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수제화 거리성동구 성수역 인근에는 수제화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서울시
성동구 성수역 인근에는 작은 구두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거대한 구두 모양의 조형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성동구에서 지역 특화사업으로 지원하는 성동 수제화 거리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성동구에는 462개의 신발이나 부품 제조 사업체가 있고, 1985명이 일하고 있다. 엄청나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이 숫자는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12년부터 성동구를 비롯해 서울시와 중소기업청 등 여러 기관이 제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쳤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제화공들의 불만은 2018년에 한 번 크게 터졌다. 수년째 동결된 수제화 공임을 견디다 못해 파업(형식적으로 개인 사업자인 제화공들은 파업권이 없다. 정확한 표현은 '일손 놓기'다-기자 말)을 감행했고, 제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후 전태일재단이 나서 2021년부터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상생위원회가 추진되었고, 올해 9월, 드디어 '제화산업 노사상생발전협의회'가 발족했다.
그러나 한국 제화산업의 문제는 하청 업체 내 노사 합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산물이다. 제화 대기업은 생산비가 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고, 복잡한 다단계 유통 구조는 사업주마저 열악하고 위태위태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개수임금제(구두 제작 개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는 체계)와 도급제는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가로막는다.
힘겨운 과정을 거치며 노사가 상생의 해법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갈 길이 멀 뿐만 아니라, 아직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안갯속이다. 이제 막 상생을 위한 첫발을 뗀 제화업체 대표 2명과 제화공 2명이 제화산업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논하기 위해 '대담한 대화'에 나섰다. 이들의 대화가, 새로운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까?
"구두 하나 만들면 노동자는 6500원, 사장은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