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함덕 어민들로 구성된 '내가 이순신이다 제주본부' 회원들이 6일 오전 함덕리 정주항 앞바다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덕 해상시위에서 오염수 방류되면 제주 바다는 다 죽고 그렇게 되면 우리 해녀도 죽는다고 했는데, 여기 해녀들도 똑같은 심정입니다. 요즘 파도가 세고 해서 바다에 못 들어가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도 해상시위 하자고 하면 다 할 겁니다."
화제를 '괴담' 논란과 정부의 대응으로 이어갔다. 김계숙 회장은 도쿄전력이 60종이 넘는다는 핵종 가운데 일부 핵종만을 측정하고, 나머지 핵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한 상태에서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일본이 IAEA에 기부금을 많이 내니까 일본 편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 또 일본이 IAEA를 돈으로 매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런데도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면 괴담이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대응을 따지는 대목에 이르자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발언 수위도 올라갔다.
"위안부 할머니가 얘기했듯이 윤석열이가 조선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이나 돼서 우리 국민을 무시하고 일본 편만 드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죠. 첫째로 우리 국민을 먼저 생각해줘야지요. 정부는 오염수를 정확하게 검사해야 하고요. 그리고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정말 괜찮다면 자기네 생활용수로 쓰든지, 농업용수도 쓰든지, 풀장을 만들든지 자국 내에서 알아서 하면 될 일 아닌가요?"
물질 인생 53년의 고단함
화제를 바꿨다. '해녀 김계숙'의 물질 인생 53년은 어떤 것이었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이 돌아왔다. "고단함"이란다.
"종일 피곤하죠. '물건'이나 많이 잡히면 좀 해소가 되기도 하지만, 물건이 안 나오면 진짜 피곤해요. 물질 나가면 한 서너 시간 이상 하는데 전보다 수확량이 많이 줄었어요. 그리고 전에는 한 달이면 보름 동안은 물질을 했는데, 요즘은 수협에서 '바다 물질 며칠 날 물건 받겠습니다', 하면 그날까지밖에 물질 못 해요. 또 파도가 세도 못 하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따지면 물량이 옛날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줄었습니다. 7, 8년 전에 비하면 5분의 1 정도예요."
고단하고 수입도 줄었지만 그래도 물질을 해서 2남1녀를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켰다고 한다. 이제 바다에 그만 들어가고 육지 농사나 지으며 편히 지내라는 말도 듣지만 바다가 익숙해져서일까, 그럴 생각은 없다고 한다. 농사지으러 밭으로 가면 허리, 다리가 아프고 막 짜증이 나곤 하지만 바다에선 허리도 안 아프다니 해녀가 천직일 듯싶다. 이런 그녀에게 오염수 방류가 어떤 충격일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아무리 해녀가 천직이라고 해도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우여곡절도 있었을 테고 위험한 일도 많이 겪었을 것 같다.
"7년 전쯤인가 함께 물질하던 해녀 할머니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어요. 나는 상군이니까 동료 해녀들과 좀 멀리 나가 물질을 하고 있었고, 그 할머니는 바닷가 가까운 데서 혼자 문어도 잡고 그랬는데, 작업 끝내고 나오니까 해녀 한 사람이 실종됐다는 겁니다. 결국 할머니 시신을 대마도에서 찾았어요. 해녀생활 하면서 가장 슬픈 일이었지요.
상어나 고래를 만나는 것도 해녀들에게는 무서운 일입니다. 나도 돌고래와 여러 번 마주쳤어요. 처음 돌고래를 만난 건 혼자 물질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정말 무서웠어요. 돌고래가 해녀를 해치지는 않아요. 우리 해녀들을 보고 장난치는 건데 우리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 무서워하는 겁니다. 요즘은 가끔 돌고래와 마주쳐도 덜 무서워하는 편입니다."
해녀 김계숙은 바다 생태계의 변화,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자원이 크게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고도 말한다.
"감태라고 미역과에 속하는 해초 있잖아요. 이게 엄청 많았어요. 그리고 식용인 참모자반도 많이 채취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런 해초들이 거의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소라도 미역 같은 먹이가 흔했을 땐 많이 잡았는데, 이제는 산란하는 시기와 조류가 겹칠 때나 있고, 아예 없는 해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