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리버풀 FC와 토트넘 홋스퍼 간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에서 토트넘의 손흥민이 골을 넣은 후 팀 동료인 히샬리송(가운데), 브레넌 존슨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4년 5월 5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리버풀 FC와 토트넘 홋스퍼 간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에서 토트넘의 손흥민이 골을 넣은 후 팀 동료인 히샬리송(가운데), 브레넌 존슨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토트넘과 대한민국 축구의 레전드' 손흥민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개인 통산 300번째 경기 출전에 120번째 골이라는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소속팀의 극심한 부진 속에 손흥민은 대기록을 세우고도 정작 축하받지 못했다.
 
5월 6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경기에서 원정팀 토트넘은 리버풀에게 2-4로 패했다. 손흥민은 선발 출전하여 1대 4로 끌려가던 후반 32분 추격골을 터뜨렸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리버풀전은 손흥민 EPL 진출 이후 통산 300번째 경기였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잉글랜드 무대로 진출했다. 같은 해 9월 13일 5라운드 선덜랜드전에 선발 출전하며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손흥민은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며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은 2년 차인 2016-17시즌부터 올시즌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특히 2021-2022시즌에는 23골로 아시아 선수 최초의 리그 득점왕까지 올랐다. 매년 기복없는 활약과 자기관리로 부동의 주전 자리를 놓치지않았던 손흥민은 마침내 토트넘 입단 9시즌 만에 대망의 리그 300경기 출전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에서 300경기 이상을 출전한 토트넘 선수는, 손흥민의 전 팀동료이자 지금은 토트넘을 떠난 골키퍼 위고 요리스(361경기)와 해리 케인(317경기)뿐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상 3번째로 이름을 올리며 자타가 공인하는 '토트넘의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2025년까지 토트넘과 계약되어 있는 손흥민이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케인과 요리스마저 넘어서 구단 역사상 PL 최다출장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있다.
 
또한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120골은 역대 공동 2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0-2010년대를 풍미한 잉글랜드와 리버풀의 레전드 미드필더였던 스티븐 제라드와 동률이다. 손흥민은 리버풀을 상대로만 5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으로 올시즌 17골(전체 7위), 9도움(6위)을 기록했다. 전체 공격포인트는 26개로 전체 5위이자 토트넘 팀내 1위다. 아스날전 PK골 이후 2경기 만의 득점이자, 필드골로는 지난 3월 31일 루턴 타운전 결승골 이후 무려 6경기 만이었다.

이처럼 손흥민 개인의 시점으로만 보면 위대한 업적이고 축하받기에 충분한 하루였지만, 유감스럽게도 토트넘에게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계속된 팀의 심각한 부진과 연패 속에 손흥민의 대기록은 묻혀버렸다. 손흥민은 모처럼 골을 터뜨리고도 추격이 바쁜 상황에서 세리머니조차 하지 않았다.
 
토트넘은 이날 리버풀에 패하며 충격의 4연패 늪에 빠졌다. 토트넘은 지난달 뉴캐슬(0-4)전을 시작으로 아스널(2-3), 첼시(0-2)에게 내리 무릎을 끓은 바 있다. EPL 홈페이지에 따르면 토트넘이 리그에서 4연패를 당한 것은 2004년 이후 무려 20년 만이었다.
 
4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티겟도 사실상 물건너 갔다. 한달 가까이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토트넘은 18승 6무 11패(승점 60)로 5위에 머물렀다. 현재 4위 애스턴빌라(승점 67)가 브라이튼에게 0-1로 덜미를 잡히며 승점 7점차를 유지했다.
 
토트넘은 3경기(번리-맨시티-셰필드), 빌라는 2경기(리버풀-크리스탈 팰리스)를 남겨두고 있는데, 토트넘이 잔여경기를 모두 이겨도 빌라가 승점 3점만 더 따내면 토트넘의 UCL행은 좌절된다. 6위 뉴캐슬(승점 56점)도 바짝 추격해오고 있어서 자칫 5위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
 
토트넘의 최근 경기력은 그야말로 재앙 수준이다. 치열한 4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창 뒷심을 발휘해도 모자랄 시점에 오히려 경기력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4연패를 당하는 동한 토트넘은 무려 13실점을 내주며 수비가 완전히 붕괴됐다. 상대가 모두 프리미어리그 '빅6'수준의 강팀들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용납되기 어려운 결과다.
 
결과만 나쁜 것이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의 연속이다. 토트넘은 4연패 기간 동안 매경기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줬고, 모두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주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뉴캐슬과 첼시전은 변변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한 완패였다. 아스널과 리버풀전도 스코어만 보면 접전 같지만, 실제로는 각각 0-3, 0-4까지 크게 끌려가다가 상대가 힘을 뺀 후반에야 만회골이 터지며 뒤늦은 추격전을 펼친 것에 불과했다. 고질적인 세트피스 수비불안과 전반 무기력증은 매경기 반복되고 있다.
 
손흥민의 부진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논란은 리버풀전에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시즌 팀의 에이스인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와 측면 윙어로 번갈아가며 기용하는 전술로 재미를 봤다. 그런데 후반기들어 손흥민의 원톱 기용이 상대팀들에게 분석 당하며 약점이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술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날도 손흥민은 스리톱의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되었으나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후반 들어 손흥민이 다시 익숙한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토트넘의 공격도 그나마 살아나기 시작했고, 손흥민의 120호골도 터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수비 조직력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비진에서 상대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턴오버를 내준 것이 실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지만 별다른 개선책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세트피스 수비에 대한 약점이 노출되었음에도 비판을 수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문제의식을 제기한 주장 손흥민과는 정반대의 의견충돌을 빚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4연패와 리버풀전 대량실점 이후에도 수비불안을 그저 "실수"로 규정하는가 하면, "후반 경기력은 우리도 좋았다"는 등 여론도 동떨어진 정신승리성 발언을 남발하며 토트넘 팬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현재 포스테코글루 체제의 토트넘은 전임 무리뉴나 콘테 감독 체제의 말기 시절과 매우 흡사하다. 무리뉴와 콘테 역시 한때는 분위기가 좋았지만 성적부진에 빠지면서 유연성없는 고집스러운 전술 운용과 선수단과의 갈등, 잦은 설화 등으로 궁지에 몰리며 결국 경질된바 있다.

토트넘이 남은 경기에서 연패가 장기화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끝내 좌절된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한 시즌 만에 무리뉴와 콘테의 전철을 밟게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손흥민 EPL300경기 120호골 토트넘4연패 포스테코글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