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8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이곳에는 23개동 2,990세대(지하 4층에서 최고 지상 35층)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권우성
최근 서초구 반포동의 재건축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격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었음에도 역대 최고가인 3.3㎡당 5668만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는 택지감정평가액 4204만원에 기본형 건축비 798만원, 택지·건축 가산비 666만원을 더한 값이다. 지난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4892만원(3.3㎡ 기준)보다 약 16% 높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 뻥튀기를 막기 위해 일정한 건축비에 택지비를 더하여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다. 이런 규제 하에서도 초고분양가가 산정됐으니 분양가상한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초고분양가는 크게 오른 주변 시세를 반영한 택지비 산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래미안 원베일리 토지비 감정가격은 적정한 수준일까. 또 아파트 분양가격 산정 시 택지비는 어떻게 결정되는 게 맞을까.
부동산 시세의 여러 얼굴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먼저 '부동산 시세'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는 흔히 '시세'를 부동산의 가치나 가격과 혼용하고 있다.
A씨의 사례를 보면 그는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강남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업자들은 이 빌딩의 시세가 200억원대라고 한다. 공시지가는 70억원 정도다. 12년 전 증여받을 당시 공시지가 30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냈고,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이 빌딩가격의 가격은 10년 전 증여받을 당시에 비하여 3배 이상 올랐다.
A는 쓸 돈이 부족해지면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는 빌딩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는다. 해가 가면갈수록 빌딩 가격은 상승하므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의 하락으로 담보대출 이자는 점점 낮아지고 있으니 전혀 부담이 안된다. 금리가 하락할수록 빌딩 가격은 더 올라간다. 올해 초에도 10억원을 추가로 대출 받아서 2억원 정도는 대출이자로 떼어놓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쓰고있다.
이 돈이 다 떨어지면 또 대출을 받으면 된다. 빌딩가격은 올라있을 것이므로. 엊그제도 부동산업자에게 연락이 와서 한 투자자가 250억원에 구입하고 싶어하니, 매도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 이 빌딩이 250억원에 거래되는 순간 일대의 빌딩 시세는 25% 더 높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될 것이며, 시세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사모펀드·투자회사들은 은행의 돈으로 빌딩을 사고팔며 계속 시세를 올려준다. 빌딩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종전보다 높은 거래가격이 계속 찍히고, 그 높은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다시 대출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높아지는 실거래가가 부동산의 시세이고 가치일까.
부동산 '시세'란 사람들의 불안 심리, 투기 심리가 그대로 투영된 날 것의 가격이다. 동시에 기존 자산의 소유자, 담보대출이 주요 수입원인 은행 등의 금융회사, 건설을 통한 분양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건설회사 등의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로 몸살을 앓던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도입됐다.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실제 거래가격을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실거래가 신고제도를 도입한 것은 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단한 발전이긴 하지만, 실거래가격은 사람들의 투기 심리와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데 악용되기도 했다. 또 온갖 불법, 탈법 거래를 조장하는 데 활용되기도 하였다. 거래되지 않은 허위의 실거래가를 신고한다든지, 실제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신고하여 시세를 높이거나, 대출을 많이 받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거래가격은 더 높은 가격에 팔고 싶은 매도인의 욕망, 지금보다 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 같은 투기 심리에 기댄 매수인의 욕망, 최대한 적은 세금을 내고 가족에게 증여하고 싶은 욕망, 적은 자기자본으로 많은 대출을 받아 더 좋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 자신들이 일으킨 대출이 부실해지지 않기 위해서 부동산 가격을 계속 상승시켜야 하는 은행의 욕망 등이 그대로 투영된 들쭉날쭉한 가격이다.
때문에 특정 부동산의 가치를 '실거래가격'이라는 한 가지 데이터만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은 불완전하며, 어떤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삼을지에 따라 가치 평가의 편차가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에 대한 판단 기준을 오로지 '실거래가'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