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노회찬이 최병승, 전의봉씨 등 관련해 자신의 SNS에 올렸던 내용.
노회찬재단
노동자 옥죄는, '손배 가압류'라는 올가미
2015년 7월 22일 부산고등법원 301호 법정.
2010년 11월 15일부터 시작된 울산 1공장 점거 파업, 2012~2013년 파업과 296일 철탑 농성, 2013년 현대차 희망 버스 등 사건 때마다 현대차 회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소한 재판이 열렸다. 47명의 피고인들이 법정을 가득 메운 가운데 형사 2부(재판장 박영재)는 2010년 11월 공장 점거 파업과 관련해 최병승에게 업무방해 혐의는 없지만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업무 방해 방조죄'를 인정해 벌금 400만 원을 판결했다.
1심에서 "최병승은 비정규직지회의 임원이 아니었고,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며, 점거 농성을 결정하는데 공모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하였던 것을 기각하고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핵심 지도부들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홍영표 노동위원장,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 야당 국회의원들이 들어와 '인사하고 농성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음에도 유독 최병승 만을 콕집어 유죄를 선고한 것은, 명백히 최병승으로 상징되는 사내하청 불법파견 철폐운동을 겨냥한 판결이었다. 이렇게 무리하게 업무방해 방조라는 얼토당토 않는 혐의를 만들어낸 건 최병승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대법원 승소자 최병승씨는 최초의 정규직 전환자가 되기는커녕 사측의 대법원 판결 무력화와 손배 가압류의 덫에 갇혀 해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이남신, '가짜사장' 전성시대, '불법'의 온상이 된 대기업들: [손잡고 손배소송 기고문③] 손배 가압류로 돌아온 대법원 현대차 하청노동자 승소 판결, <오마이뉴스>, 2017.1.19.).
이처럼 부산고법 판결은 검찰·노동부의 사용자 편향적 법집행을 정당화해 줬을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 방조죄'라는 기발한 무기를 제공해 줬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옹호한 것을 업무방해방조죄라는 죄목으로 뒤집어씌운 것이었다. '업무방해 방조죄'는 이미 그 실효를 다해 2007년 노조법이 개정되면서 사라진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의 새로운 버전이었다.
제3자 개입 금지조항은 1980년 12월 31일 노동쟁의조정법(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서 만든 대표적인 악법인 것이다. 그때에는 다른 사업장에 연대하면 이 악법으로 구속했다. 지지발언이나 기자회견만으로도 처벌을 받았고 심지어 조합원 교육을 한 사람들도 처벌을 받았다. 상급단체의 활동가들도 이 법으로 처벌을 받았다(김혜진, 악법은 어겨서 깨뜨린다는 진리, <매일노동뉴스>, 2015.7.30.).
사실 형법 314조의 '업무방해죄'만 하더라도 그동안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다양한 법적 물리적 제재로 노동자들은 해당 권리를 사용할 수 없다. 업무 방해죄는 산업 혁명 이후 유럽에서 노동자의 파업을 막기 위해 만든 법으로 현재 이 법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노동자의 파업을 업무 방해로 처벌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래서 2009년 11월 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약칭 유엔사회권위원회)는 한국정부에게 '파업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수단인 업무방해죄 적용'을 우려하며 시정을 권고하였다. 국제노동기구(ILO)도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형법 314조(업무 방해)를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시키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즉각 취하고,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유엔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마가릿 세카기야는 2014년 3월에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업무 방해와 같은 형법의 조항들을 이용해 파업권을 빈번하게 범죄화되는 현실을 우려하였다. 그는 2013년 당시 고공농성을 벌이는 최병승과 천의봉을 방문해 조사하기도 하였다.
기록 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6411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 노회찬] 송전탑 오른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회찬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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