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영남대 교정
영남대
영남대학교가 이승렬·김문주 교수를 대상으로 3년 전 일을 문제삼아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은 2019~2020년 각각 교수회 의장과 사무국장을 지내며 학내 민주화를 촉구한 바 있다.
사건 경과는 이렇다. 최외출 교수가 총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21년 2월 18일, 총장 직속기구인 영남대 법무감사처는 이승렬 교수에게 감사 진행 사실을 알리며 소명서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징계를 시도했다. 사유는 네 가지였다.
① 2019년 5월 영남대의 전신인 구 대구대의 설립자 집안,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부를 운영해온 경주 최씨 집안의 유족 최염 선생 초청 강연 건
② 2019년 8월 학내의 특정 인사(최외출 총장, 당시 교수)를 검찰에 고발한 건
③ 동성로에서 개최된 검찰개혁 3차 촛불집회에서 검찰이 수사 중인 특정 인사 고발 건을 언급하며 "박근혜의 하수인"이라 칭한 사실
④ 총장 선출 규정 개정 부결의 부당함을 경북대 국감장에서 호소한 건
교내외에서는 '표적 감사', '부당 징계 시도' 논란이 일었다. 이 교수 등 교수회가 비판해오던 최외출 교수가 총장으로 취임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가 문제삼은 항목 중에도 '특정인사 비판·고발'이 포함돼 있다. 최 총장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측근이자 학교법인인 영남학원에서 막강항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자 후손 초청 강의는 왜 문제인가
그런데 더 놀라운 사유가 있다. 영남대 전신인 대구대학 설립자의 손자 최염 선생을 교수회가 초청해 그 집안의 독립운동의 역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정신을 듣고자 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경주 최씨 집안이다. 신라 말 이름난 문장가인 최치원의 후손으로 300여 년간 조선 최고의 부자로 명성을 누렸다. '마지막 최부자'로 알려진 최준의 임시정부 독립운동자금 지원과 백범 김구와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1914년 독립운동가인 안희제가 백산상회를 세워 독립운동자금 조달계획을 세웠고, 최준은 발기인으로 자본금을 지원했다.
안희제는 1942년 일제의 고문에 순국했고, 광복 뒤 백범 김구가 최준 선생을 만나 독립운동에 소중히 사용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때 최준은 안희제의 고향인 경남 의령 방향으로 절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가산을 정리해 구 대구대학을 설립했다. 영남대의 전신을 만든 집안 인사를 초청한 게 문제라니. 놀랍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