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3년 동안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를 찾으려 할 땐 여러 선수를 검색할 필요가 없다. 두산 베어스의 양의지가 8회, 삼성 라이온즈의 강민호가 5회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면서 두 선수가 사이 좋게 양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1985년생 강민호가 어느덧 만 38세, 1987년생 양의지 역시 만 36세로 노장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사실 KBO리그의 '포수 고령화'에 대한 고민은 비단 강민호와 양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KBO리그는 SSG 랜더스의 이지영이 만 38세, 한화 이글스의 최재훈, KIA 타이거즈의 김태군, NC 다이노스의 박세혁, kt 위즈의 장성우, LG 트윈스의 박동원이 만 34세, 롯데 자이언츠의 유강남, 키움 히어로즈의 김재현이 만 31세로 대부분 구단의 주전 포수들이 만 30세를 훌쩍 넘었다. 포수의 늦은 세대교체는 KBO리그의 고질적인 고민이었다.

올 시즌에도 경험이 많은 30대 베테랑 포수들에 대한 구단들의 의존이 큰 편이다. 하지만 각 구단에서 젊은 포수 육성에 힘을 쏟고 있고 1군에서 실전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고 있는 20대의 젊은 포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몇몇 선수들은 이미 공수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팀의 주전포수로 활약하거나 고액연봉을 받는 30대 포수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김형준] 장타력 보유한 차세대 넘버원 포수
 
김형준 시즌 4호 홈런 4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NC 김형준이 5회초에 선두타자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 김형준 시즌 4호 홈런 4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NC 김형준이 5회초에 선두타자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2022시즌이 끝나고 양의지가 '친정' 두산으로 컴백하자 NC는 4년 동안 두산의 주전포수로 활약했던 박세혁을 4년 총액 46억 원의 조건에 영입했다. 박세혁이 2021년 타율 .219 무홈런, 2022년 타율 .248 3홈런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많은 금액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양의지를 잃은 NC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박세혁은 NC 이적 첫 시즌 88경기에서 타율 .211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박세혁이 FA 계약 첫 시즌부터 100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이유는 머리와 손목 등의 부상과 함께 후반기에 복귀한 유망주 포수 김형준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양의지의 뒤를 이을 대형 유망주로 주목 받다가 전역 20일을 남기고 십자인대파열로 수술을 받은 김형준은 2023년 8월 말에 1군에 복귀해 26경기에서 타율 .236 6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의 주전포수로 활약하며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가을야구에서도 주전포수로 나서며 좋은 활약을 선보인 김형준은 올해도 27경기에 선발 출전해 234.1이닝을 소화하며 8경기에서 80이닝을 소화한 박세혁을 제치고 NC의 주전포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형준은 선천적으로 주력이 느리고 무릎수술경력까지 있어 통산 도루가 0개일 정도로 주루에서는 크게 기대할 부분이 없다. 하지만 배짱 있는 투수리드와 함께 강한 어깨를 과시하며 수비형 포수 출신 강인권 감독의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

6일 현재 타율 .269를 기록하고 있는 김형준은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포수로도 유명하다. 2023년 26경기에서 6홈런을 기록한 김형준은 올해 28경기에서 7홈런을 때려내며 일찌감치 커리어 최다홈런기록을 갈아 치웠다. 프로 데뷔 첫 두 자리 수 홈런이 유력한 김형준이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20개 이상의 홈런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김형준이 한국야구의 차세대 포수 1순위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준수] 이적생 포수 위협하는 '로컬보이'
 
실점 막는 한준수 4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NC 3회초 1사 만루에서 1번 최정원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주자 김형준이 홈에서 KIA 포수 한준수에게 태그아웃되고 있다.

▲ 실점 막는 한준수 4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NC 3회초 1사 만루에서 1번 최정원의 중견수 플라이 때 3루주자 김형준이 홈에서 KIA 포수 한준수에게 태그아웃되고 있다. ⓒ 연합뉴스

 
트레이드로 영입한 거포형 포수 박동원이 FA자격을 얻자마자 LG로 이적한 후 KIA는 포수문제로 고민하다가 2023년 7월 삼성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김태군 포수를 영입했다. 김태군은 KIA 유니폼을 입고 65경기에 출전하며 주전포수 역할을 잘 소화했고 KIA는 2023년 10월 김태군과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5억 원의 비FA다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태군은 다년 계약 첫 시즌부터 후배선수에게 주전 포수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김태군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선수는 광주의 '로컬보이' 한준수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한준수는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2019년 7경기 출전이 1군기록의 전부였다. 2020 시즌이 끝나고 상무 야구단 지원에서 탈락한 한준수는 22사단 수색대에서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마쳤다. 한마디로 한준수는 성장이 더딘 포수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군복무를 마친 한준수는 2023년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256 2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급기야 올해는 다년계약을 체결한 주전포수 김태군의 자리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준수는 올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타율 .375 24안타 1홈런 13타점 9득점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김태군이 시즌 15안타, 한승택이 무안타인 점을 고려하면 한준수가 KIA 포수들 중 얼마나 독보적인 타격능력을 보여주는지 알 수 있다.

한준수는 올 시즌 홈런이 1개 밖에 없지만 5개의 2루타를 때려내면서 5할의 뛰어난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통산 81경기 출전에 불과한 신예포수 한준수가 통산 1318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김태군의 경험치를 하루아침에 따라 잡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2023년 김태군이 합류하기 전까지 안방에 큰 고민이 있었던 KIA에게 한준수의 급성장은 행복한 고민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김기연] 현역 최고포수의 든든한 백업 

2023년 11월 22일,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에서는 최주환(키움)과 우규민(kt), 김강민(한화) 등 스타선수들이 대거 팀을 옮기면서 야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전체 6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두산은 프로 입단 후 8년 동안 1군 무대에서 고작 42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LG의 백업포수 김기연을 지명했다. 1라운드에서 김기연을 선택한 두산은 2, 3라운드에서는 모두 '패스'를 외쳤다.

두산은 통산 8개의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보유한 팀이다. 하지만 두산은 양의지라는 확실한 주전포수에 비해 장승현, 안승한 등 백업포수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아쉬웠고 백업포수 경쟁에 긴장을 심어주기 위해 '잠실라이벌' LG에서 김기연을 영입했다. 물론 김기연 역시 LG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실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김기연 지명을 반대하는 두산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기연 영입은 두산이 지난 비시즌 동안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됐다. 김기연은 올 시즌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333 13안타 1홈런 3타점 5득점으로 백업포수로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지난 4월 24일 NC전에서는 프로 데뷔 9년 만에 첫 홈런포를 터트렸고 지난 3일과 4일 어린이날 시리즈에서는 '친정' LG를 상대로 이틀 연속 양의지 대신 주전마스크를 쓰며 두산의 연승에 힘을 보탰다.

3일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수비에서도 실책 하나를 기록했던 김기연은 4일 경기에서 2루타 하나를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두산의 연승을 견인했다. 김기연이 포수로 출전해 제 역할을 해주는 경기가 늘어나면 만 36세의 양의지는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아직 '양의지의 후계자'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지만 두산은 올 시즌 김기연이라는 양의지의 든든한 백업포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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