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의 한 장면
JTBC
"과정은 보시지 마시고 결과만 보세요."
"과정이 정당하지 않으면 그 결과도 잘못되는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게 네 방식이야?"
"지금 그게 중요해요? 이기는 게 중요하죠? 세상을 바꿔보겠다면서요. 그러면 어떻게든 이겨야 뭐든 할 거 아닙니까?"
장태준과 이성민의 대화는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장태준은 일견 정의로운 듯 보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부강전자 사장을 국감에 부른 이유도 편법증여와 뇌물공여로 검찰 내사를 받고 있는 주진화학 이창진(유성주)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창진은 장태준이 입성한 원로회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었고, 장태준이 국회의원이 되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할 인물이었다.
또, 국감 파행을 막기 위해 '정치적 쇼'를 기획했고, 송 의원을 부강노조 시위대가 있는 곳으로 보내 노조 간부들에게만 들리도록 막말을 하게 했다. 시위대가 송 의원에게 달려들어 폭행을 하자, 현장에 있던 경찰은 노조 간부들을 체포했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고, 그제야 국감은 재개될 수 있었다. 장태준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과정이 어떻든 개의치 않았다.
<보좌관>은 만듦새가 뛰어난 정치 드라마다. 긴 호흡의 드라마가 2시간짜리 영화의 긴장감을 갖기 힘들지만, <보좌관>은 그 탄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했다. 야망을 다루되 뻔하지 않았고, 사랑을 그리되 질척거리지 않는다. 또, 과정과 결과의 우선순위에 대한 묵직한 질문도 던지고 있었다. 국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보좌관'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차별성을 만들어 냈다. 관점을 틀자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라마에 생동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