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보도에 따르면, '독도.com' 도메인 소유자는 미국 국적자다. 도메인 최초 등록 시점은 2004년이고, 만료일은 다음 달인 5월 27일이다. 2004년에 등록된 이 도메인을 외무성 홈페이지에 연결해 놓은 것이다.
영어나 일본어가 아닌 한글로 돼 있기 때문에, 주로 한국인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도메인이다. 한국인 대부분은 외무성 홈페이지에 적힌 내용을 수긍할 리 없기 때문에, 이 도메인을 그곳에 연결한 주목적은 일본의 입장을 홍보하기보다는 한국인들을 자극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대응도 언론에 보도됐다. 한자 다케시마가 들어간 '竹島.jp'를 클릭하면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가 연결되도록 해놓은 일이 15일 알려졌다.
독도 밀약
1894년에 발발한 청일전쟁을 통해 청나라를 한국에서 밀어낸 일본은 1904년 2월 8일 또 다른 경쟁자를 몰아내고자 러일전쟁을 일으켰다. 그런 뒤 그달 23일 한일의정서 체결을 통해, 한국에서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과 한국에 대해 충고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의정서 제1조는 "대한제국 정부는 일본 정부를 확신하고 시정의 개선에 관한 그 충고를 용인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때는 1905년 11월 17일의 을사늑약(을사보호조약)이 강제되기 1년 9개월 전이었다. 한일의정서 체결은 한국이 을사늑약 상태로 끌려가는 과정 중에 일어났다. 한국의 자주권이 서서히 잠식되던 시기에 발생했던 것이다.
이 시기에 일본이 벌인 것이 독도 가로채기다. 러일전쟁 와중인 1905년 2월 22일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했다. "대한제국 정부는 일본 정부를 확신"하라며 믿음을 주고는 독도를 그런 식으로 빼앗은 것이다.
독도 한글 도메인을 외무성 사이트에 연결한 일은 독도를 시마네현에 연결한 일에 비해 낮은 수준의 도발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 공통되는 것이 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욕망이 숨길 수 없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독도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두 사안에 공통적으로 배어 있다.
타이완을 매개로 미·중 패권 경쟁이 격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매개로 미·러 패권경쟁이 가열되는 지금, 미국은 동맹국들 간의 결속을 더욱더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일본 정부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 의해서도 위안부·강제징용 같은 역사 문제가 억제되는 것은 백악관의 의중이 양국 정부나 정치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민당 독도대응팀이 올여름 새로운 독도 정책을 예고하고, 역사교과서를 한층 개악하고, 독도 한글 도메인을 매개로 자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본의 욕망이 숨길 수 없는 것임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의 세계 정책에 편승해 군사대국화를 이뤄나가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지금은 미국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을 자극하고 한·미·일 동맹을 약화시키는 일들이 일본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욕망을 숨길 수 없기에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