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훈
- 두번째 징계 사유는 법적으로 매우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열람권이 없는 관장이 지속적으로 열람을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혐의인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상황이 벌어진 건 크게 세 번이다. 2021년 말쯤에 새해 업무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내가 지정기록물의 관리 현황을 보고해 달라는 업무 지시를 A과에 했다. 그런데 '관장은 지정기록물을 목록이든 내용이든 열람할 수 없다'는 보고가 올라오게 된다. 두번째로 2022년 2월경에 지정기록물을 관리하는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 약칭 지정 PAMS라고 하는데, 기능 개선이 종료돼서 그에 대한 완료 보고회가 있었다."
- 컴퓨터 프로그램?
"그렇다. 정보 시스템이다. 그래서 내가 권한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지정 PAMS의 기능 시연 요청을 했다. 시스템 기능을 이해하고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 그랬더니 또 '시연을 하다 보면 지정기록물의 내용이나 목록을 열람하게 되기 때문에 시연을 할 수 없다'고 하게 된다.
세 번째는 2022년 10월경에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 해제를 준비하기 위한 집중 회의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지정기록물의 관리 상태를 보고해달라고 하자, 또 계속 지연하거나 지정기록물의 내용이나 목록을 열람할 수 없기 때문에 상세 보고가 쉽지 않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관장이 지정기록물 열람권이 없는데 자꾸 열람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게 된 거다."
- 일단, 대통령기록관장에게 지정기록물 열람권이 없는 것은 맞나?
"나는 전문연구자로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령해석에 차이가 있을 때 내가 갖고 있는 의견만 관철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해서 직원들에게 강요하거나 관철하지 않았다. 다만 '법령상 명시되어 있는 최소한의 관리행위는 반드시 하자, 지금 문제는 그것도 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부터 하자'고 말했다."
- 최소한의 관리 행위도 안되고 있다? 그건 무슨 말인가.
"아까 지난해 10월에 지정기록물 해제를 위한 집중 회의를 했다고 말했는데, 그때 가서야, 즉 부임한지 1년이 되어서야 내가 알게 된 게, 노무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 중 전자 기록물이 아닌 비전자 기록물의 목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비전자 기록물의 목록?
"더 정확히 얘기하면, 비전자 기록물의 '건 목록(세부 목록)'이 없다는 사실을 내가 보고받았다. 비전자 기록물이라고 하면 거의 종이류 기록물을 생각하면 된다."
- 왜 없는 건가?
"(목록 작성을) 안 한 거다."
- 이관 된지 15년이나 지났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기록물을 이관 받은 이후에 정치적으로 지정기록물을 둘러싼 논쟁이 있어서 직원들이 여러 휘둘림이나 피해를 봤다는 것, 나는 인정하고 공감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법률과 시행령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지정기록물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첫째, 최소한 목록을 작성하고 있어야 하고, 두 번째, 상태가 곰팡이가 슬었는지, 찢어지지는 않았는지, 전자 기록물일 경우에는 파일이 열리는지, 즉 상태를 검사해야 한다. 세 번째로 정수 점검이라고 해서, 숫자가 다 맞게 있는지, 몇 쪽인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 작년 10월까지 목록이 없었다는 것은, 이관 이후 15년 동안 그런 점검을 한 번도 안 했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국민들이 그렇게 질책해도 우리들은 할 말이 없는 거다."
- 혹시 그런 점검을 목록이 없어도 할 수 있나.
"목록이 없으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 조금 충격적인데, 그러면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15년 동안 그냥 창고에 있었던 것 뿐이라고 할 수 있겠네?
"그렇다."
- 없어져도 없어진 줄 모르고?
"음… 그런데 그 부분은, 종이류 기록물은 철로 집게로 묶여 있고, 그 철들은 다시 문서 상자에 들어가 있고, 문서 상자는 더 큰 라면 상자 크기 정도 되는 보존 상자에 들어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중 잠금장치가 돼있는 지정기록물 서고에 있고, 그 안에는 스티커나 RFID 등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분실이나 유출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 다만 방기돼 있었다?
"그렇다. 방치되어 있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지정기록물 공개 5년 더 미루려는 움직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