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서 ESG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오선자 프로
안진완
유럽연합(EU)이 '기업 지속성 실사 지침(CSDDD)'을 제정하고 세계적으로 상품 제조의 전과정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가 전통적인 갑을 관계가 아니라 이제 명실상부하게 협력 관계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CSDDD는 흔히 공급망 실사 지침으로 불린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서 협력업체 ESG컨설팅을 주도하는 오선자 프로(삼성전자 부장)는 지난해부터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상생협력센터에서 오 프로를 만나 대기업의 협력업체 ESG컨설팅 지원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5개 기업 컨설팅... 온실가스에서 ESG 전반으로 업무 확대
- 삼성전자에서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시죠?
"삼성전자의 상생협력센터에서 협력업체 ESG컨설팅을 맡고 있어요. 상생협력센터는 협력사 대상으로 구매정책 설명 등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데, 저는 센터의 상생협력아카데미 소속입니다. 아카데미는 협력업체 교육과 현장 컨설팅의 두 가지 기능을 갖췄고, 저는 그중에서 컨설팅 쪽에서 ESG컨설팅을 담당합니다."
- ESG컨설팅 조직은 언제 생겼나요?
"지난해 2월 출범했어요. 원래 ESG 전담 조직으로 출발했지만, 첫 업무는 협력사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교육하는 것이었어요. 올바르게 계산했는지 알려주면서 절감 방안을 같이 고민하죠. 검증까지는 아니고요."
-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도 크게 보면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ESG경영 컨설팅으로 보긴 어려울 텐데요.
"그렇죠. 업체들을 다녀 보니까 온실가스 감축 외에 ESG경영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충 토로가 더 많았어요. 니즈에 맞춰 빨리 대응했죠."
- ESG컨설턴터는 모두 삼성전자 직원인 거죠?
"예. 모든 분야를 통틀어 컨설턴터가 70명가량인데 ESG 쪽은 처음에 7명으로 시작해서 지금 10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각 사업부에서 20~30년 경력을 쌓아 베테랑이 됐다고 할 수 있는 직원 중에서 지도역량 등을 감안해서 뽑았어요."
- 처음엔 온실가스에 초점을 맞추다가 ESG 전반으로 확대했다고요.
"협력사 입장에서 배출량 산정과 작성보다 더 중요한 건 배출량 감축이잖아요. 감축은 투자를 수반하게 돼 그 이상으로 논의가 발전하지 않더라고요. 그런 거 말고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 전자산업의 공급망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립된 글로벌 비영리 기구)나 외부 ESG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알려달라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ESG경영 수준 진단과 개선 과제 도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결정했죠. ESG컨설팅은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했어요."
- ESG경영의 범위가 넓잖아요.
"ESG 중에서 거버넌스는 당분간 업무 범위에서 뺐어요. 지배구조라든지, 배당 이사회 이런 문제는 예민한 내용을 포함하기에 저희는 주로 환경(E)하고 사회(S)에 집중합니다. 저희가 ESG 전문가로 시작한 게 아니고, 개인 간에 차이가 있는 데다 업체들도 수준과 요구가 달라서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어떤 회사는 교육 위주로 하고, ESG팀이 있고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춘 중견업체는 보고서나 공시 준비를 돕고, 홈페이지 개편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컨설팅 비용을 받지는 않습니다."
- 10명 내에 역할 분담이 있나요?
"전원이 각자 업체를 배정받아서 책임지고 그 회사를 컨설팅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는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회(S)를 조금 더 많이 알고 잘하고 환경(E)이 조금 약할 때 E에서 과제가 생겨서 제가 힘이 부친다면 E를 더 잘하는 분이 합류해서 도와주는 식으로 가변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 몇 개 기업을 컨설팅 하셨나요?
"지난해 2개, 올해 3개 해서 모두 5개 기업에서 진행했어요. 제가 좀 많이 한 편입니다. 처음에 ESG 파트를 만드는 일을 했고 운영에 관여한 데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있어서요. 더 잘해볼 생각에 ESG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원에도 들어가서 이제 2학기를 마쳤습니다."
- 삼성전자 자체의 ESG팀과 별개로 협력사 ESG경영을 지원하려면 컨설턴트로 선발된 사람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 않나요.
"지난해 상반기엔 계속 교육만 받았어요. 근데 계속 교육만 받다 보니까 뭔가 겉도는 느낌이 들어 일단 부딪히며 현실을 배워가자며 지난해 하반기에 실무에 돌입한 거죠."
- 회삿돈으로 공부하고, 좋은 직업이네요.
"그래서 아무나 여기를 못 와요. 보통 각 사업부에서 추천해 선발했는데, 문이 닫혀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제 회사 내에서 공개 모집할까 해요."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현실적인 고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