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탐사보도팀 'BBC Eye'가 제작한 새 다큐멘터리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BBC 유튜브 갈무리
시작은 정준영이 KBS 예능에서 '요물 막내'로 활약하던 2016년이다. '경미(가명)'라는 여성은 정씨가 성관계 영상을 유포할까 두려워해 그를 고소한다. 하지만 경찰은 정씨가 핵심 증거인 휴대폰을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겼다는 말에 증거물 확보 대신 보고서를 요청한다. 증거가 없으면 무고죄는 가중 처벌될 수 있다는 변호사의 말에 '경미'는 고소를 취하한다.
이후 정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둘 사이의 장난이었다. 나만 떳떳하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한다. 여론은 정씨를 동정했고, 피해자와 고발한 기자를 맹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삭제된 줄 알았던 정씨 휴대폰 속 파일을 누군가 제보했고, 그 안에는 성범죄를 공모하는 케이팝 스타들의 실체가 담겨 있었다.
빅뱅 승리, FT아일랜드 최종훈, 정준영, 그 외의 지인들이 초대된 카카오톡 대화방에선 불법 촬영물을 공유하고 성범죄를 모의했다. 그들은 피해자를 무력화한 후, 성폭행하고 모욕하며 여성을 장난감처럼 다루고 피해 영상을 전리품처럼 과시했다. 리조트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다양한 구도로 그 현장을 불법 촬영하여 함께 오지 않은 승리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이후 그들은 함께 '밀당포차'라는 주점을 개업하게 된다. '밀당포차'가 성공하자, 승리는 강남에 '버닝썬' 클럽을 연다. 해당 클럽에서 일한 직원들은 '버닝썬'의 실체를 고발했다. VIP 남성 고객을 위해 여성 손님의 모습을 불법 촬영하여 전송하고, 의식이 없는 상태인 여성을 숨겨진 룸으로 이동시켰다는 것이다. 그곳에선 이른바 '물뽕(GHB, 감마히드록시 뷰티르산)'이라 불리는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이 벌어졌다.
피해 여성 A씨는 술 한두 잔 만에 의식을 잃었고, 깨어나보니 한 남성과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A씨를 성폭행했고, "집에 보내달라"는 A씨의 요청에 사진을 찍으면 보내주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A씨는 웃는 얼굴에 브이를 한 채 사진을 찍었고 이후 해당 사진은 '합의 하에 이뤄진 성관계'의 증거가 된다. "물뽕을 먹고 정신이 나간 여자애들을 거의 매일 봤다"는 직원의 증언처럼 '버닝썬'에선 약물 성폭력이 매일같이 벌어졌다.
2019년 01월, '버닝썬'을 찾은 한 고객이 직원들에게 폭행당하는 영상이 공개되었고 곧이어 의식을 잃은 한 여성이 직원에 의해 끌려가는 CCTV 영상이 퍼지며 '버닝썬 게이트'가 시작되었다. 그후 '버닝썬'에서 촬영된 불법 촬영물이 음란물 사이트에 유포되며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진다.
구하라의 연대... 여성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수사 이전까지 정준영, 최종훈, 승리는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들을 도와주는 '경찰총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총장'의 정체를 밝힌 건 고(故) 구하라였다. 구씨는 최종훈씨와 연습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고 직접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에게 네가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하라"고 설득했다. 이를 통해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규근 총경의 정체가 밝혀졌고, 케이팝 스타들의 성추문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이 정경유착인 사실이 드러났다.
'버닝썬 게이트'는 2016년 정준영 몰카 촬영 의혹을 보도한 박효실 기자, 그들의 카톡방 내역을 폭로한 강경윤 기자, 그리고 경찰 유착관계를 밝힌 고 구하라의 힘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그들은 폭로 이후 악성 댓글과 비난 문자, 전화에 시달렸고 직업적 명예가 실추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버텼고, 가해자들은 심판대 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들의 단죄는 이미 끝났다.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승리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고 지난해 2월 출소했다. 출소 후 그는 해외에서 생일 파티를 열었다. 정준영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지난 3월 만기 출소햇다. 최종훈은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았고 2021년 11월 만기 출소했다.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규근은 2000만 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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