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동체에서 회원들과 같이 일하는 홍눙
김애화
생존 한국어 그리고 자녀 교육
한국에 온 후부터 지금까지, 홍눙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어 소통이다.
"힘든 점이 많았어요. 아이가 뭘 원하는지 알아듣기 힘들거나 아기가 아파 병원에 갔을 때 잘 알아듣지 못해 마음이 아팠어요. 남편과도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대화는 문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그저 나열할 정도인 경우가 많다. 가족을 포함하여 매일매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언어가 아닌 그저 경험으로 통할 뿐이다. 긴 대화라는 것이 거의 없는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몇 년 후부터 남편은 병원, 학교 등을 동행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혼자 갔다. 병원에서 의사의 말을 거의 못 알아들었다. 그저 간호사가 안내하는 대로 주사를 맞거나, 처방된 약을 열심히 먹일 뿐이었다.
아들 학교도 마찬가지다. 가정통신문이 오거나 전화가 오면 학교에 갔다. 선생님이 설명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거기서도 병원에서와 같이 그저 웃다가 오곤 했다. 선생님이 주는 설명문을 받아 와서 아이에게 그것을 준다. 그러면 아이가 읽는다. 그렇게 살아왔다.
아이의 언어 발달은 아이와 부모와의 상호작용 속에 이루어지지만, 홍눙은 가장 필요한 때에 그러한 도움을 줄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자녀생활지원' 지도사가 일주일에 2회 방문해 아이의 한국어 학습, 기타 생활에 도움을 주었다. 일상생활과 놀이를 통한 언어 교육이 부족하니 읽기, 쓰기 등의 학습도 늦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학교, 학습에 대해서는 아들이 알아서 했다.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아들과 대화한 적이 거의 없다.
"숙제도 아들이 했다고 하면 그런가하죠."
진로도 마찬가지다. 중3인 아들의 고교 진학에 대해 물으니 "H 고등학교에 가겠죠"라고 답한다. 그가 아는 고등학교 이름은 그것밖에 없다. 그런데 그 학교가 인문계라는 것을, 그 학교 외에 다른 특성화 고교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진로 상담이 시작된다. 지금쯤 고교 진학과 관련하여 상담이 있었을 터인데 모르고 있었다. 아들이 이야기를 안 한 것이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또 다른 언어소통의 문제는 새로운 기술과 맞닥뜨렸을 때이다. 읍에도 무인단말기가 늘고 있다. 선주민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다. 홍눙은 사용법을 타인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청할 때 움츠러든다. 홍눙은 운전을 잘하지만,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못한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한글 입력이 서툴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에 소리를 문자로 변환하는 기능이 있지만, 발음이 부정확하여 주소가 제대로 입력이 되지 않는다. 결국 갈 수 있는 거리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인터넷 적응은 그 자체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여러 번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반복적으로 물으니 도와주는 사람이 귀찮아하거나 짜증스러워하기도 한다. 이런 표정, 분위기를 한두 번 접하면 위축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기술, 새로운 상황에서 더욱 멀어진다.
온라인 한국어 교육이 있지만 홍눙씨는 온라인 교육을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그의 한국어 학습에 장애가 되는 것은 일이다.
"한국어를 많이 배워야 해요. 그런데 바빠요."
그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바쁘다' '돈 벌어야 한다'이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절박하게 했을까? 그의 절박한 필요는 상호 부딪히고 있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는 한국어 학습을 경제적 필요가 가로막고 있다.
홍눙의 꿈
일터, 집에서 인터뷰할 때 홍눙에게 전화가 많이 왔는데 베트남에서였다. 베트남 친구, 베트남 사촌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가 사는 한국에서는 전화가 안 왔다. 남편과 아이들은 학교와 일터에 있었고, 매일 만나니 통화할 일이 없을지 모른다. 베트남 친구와의 전화는 주로 영상 통화였다. 그들에게 그는 지금 무엇을 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슨 음식을 먹는지 계속 설명한다. 그는 어느 곳에 가나 사진을 많이 찍어 SNS에 올렸다. SNS에서 베트남어로 소통한다.
남편과 사이는 어떤지, 가족에게 바라는 것은 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무심한 듯이 말했다.
"16년 살았잖아요. 이제는 그럭저럭 살아요. 부부가 다 그렇죠, 뭐."
남편의 건강이 안 좋다고 했다. 특별한 병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매일 병원에 간다고 했다. 홍눙은 나이에 비해 노후 걱정을 빨리 하게 되었다. 그의 나이 아직 38세이다. 남편은 점점 건강한 몸에서 멀어지고 있다. 조만간 노동 능력도 현격히 떨어질 것이다. 아이는 크면서 경제적 요구가 늘고 있다. 정서적 밀착은 멀어지고 있다. 마땅히 기댈 곳 없는 타지에서의 노후에 대한 불안이 그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