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설노동자들은 이중 삼중의 불평등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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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지인 등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건설 현장의 특성상 여성들은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어렵사리 일을 하게 되더라도 기술을 배울 기회가 없어 보조 일만 했다. 그러나 건설기능학교 덕분에 여성들도 교육을 받고 건설 현장에 투입되었고, 숙련과 경험을 축적해 기능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노동조합은 건설 현장에 만연한 성차별, 성희롱을 없애고 성 평등한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꾸준한 교육을 통해 남성들이 여성들을 동료로서 대하며 기술을 배울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은 성평등 건설 현장을 향한 여정에 급제동을 걸었다. 건설노조 탄압으로 노조 조합원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는 상황이 극심해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건설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건설노조의 노력마저도 왜곡하고 노조를 부당하게 탄압하며 건폭몰이를 했다. 노동조합의 탈을 쓰고 탈법·불법을 저지르는 일부의 문제를 모든 건설노동조합의 문제인 것처럼 뒤집어씌웠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비롯한 건설 현장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노동조합의 실천까지도 불온한 것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정부는 노동조합이 건설사에 고용을 요구하는 것도 채용 강요라며 비난했다. 그렇게 따지면 노동조합이 건설 기능인력을 양성하여 현장에 공급함으로써 건설사들도 실력 있는 건설노동자를 확보하여 공사품질을 높일 수 있는 윈윈(win-win) 관계도, 여성 형틀목수와 철근공을 양성해 성평등 건설 현장을 만들고자 한 노력도 모두 공갈과 협박에 의한 불법 채용으로 매도된다.
정부는 노동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는가. 불법 다단계 하도급 체계에 맞서 임금체불을 줄이고, 산업안전을 강화하며, 이중 삼중의 노동시장 불평등을 겪는 여성들에게도 건설 현장에서 기능공으로 커나갈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노동 약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일 아닌가.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 협력해서 건설기능학교를 통해 여성 노동자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해 필요한 일 아닌가.
정부는 건폭몰이가 여성 건설노동자에게 미친 영향을 곱씹어봐야 한다. 탄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노동자들은 일감이 없어 현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형틀목수 기능공의 일을 좋아하고 자부심을 느꼈으며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자 '남성 조합원은 적게나마 쓸 테니 여성 조합원은 빼라'는 분위기가 됐고, 여성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쫓겨났다.
여성 목수들이 돌아와야 한다. 정부는 건폭몰이를 멈추고 노동조합과 협력하여 건설 현장 노동 약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장하고 성별 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