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순> 스틸컷
(주)더쿱디스트리뷰션
왜 여성 피해자가 다수인 성범죄는 언제나 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예인 동영상 유출 사건의 피해자인 여성은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동의 없이 타인을 몰래 찍고 유포하는 게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성범죄 피해자인 여성이 가족들에게 2차 가해를 당하거나, 주변의 괄시를 당하기도 했다. 피해를 입었지만 상처와 아픔을 혼자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 현실로 여겨졌다. 행여나 보복이 두려워 고립을 자초하거나 이사를 가기도 했다.
<정순>도 영상이 공장 내 유포된 후 얼굴을 들지 못해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상황이 등장해 답답함을 유발한다. 하지만 유진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정순을 서서히 일으킨다. 유진의 직장까지 영상이 퍼지자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사당국에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 선처를 부탁하는 영호의 간절함에 금순이 흔들릴 때도 단호히 법으로 응수한다.
'사적 영상 비동의 유포'는 엄연한 범죄이지만 여전히 심각성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손가락 몇 번 두드리는 행동 하나가 피해자의 삶에 영원한 디지털 타투를 새긴다. 온라인상의 흔적은 쉽고 빠르고 집요하게 퍼져 영원히 박제된다. <경아의 딸>에서는 혼자서 삭제할 수 없어 디지털 장의사의 도움이 절실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피해자가 사비를 털어 끝까지 지워내야 했다. 수습까지도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