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군사 반란은 성공했다. 영화에서는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이 홀로 바리케이드를 넘어 연행되는 장면으로 진압 실패를 암시한다. 하지만 역사적 진실을 오롯이 담았겠느냐는 의문도 있다.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당시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서울의 봄> 이태신 역의 모티브)은 노재현 국방부 장관의 병력철수 지시를 그대로 이행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에서 봐야 할 건 군사반란 세력에 맞서는 참군인의 분투가 아니라, 군사반란 세력의 음모와 대통령 이하 집권자들의 무능함이다.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영화 속 전두광의 궤변은, 1995년 서울지검 공안부 장윤석 검사의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두둔되기도 했다. 전두환은 2021년 자연사했다. 백담사 3년의 은둔과 짧은 수형생활이 있었지만 그것으로 군사반란, 광주학살 등의 죗값을 치렀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군사 반란에 직접 가담했던 군인들은 국회의원, 장관 등으로 승승장구했고 지금도 누구 하나 고개 숙이지 않는다. 분노가 영화 <서울의 봄>을 감상하고 난 감정으로만 남아선 안되는 이유는, 살아있는 그들에게 12.12 군사반란은 '성공한 혁명'이 아닌 '실패한 반역'임을 각인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역사에서 배울 점이 생긴다.
"느그집 개도 내가 간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집에 키우는 개도 간첩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전두광의 엄포는 역사적 사실로 남아있다. 전두환이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이후 숱한 사람들에게 간첩의 올가미가 씌워졌다. 1980년 광주 항쟁에서 무장 시민들은 북에서 침투한 북한 특수부대로 덧칠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영화 <남영동 1985>은 김근태 민주당 의원의 고문을 다룬 영화다. 빨갱이를 축출해낸다는 명목으로 22일간 상상하기 힘든 고문이 가해졌다. 영화를 본 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극장이 찢어질 듯한 신음과 절규는 아직도 생생하다. 전두환의 뒤를 이은 노태우 정권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1991년 5월, 나의 친구는 분신 배후의 고문을 받다가, 결국 이적단체 구성원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정말로 기르던 개도 간첩으로 만들 수 있던 시대였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반란군이 군사 반란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무기나 병력의 규모가 아니라 '정보력', 나아가 누가 자기의 편인 줄 모르는 사조직 하나회의 운용 덕분이었다. 영화 속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입니다"라고 일갈했지만 전두광에게는 비웃음만 살 충고였던 셈이다.
계급이나 소속에 무관하게 그들은 형님과 아우가 되었고 하나회에 속하지 않았던 군인들은 그들에게 반란을 가로막는 적이었다. 전두광이 사령관으로 있었던 보안사령부는 도청으로 훤히 진압군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국방부 장관조차 뒷배경이 되어주지 못한 진압군에게 패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회 사조직과 윤석열 사단은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