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정경.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정경. KBS
 
KBS 기자가 취재해 내부 보고한 내용이 뉴스타파로 넘어간 뒤 기사화돼 논란 중이다.

KBS 법조팀 소속 기자 6명은 7일 사내게시판에 "이○○ 신임 사회주간은 법조팀 취재 보고 일부분을 뉴스타파 기자에게 카카오톡으로 그대로 전송했고 그 보고가 인용된 것으로 보이는 뉴스타파 기사가 보도된 후에야 그 사실을 밝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들이 언급한 뉴스타파 기사는 지난달 9일 보도된 '조선일보의 윤석열 아내 구하기…사실관계 틀렸다'는 기사다. 이 기사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경찰 내사보고서 내용을 담았다.

기자들에 따르면 당시 사회부장이던 이 주간은 "사안을 잘 아는 뉴스타파 기자에게 취재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예민한 기사가 쏟아지는 법조팀에서 누구도 보고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취재하지 않는다"며 "게다가 이미 우리의 내부 취재물은 뉴스타파의 오보 논란을 해명하는 반박 기사에 이용됐다"고 반박했다.

기자들은 최근 KBS 인사에서 이 주간이 부장에서 승진한 데 대해서도 반발한다.

이들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던 건 취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와 KBS 조직 전체에 큰 오명으로 남을 수 있다는 고심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인사는 능력주의는 고사하고 당연히 지켜져야 할 책임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부장과 국장은 이번 인사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이번 보고 유출 사건에 대해 보도국 구성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KBS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도 이어 성명을 내고 "뉴스 경쟁력의 근간인 취재 정보를 팔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회사는 사회부장의 이런 해사행위에 대해 중징계를 줘도 모자랄 판에 승진을 시켰다. 사측은 비슷한 다른 사례에는 최소 감봉 3월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보도본부장은 당장 사회부장 승진을 백지화하고 자진사퇴하라"며 "또 경영진은 긴급 노사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정보 유출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KBS공영노동조합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업무상 취득한 영업비밀 누설'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며 "회사는 김종명 보도본부장, 엄경철 국장, 이 주간을 즉각 '감사'하라"고 했다.

이밖에 42기 기자들도 성명을 내고 "기자들이 데스크와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이유는 더 나은 기사를 위해서 이고, 기사와 상관없는 다른 목적에 이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취재보고는 언론사의 자산이기에, 이를 타사에 유출하는 건 회사의 자산을 유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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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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