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살 귀향 청년의 고민..."지역 소멸은 가장 두려운 대상"

(청년 일기. 청년이 행복한 음성·진천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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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준(lifeyj)등록 2024.09.06 08:51
박스제목
충북 음성군 생극면은 10년 전 모습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한다. 원룸 한두 동 들어선 게 전부란 게 안타깝다고 한다. 그곳 원룸에 한 청년이 둥지를 틀었다.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 때부터 청주에서 살았다. 대학 졸업 후 타지 이곳저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올 초 귀향했다. 돌고 돌아 찾아온 고향은 변한 게 없단다. 오히려 인구는 줄어 지역이 소멸되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스물아홉 살 청년이 바라본 음성의 현주소는...?(기자 글)

이영섭 청년이 귀향 스토리를 풀고 있다. ⓒ 임요준


요즘 드라마에 '문짝남'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화제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어 문짝처럼 듬직한 남자를 속칭 문짝남이라 말한다.

더위가 한풀 꺽인 8월 마지막 날 주말에 원룸에서 만난 청년 이영섭(29)은 '문짝남'이다. 기골이 장대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도시형 남자다.

청주에서 대학 졸업 후 강원도 평창과 충북 제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난 2월 귀향했다. 지역 한 회사 계약직이지만 고향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행복이란다. 더 바란다면 정규직 전환이다.

다시 돌아온 고향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인구가 줄어 지역 소멸로 이어지지 않을까 인터뷰 내내 걱정이다.

최저임금에서 조금 더 된 월급으로 매월 70만 원 저축을 하는 요즘 보기 드문 근검절약하는 청년이다.

- 먼저 귀향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 그리고 강원도 평창에 있는 호텔과 충북 제천에 있는 골프장에서 근무한 것까지 하면 10년 넘게 고향을 떠나있었네요. 다시 돌아온 고향은 변한 게 없어요. 원룸 한두 동 들어선 게 전부네요. 발전이 없다는 게 안타깝죠."

- 지금은 무슨 일 하세요?

"지역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지난 2월에 계약직으로 입사했어요.."

- 계약직 월급이 녹록지 않겠는데.

"네. 최저임금 수준이죠. 월세 내고 공과금, 생활비 제외하고 매월 70만 원 저축하고 있어요."

- 저축도 하는군요.

"시골이라서 돈 쓸 일이 별로 없어요. 친구도 없고...오픈채팅에 2030모임이 있지만 주로 술 마시는 모임이라서 좋아하지 않아요. 술 한잔 마시고 대리비 3~4만 원 내기가 아깝잖아요."

이영섭 청년은 주말이면 부모님을 도와 복숭아 농삿일과 소를 돌본다. ⓒ 임요준


- 친구가 없다는 게 어떤 느낌인가요?

"혼자 있다 보면 가끔 독거노인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래가 있는 금왕읍에 살려고 하면 월세가 너무 비싸요. 여기는 관리비 포함 40만 원인데 금왕은 싼 게 50만 원이죠. 혁신도시는 더 비싸서 생각도 못해요. 그나마 여기는 소극장 '하다'에서 주 1회 또래 모임이 있어요. 재밌게 다니고 있어요."

- 퇴근 후 취미활동은.

"생극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피트니스클럽에 가요. 이용료는 연 5만 원으로 매우 저렴해요. 거의 무료죠. 운동 후에는 주로 휴대폰을 가지고 놀아요. 가끔 신문도 보구요 주말에는 복숭아 농사를 하시는 부모님을 돕고 있어요. 소 50두 정도 있는데 사육일도 돕고 있어요"

- 청년 지원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청년 지원정책이 서울과 경기도에는 많은 데 음성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있다는 말은 들었는데 내용은 모르고 있어요. 음성군 홍보가 미흡한 것 같아요. 전입 신고할 때 안내해 주면 좋을 것 같은 데...인터넷으로 전입 신고해도 휴대폰 문자로 안내해 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얼마 전 기업체 근로자 전입하면 지원금이 있다는 현수막을 잠깐 본 적이 있는데 그런 현수막은 잘 보지 않아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홍보를 하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 고향에 돌아온 것에 만족하나요?

"글쎄요. 대략 40% 정도 만족해요. 크게 만족하지는 않아요. 하루하루 사는 것은 나쁘지 않아요. 주변 자연환경도 좋구요. 하지만 장래성이 문제예요. 30년 후 급여가 드라마틱하게 오를 것 같지 않고 환경도 변한 게 없어요. 10년, 20년, 30년 후 무슨 변화가 있겠나 싶어요."

이영섭 청년은 가장 큰 고민이 지역 소멸이라고 말한다. ⓒ 임요준


-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게 무엇인가요.

"지역 소멸입니다. 우리 지역이 소멸 안 될려면 출생율이 문제인데 군 단위에서 해결하긴 어렵고 타지에서 전입해 와야 하는데 음성군은 산업단지에 공장이 많지만 주로 외국인 근로자가 많고, 이들은 언젠가 여기를 떠날 것이잖아요. 그리고 안성, 이천이 가까워 출퇴근하는 근로자가 많아요. 그래서 인구 유입이 어려운 거죠. 저 역시 여기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네요."

- 앞으로 계획은.

"무계획입니다. 계획이 없어요. 계획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막연하게 창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진천음성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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