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4 ⓒ 애플TV+
애플TV+의 간판 시리즈물 <슬로 호시스>가 시즌4로 돌아왔다(9월 4일 첫 공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슬로 호시스>는 지난 2022년 시즌1을 시작으로 영국 정보기관 MI5 를 둘러싼 추악한 음모를 파헤치는 비밀 요원들의 활약상을 그리며 평단과 구독자들의 호평을 받아왔다.
각종 TV와 영화에서 흔히 다뤄졌던 최정예 스파이들 대신, 조직에서 무능력하다고 낙인찍힌 요원들로 구성된 일명 '슬라우 하우스' 소속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기존 첩보몰과는 판이하게 다른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차별화를 이끌어 냈다.
비록 넷플릭스 같은 인기 OTT 서비스의 작품이 아닌 탓에 국내에선 인지도가 약했지만 게리 올드만(잭슨 램 역),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MI5 다이애나 부국장 역)를 비롯한 출연진의 호연과 탄탄한 극의 완성도는 호평을 받았다.
총 6회차로 구성되는 시즌4 역시 전편과 마찬가지로 MI5, 그리고 슬라우 하우스를 둘러싼 새로운 위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쇼핑몰 폭탄 테러, 또 다시 위험에 빠진 런던
▲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4 예고편의 한 장면 ⓒ 애플TV+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해 12월, 들썩이던 분위기의 영국 런던이 또 한번 위기에 휩싸인다. 인파로 북적이는 쇼핑몰에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 손쉽게 배후 인물을 체포할 듯 싶었지만 도리어 작전에 투입된 테러 진압 요원들의 추가 피해만 야기하기에 이른다.
시즌3를 거치면서 사실상 MI5의 모든 것을 장악한 다이애나는 무능력한 낙하산 신임 국장 클로드를 쥐락펴락하면서 이번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이번 역시 뭔가 속내를 알 수 없는 행동으로 향후 이야기 전개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한편 '슬라우 하우스'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연말연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 열혈 요원 리버 카트라이트(잭 로던 분)만큼은 예외였다. 전직 비밀기관 수장 출신인 할아버지 데이비드(조나선 프라이스 분)가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걸 알게 되면서 심적 고통을 받기에 이른다.
손자를 쏜 할아버지...잭슨 램의 계획은?
▲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4 예고편의 한 장면 ⓒ 애플TV+
그러던 와중에 데이비드의 저택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을 찾아온 손자 리버를 알아보지 못하는 데이비드는 장총으로 손자를 쏴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었다. 그런데 시신과 혈흔으로 얼룩진 집에서 데이비드는 종적을 감춘 채 행방이 묘연했다. 사건 현장을 조사하던 팀장 엠마(루스 브래들리 분)는 잭슨을 불러 리버의 시신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한다.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고 리버라고 확인해준 잭슨이었지만 이 또한 뭔가 수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데이비드를 습격하러 나선 의문의 인물은 신분증까지 위조하고 비슷한 외모를 지닌 전혀 다른 제3자였다. 누군가 리버로 위장한 채 영국 정보기관의 각종 기밀 사항을 꿰차고 있던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리버는 어디로 간 것일까? 1화의 말미, 프랑스 어느 한적한 시골길을 택시 한대가 달리고 있었다. 그 안에 탄 승객은 다름 아닌 리버. 그 역시 누군가의 위조된 신분증을 보유한 채 현재 벌어진 사건의 배후 추적에 돌입한 것이었다. 과연 폭탄 테러와 데이비드의 목숨을 노린 2개의 사건은 어떤 연결 고리를 지닌 것일까?
탄탄한 완성도 지닌 명품 시리즈
▲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4 ⓒ 애플TV+
오는 9월 15일 거행되는 미국 에미상 시상식 5개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을 만큼 <슬로 호시스>는 탄탄한 작품성을 자랑한다.
제이슨 본(본 시리즈), 제임스 본드, 에단 헌트(미션 임파서블) 같은 수려한 용모의 주인공이 펼치는 화려한 액션과 스케일 큰 배경 화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슬로 호시스>가 구독자들의 마음을 꾸준히 붙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회수하지 못할 떡밥을 남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양한 복선을 깔아 놓더라도 결국엔 모두 깔끔하게 해결하면서 후속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착실하게 높여왔다. 시즌5까지 제작을 확정 지을 만큼 <슬로 호시스>는 장수 시리즈물이 많지 않았던 OTT 시장에서 모범 사례로 정착한 것이다. 추악한 권력욕을 지닌 캐릭터들도 현실 속 인물처럼 설득력 있게 등장하면서 드라마 속 이야기의 당위성을 부여해왔다.
매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일반적인 미드와 달리, <슬로 호시스>는 한 명의 연출자가 시즌 전체 회차를 담당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일관성 있는 전개와 제작이 이뤄진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음 회차에서 보여줄 '슬라우 하우스' 멤버들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