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녹조 위험 왜곡

윤석열 정부 환경부 입장 강변 팩트 체크, 의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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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ecocinema)등록 2024.09.09 09:36

녹조 팩트 체크 은 녹조 문제에 대해 현재 윤석열 정부 환경부 대응으로 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와 수많은 해외 연구 결과는 이 정부 환경부와 다른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 TV조선




7일 <TV조선>은 "[따져보니] '녹조 경보' 발령된 상수원, 식수 정말 안전할까?"라는 코너를 통해 녹조와 수돗물 문제, 녹조 에어로졸 문제를 다뤘다. 앵커와 취재기자가 스튜디오에서 팩트 체크 형식으로 진행하는 코너다. 이날 결론은 '현재 염소와 오전 정수처리 등 정수 과정을 거치면 수돗물은 문제없고, 녹조 에어로졸의 경우 녹조 독소는 공기 중에서 쉽게 분해되기에 문제없다'였다. 과연 그럴까? <TV조선> 방식 그대로 몇 가지 따져 보자.

조류 차단막이 있어 녹조를 걸러준다?

<TV조선>은 '취수장 앞에 4m 깊이 조류 차단막이 있고, 취수는 5m 밑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시설과 구조가 있어서 녹조 유입이 1차적으로 차단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5m 깊이에 취수구가 없는 취수장도 있어 일반화하기 어렵다. 그리고 녹조(유해 남세균)는 공기주머니가 있어 낮에는 수면 가까이, 밤에는 밑으로 내려간다. 이건 2018년 낙동강 취수구를 관리하는 행정기관이 직접 인정한 내용이다. 수돗물 취수은 낮에만 하는 게 아니라 밤에도 한다. 그렇기에 안전을 장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염소나 오전을 만나면 쉽게 분해된다?

<TV조선>은 "남조류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독성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이라며 "마이크로시스틴은 염소나 오존을 만나면 쉽게 분해돼 독성을 잃는다."라고 했다. 수돗물에선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기존 환경부 입장 되풀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무조건 신뢰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수돗물에서 2022년, 2023년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민간단체 분석 결과를 강하게 부정한다. 민간단체 실험 방법(ELSIA, 효소면역측정법)의 문제, 의도성 등을 핑계로 전혀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민간단체 조사 이전부터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 검출 사실이 있었다. 2016년 카이스트에서 경남지역 모 아파트 수돗물을 검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실험 방법도 환경부가 강조하는 방식(LC-MS/MS,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으로 했다. 분석 결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임시 음용수 가이드 라인을 초과하는 수치가 나왔다. 캘리포니아 주는 마이크로시스틴의 생식독성을 우려해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TV조선>은 이런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020년부터 지난 7월까지 트리할로메탄은 기준치 이내였다?

<TV조선>은 "염소 소독 과정에서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이 발생하게 되는데, 특히 녹조가 심한 낙동강 정수장 18곳을 조사한 결과 2020년부터 지난 7월까지 모두 기준치 아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역시 환경부가 반복하는 주장이다.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은 '녹조 공장'이라 불린다. 녹조 등의 과도한 유입에 따라 수돗물 생산 과정에서 염소 등 소독제가 더 많이 사용됐고, 소독부산물 발생도 함께 증가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 점을 우려했다. 총트리할로멘타과 같은 소독부산물 발생은 염소 등과 반응 시간에 비례해 증가한다. 즉 정수장보다 수돗물을 공급받는 가정집 수도꼭지에서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 2023년 10월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수도학회 공동포럼에서 2023년 8~9월 대구와 경북 고령군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THMs) 농도가 기준치(0.1 mg/l)를 최대 1.7배까지 초과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대구는 조사 8개 지점에서 4개 지점이, 고령은 8개 조사 지점에서 다 검출됐다. 조사는 모두 정수장이 아닌 가정집 수도꼭지에서 채수한 수돗물이었다. <TV조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녹조 독소 에어로졸 형태 나올 수 있지만, 쉽게 분해된다?

<TV조선>은 녹조와 녹조 독소가 공기 중 에어로졸 형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파도가 치면 물속 물질이 에어로졸 형태로 나올 수 있는 건 맞지만, 바다가 아닌 민물에서는 가능성이 낮고 자외선이나 오존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라고 했다. 녹조와 녹조 생산 독소가 공기 중으로 확산하는 수많은 해외 연구 결과가 있다. 또 국내에서도 2022, 2023년 두 차례 실증적 분석을 통해 공기 중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외선과 오존에 의해 분해될 수 있지만, 녹조 발생 장기화에 따라 위험 노출 시간이 늘어나면 당연히 위해성 역시 증가한다. 국민건강과 안전을 고려한다면 '쉽게 분해된다'가 아니라 녹조 독소 위해성을 어떻게 저감할 것이냐가 핵심이어야 한다.

<TV조선>은 녹조 문제를 괴담(2024.09.04. "녹조 알갱이가 공기를 오염?...'환경 괴담' 등장에 정부 반박")으로 치부하거나 현재 환경부 대응 방식으로 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강조한다. <TV조선>에 언론의 기본인 균형 감각 주문은 무리다. 다만 팩트를 체크하려면 좀 더 논리적으로,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런 <TV조선> 행보 뒤엔 윤석열 정부 환경부가 있을 거라고 본다. 이들은 녹조 유해성·위해성 관련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오염시키고 과학과 과학집단의 권력 종속화를 심화하려 한다.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인간 너무 존재의 심각한 위협은 이들에게 안중에 없는 듯하다. 우리 사회의 상식적 정상 상태가 윤석열 정부에선 너무나 그리운 대상이 됐다.
덧붙이는 글 환경운동연합 전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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