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만년필 브랜드 콘웨이 스튜어트(Conway Stewart)
김덕래
어떤 업종도 경쟁 자체가 없는 분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만년필계도 예외일 수가 없어 힘 겨루는 과정에서 오마스, 델타처럼 명맥이 끊긴 제조사도 무수합니다. 그래도 콘웨이 스튜어트는 뒷심을 발휘해 1998년, 카웨코나 에스터브룩처럼 기어이 부활에 성공하고야 맙니다. 하지만 마냥 순조로울리가요. 가까스로 일어서긴 했으나, 오랜 휴지기를 거치며 하체 근육이 빠진 상태였습니다. 주저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차분히 몸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일일이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영국의 위상을 드높인 인물은 차고 넘칩니다. 아르키메데스, 가우스와 함께 세계 3대 수학자 중 한 명으로 일컬어지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경쟁상대를 찾기 힘들만큼 인류 역사상 최고의 극작가로 남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불세출의 영웅들을 제치고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로 회자된 인물이 바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정치가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입니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영국의 국가수장이었고, 195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탁월한 문장가였으며, 또 전시회를 여는 수준의 그림 실력을 가진 화가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그조차 모든 이들로부터 좋은 평을 듣진 못했으니, 무시로 나를 경원시하는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더라도 상처받을 이유가 있을까요.
콘웨이 스튜어트는 처칠에 대한 오마주로 다양한 컬러와 문양을 적용한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이 펜은 'WES(Writing Equipment Society)' 20주년을 기념해, 2000년 한정 생산한 200자루 중 하나입니다. 레진이나 금속 소재가 보편화된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에보나이트로 제작해, 만년필이 부흥하던 1900년대의 정취를 맛볼 수 있습니다.
플랫한 형태의 캡탑 디자인을 적용해 클래식한 느낌을 살리고, 캡과 배럴 전체에 빗살 형태의 기로쉐 패턴을 음각으로 새겨 넣는 것으로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충전 메커니즘입니다. 실용성을 강조한 카트리지나 컨버터에 밀려, 더는 보기도 드문 레버 필러를 적용해 절로 예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애연가로 잘 알려진 처칠의 입에 늘 물려 있던 시가를 쏙 빼닮은 만년필입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만년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