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과 음성, 충북혁신도시가 하나 될 때 대한민국 중심된다"

(청년일기, 청년이 행복한 도시만들기)정재훈 '그리다 측량설계사무소' 소장충북 진천에서 자란 청년, 음성에서 터 잡기음성·진천 통합추진위원회 사무차장 맡고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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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준(lifeyj)등록 2024.09.27 17:45
20년 전 충북 음성군 맹동면과 진천군 덕산면(지금은 덕산읍)은 전형적 농촌지역이었다. 함백산 아래 들판은 사계절이 색다르다. 봄에는 보리밭이 푸르렀고 가을엔 벼 익은 황금 들녘이 풍요롭기만 했다. 두 지역은 2005년 혁신도시가 지정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3년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시작으로 17개 공공기관과 부설센터가 입주하면서 미래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진천에서 태어나 지역의 변화를 지켜봐 온 한 청년이 있다. 고교 시절은 대도시 청주에서 보냈고 지금은 음성에서 측량설계 전문가로 성장한 정재훈(39) 소장이 그렇다. 정 소장은 '그리다 측량설계사무소'(충북 음성군 맹동면 두레로 51-10)를 이끌고 있다. 충북 오창에 신혼집을 꾸렸지만 여느 도시 못지않게 성장한 충북혁신도시로 이주했다. 주거지와 사업체가 충북혁신도시에 꾸려진 셈이다. 과거의 진천과 현재의 음성 속에서 정 소장이 꿈꾸는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청년의 이야기를 담는다.(기자 글)

청년 정재훈 ‘그리다 측량설계사무소’ 소장이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 그리고 충북혁신도시의 미래를 모습을 그리고 있다. ⓒ 임요준


건물 몇 바퀴를 돌아야 주차할 곳을 간신히 찾을 수 있는 충북혁신도시 중심지와 달리 정 소장의 '그리다 측량설계사무소'는 중심지에서 벗어나 외곽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일까? 중심지와 달리 이곳은 주차하기가 참 쉽다. 주차하기 쉽다는 게 삶의 여유로 느껴진다. 2층에 자리한 사무실은 젊은 청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보통의 남자 키에 깔끔한 외모는 낯선 손님에겐 편안한 느낌을 준다. 차분한 외모와 달리 그가 꿈꾸는 미래 음성과 진천의 모습은 단순 대도시가 아닌 인간 중심 휴먼시티를 연상케 했다.

- 진천에서 태어났다고.
"네. 진천 덕산 산수리가 고향입니다. 지금은 폐교된 매산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요. 모교가 없어져서 많이 아쉽습니다. 고등학교는 청주에서 졸업했고, 대학 때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도 했습니다."

- 주경야독 성실한 청년였군요. 어떤 일을 했나요?
"군 제대 후 의류 전문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했지만 3개월 만에 폐업했습니다. 본가에서 필요 장비를 구비하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경험 부족이 화근이었죠. 특색이 없었고 마땅한 모델이 없었어요. 폐업 후 2007년 지인의 소개로 측량설계회사에서 알바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었고, 10년 만인 2017년 지금 회사를 오픈하게 되었죠."

- 측량업계에 청년들 취업은 어떤가요?
"저희 회사는 단순 측량이라기 보단 건축을 하기 위한 토지 인허가 설계 전문회사인데요. 회사를 설립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게 직원 구인이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없어요. 구인 광고를 내고 4개월 동안 지원 이력서 한 통이 없었어요. 음성군 측량협의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제가 가장 나이가 어려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동이 없어요. 특히 진천, 음성 쪽에서 젊은 친구 구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이쪽 대학에는 토목과가 없거든요."

- 그런 어려움이 있군요. 그럼에도 이곳에 오픈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장점이 있지요. 아시다시피 충북혁신도시는 진천과 음성, 두 개 군에 걸쳐 있잖아요. 그래서 일도 양쪽 거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 그렇군요. 오창에 신혼집을 차렸는데 충북혁신도시로 이사하셨다구요?
"네. 결혼 당시 이곳은 미개발지였어요. 지금 이곳 생활은 도시 못지않아요. 몇몇 부족한 것도 있지만 그런 데로 만족하고 있어요."

- 충북혁신도시 발전 정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지금의 충북혁신도시는 정체돼 있어요. 공공기관은 많지만 출퇴근 시간 버스정류장을 보면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요.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이곳으로 이주하지 않고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거죠."

청년 정재훈 ‘그리다 측량설계사무소’ 소장이 미래 도시를 그린 사무실 벽면을 무대로 포즈를 취했다. ⓒ 임요준

- 왜 그들이 이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이곳에 신혼집을 차리지 않고 오창에 차린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병원이나 아이들 교육 문제가 가장 크죠. 병원 문제는 국립소방병원이 오픈하면 해소될 문제지만 교육 문제는 쉽지 않아 보여요."

- 초중고교가 잘 갖춰져 있지 않나요?
"초중고교가 갖춰져 있긴 하지만 이곳을 떠나는 학부모 말을 들어보면 이렇다 할 학원이 없고 학교 내 면학 분위기도 불만이 있는 듯했어요. 내년에 저의 딸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데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어요. 학부모가 돼봐야 진정으로 그 고민이 이해될 것 같아요."

- 음성과 진천이 통합해야 한다며 통합추진위원회가 조직되었는데...
"네. 통추위의 전신인 '혁신도시 그리고 행복'이라는 소모임이 있었어요.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활동이 주춤했다가 2022년 10월 통합을 주제로 1차 정책토론회를 갖고 2023년 2월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정식 출범하게 됐습니다. 저는 사무차장으로 임명됐구요."

- 음성과 진천이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충북혁신도시라는 한 공간 내에 도로 한 개를 놓고 이쪽은 진천군, 저쪽은 음성군입니다. 생활권은 같은데 행정구역이 다르다 보니 규격 쓰레기봉투를 사용하는 것조차 불편합니다. 공공시설을 이용하고 싶어도 타 지역 주민으로 취급돼 제때 이용할 수 없어요.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죠. 현재 음성과 진천은 시 승격을 목표로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통합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수천억 원의 지원금으로 더 빠른 도시발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음성과 진천의 통합시는 청주 다음으로 충북 도내 2대 도시가 될 겁니다. 이곳은 경기도와 천안과도 가깝고 중부고속도로라는 도로망을 갖고 있습니다. 대기업 유치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죠."

- 정 소장이 꿈꾸는 음성과 진천의 미래의 모습은.
"충북혁신도시에는 천혜의 자연 함박산이 있구요. 통도저수지가 있습니다. 자연을 활용한 휴양지를 개발한다면 굳이 강원도까지 갈 필요가 없죠. 내륙의 휴양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지 않나요. 무엇보다 철도와 항공, 고속도로 등 편리한 교통은 접근성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진천과 음성, 음성과 진천. 그리고 그 사이에 충북혁신도시가 있습니다. 세 곳이 하나가 되었을 때 그 시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 될 겁니다. 너 따로 나 따로가 아닌 하나된 힘은 충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저는 물론이고 더 좋은 도시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네요. 현재의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현재보단 후손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네요. 불편한 도시를 자식에게 물려줄 순 없잖아요. 넓은 마음으로 먼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진천음성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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