 바이든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외교 안보 분야다. 상원의원 시절 주로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미숙하고 투박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술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등 그가 보여준 일련의 외교, 국방, 안보 이미지는 국민들이 굴욕감을 느낄 만큼 서툴렀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지지는 현재까지 어떠한 전략적, 도덕적 성과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서유럽 동맹국을 안심시킬 만한 미국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고,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은 미국의 바람과 달리 중국과 더 밀착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보란 듯이 미국의 말을 거스르는 중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취했던 중국에 대한 강한 압박 정책을 여과 없이 계승했지만 결국은 중국에 먼저 손을 내미는 멋쩍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방국들을 향해 대 중국 디커플링(중국을 배제한 국제 공급망)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더니 결국 그 자리를 슬그머니 디리스킹(중국과 단절 없이 다만 위험 관리)으로 대체한다. 그러더니 이제는 아예 미중 관계 개선을 말한다.
고령이라는 어쩔 수 없는 불안감도 스스로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사람 이름을 혼동하는 실수가 꼭 고령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그게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은 자신의 잘못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정치인의 숙명이다. 한마디로 억울해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분야가 경제다. 그의 집권 이후 대체적으로 미국 경제는 위기를 잘 극복해 내고 있다. 팬데믹의 긴 터널에서 나온 직후 미국은 40년 이래 최대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맞았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2년여가 지난 후 미국인들은 경기 호전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물가 안정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면서도 불황 위험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6월 9%대까지 오르던 물가 상승률이 현재는 3%대를 유지한다. 최근 조사에서 3.9%를 기록한 실업률 또한 역대 최저급이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다.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그들은 경제의 호전을 말하면서 동시에 바이든 정부의 경제실책을 지적한다.
지난 9월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8%는 지난 2년간 미국의 경제가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경제가 개선됐다는 평가는 28%에 불과했다. 분명 다양한 수치가 경기 호전을 가리키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전반적 불신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려야 할 대승적 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