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
브랜드 파이낸스
영국의 또 다른 컨설팅업체 '포틀랜드 커뮤니케이션'이 발표한 2019년 소프트 파워 순위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G7 국가들이 모두 상위 11위 안에 속한 반면 중국, 브라질, 러시아는 각각 26, 27, 30위에 머물고 있다.
시민의 자유와 관련한 지표를 보면 차이는 더 확연하다. 미국의 싱크탱크 '프리덤하우스'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의 자유지수 3등급 가운데 G7 국가는 모두 '자유' 판정을 받았지만 브릭 국가 가운데서는 인도, 브라질만 '자유' 판정을, 러시아와 중국은 가장 낮은 '부자유' 판정을 받았다(한국은 '자유' 그룹 판정).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를 보면 두 그룹의 이질성은 더해진다. 2022년 자료에서 5개 등급 가운데 독일(16위), 캐나다(19위), 영국(24위), 프랑스(26위), 미국(42위)이 2등급을, 이탈리아(58위), 일본(71위)이 3등급을 받는 반면 브라질(110위), 인도(150위), 러시아(155위), 중국(175위)은 모두 최하위 5등급을 얻었다(한국(43위)은 2등급).
이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국제사회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브릭 국가들이 중점을 두어야 하는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등 브릭의 지도자들은 미래의 국가 비전을 위해 소프트 파워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수차례 중국의 소프트 파워 증대를 강조한 바 있으며 올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도 '국가의 문화 소프트 파워를 뚜렷하게 강화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역설했다. 하지만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시진핑 체제 들어 더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 나라의 모습
'소프트 파워'의 주창자 조지프 나이 교수는 저서에서 중국 정부의 '반 소프트 파워' 전략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 선박이 스카보로 해안에서 필리핀 선박을 내몰았을 때, 그들은 중국의 외딴 지역을 장악했지만 필리핀에서 중국의 소프트 파워가 감소하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수많은 반체제 인사들을 제거하고 이웃나라 조지아, 우크라이나를 차례로 침공했다. 2022년 2월부터 러시아는 9개월째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으며 핵 전술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러시아의 '매력'은 그만큼 하락한다.
브라질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체제에서 광대한 영역의 아마존 삼림이 파괴되는 현실을 겪어야 했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브라질 국토 내부의 아마존 삼림이 최대 20% 손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 이유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되기까지 했고 그의 집권기에 브라질은 많은 국가들로부터 외면을 당해야 했다.
지난달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당선인은 승리를 확정지은 직후 아마존 삼림의 복구를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했다. 다행히 국제사회는 이에 반응했고, 유럽의 최대 아마존 기금 공여국이었던 노르웨이는 그동안 중단됐던 지원금 재개를 발표했다.
지난 10월 30일 한국에서 있었던 이태원 참사 바로 다음 날, 인도의 구자라트 모르비에서는 다리가 무너져 최소 14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행자 전용 현수교였던 해당 다리는 동시 수용 인원이 150명이었으나 사고 당시 500명이 동시에 올라서 있었다고 한다.
더 심각한 일은 해당 다리가 7개월 전부터 보수공사를 위해 폐쇄돼 있다가 사고 닷새 전에 재개장했다는 사실이다. 수개월의 보수작업 동안 공사의 핵심인 케이블은 교체하지 않고 다리 바닥만 손을 본 것으로 드러나 인도의 기반 시설 관리 부실이 또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인도는 교량, 도로 등 기반 시설에 대한 안전의식 부재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6년에는 동부 캘커타의 한 다리가 무너져 26명이 사망하기도 했으며 2011년에는 다르질링에서 30킬로 떨어진 북동부에서 역시 교량 붕괴로 3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 한 달여 시간, 매체에 자주 등장했던 이들 네 나라의 모습은 그들의 야심 찬 포부와 달리 지도력을 갖춘 국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최근 정권교체를 이룬 브라질은 국제무대로 복귀를 서두르고 있기는 하다. 한때 브라질을 세계 경제 8위까지 끌어 올리며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룰라의 기적'이 부활할지 지켜볼 일이다.
한국이 앞으로 가게 될 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