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으로 전하는 위로, "우리 여름 잘 살았지?"

[리뷰] 2024 국립합창단 여름합창축제 'Summer Parad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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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영(mazlae)등록 2024.08.25 16:32

2024국립합창단 여름합창축제 'SUMMER'는 시원한 여름밤을 느끼게 해주며 합창음악의 진수를 선보였다. ⓒ 박순영


지난 22일과 2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4 국립합창단 여름합창축제 - Summer Paradiso'가 열렸다. 이번 공연은 지나가는 여름이 그리워지고 사랑스러워지게 만드는 감회를 주는 음악회였다.

푹푹 찌는 땡볕이었는데, 고귀한 음성이 겹겹이 쌓인 합창음악을 공연장에서 듣고 있자니 '나 여름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국립합창단 상주작곡가인 우효원은 이번 음악회 1부 2부를 구성하며 전체 열 여덟 곡을 작편곡했다. 1부는 '여름의 기억(Choral Essay 'Memories of Summer)'이는 부제였다. 인트로에서는 2010년대 드라마 '올인'의 주제곡에서 하모니카를 불었던 박종성이 하모니카를 연주해주니, 우수어린 감성으로 여름의 기억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2곡 '밀물과 썰물'에서는 첼리스트 홍진호의 물결처럼 일렁이는 첼로 소리와 합창으로 여름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3곡 '밤바다'에서는 소프라노 박혜상의 투명한 목소리가 돋보였고, 4곡 '여름바람'과 6곡 '햇살의 미소'에서는 첼로와 합창에서 뜨거움과 향기로움이 공존했다.

6곡은 테너 손지훈의 탁트인 음성으로 '눈부신 태양의 빛'이라는 곡 제목이 표현되고, 7곡 '여름'과 8곡 '소낙비'에서 이윽고 하모니카와 첼로의 헤미올라 리듬과 합창의 고음으로 뜨거운 여름에 쏟아지며 더위를 씻어주는 소낙비의 리듬을 가득 느끼게 해주었다.

국립합창단 여름합창축제 잘 봤어요! 포토월에서 박순영 문성식 기자.? ⓒ 박순영


2부는 '여름찬가(Celabrating Summer)'라는 부제였다. 1부가 우수에 젖은 잔잔한 느낌이었다면 2부는 소리꾼 김수인, 반도네온 고상지와 클래시컬 심포닉 앙상블의 오케스트라 반주로 더욱 풍성한 음색과 리듬을 선사했다.

1곡 '범피중류'에서는 소리꾼 김수인이 가야금을 타며 내지르는 쾌청한 소리를 들으며 무대영상의 잔잔한 산수화를 감상하게 되니, 여기가 무릉도원인가 싶었다. 넘실대는 2곡 '뱃노래'는 우리 관객들도 넘실넘실 즐거웠는데, 합창단 단원들 또한 그들의 경쾌한 표정에서 성악과 판소리와의 조우를 즐기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곡 '수박타령'은 소리꾼 김수인이 관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며 더욱 경쾌한 분위기를 이끌고 있었고, 영상에도 가득한 커다란 수박이 덩실덩실 움직이니 올여름 비싸서 못 먹은 수박을 공연장에서 실컷 먹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4곡 '달빛'은 이 날 공연의 클라이막스와도 같았다. 합창이 잔잔히 먼저 시작되고 소프라노 박혜상이 합창석 왼쪽 위 문에서 등장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녀가 천천히 걸어 무대 정중앙에 서자 작은 원형 조명이 푸른 달빛처럼 비추이는데 점차로 커지며 음악과 함께 충만감을 준다. 박혜상의 고혹적인 음성이 달빛처럼 떠오르며 우리가 뜨거웠다고 생각했던 그 여름이 갑자기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음악회는 절정에 도달하여 5곡 'Summer Time(작곡 조지 거슈윈)'에서 합창의 화음과 영상의 야자수로 다시금 편안함을 주었다. 합창앙상블 사이에서 바리톤 손지훈이 아득히 높은 B음을 내자 그것을 듣고 왠지 모르게 내 눈시울까지 시큰해졌다. 이쯤 되자 문득 드는 생각은, 작곡가 우효원은 합창곡에서 성악의 편안한 중음역대를 잘 사용해 음성이 낭비되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앙상블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귀한 합창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여름이 가는구나, 아깝도다! 하지만 잘 살았다' 이런 위로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6곡 '밤새도록 춤출 수 있다면(프레데릭 로우 작곡)'에서의 경쾌함, 7곡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름'과 8곡 '자유의 탱고'(아스트로 피아졸라 작곡)에서 고상지의 격정적인 반도네온 연주로 찬란했던 여름, 불타는 썸머(Summer)는 합창음악회의 최고조로 내달리고 있었다.

9곡 '강물(이안 스콧 작곡)'과 10곡 '날아올라(Volare, 도메니코 모두뇨 작곡)'에서는 전출연진이 다 같이 함께하며 흥겨운 노래로 화합의 장을 만들어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인 민인기가 합창단원들을 파트마다 다 일으켜 인사시키고 공연장 밖에 있을 홍보팀에게도 인사를 전하는 등 음악연주 외에 세심한 부분까지 돌보고 챙기는 모습에서 인상을 주었다.

출연진은 앙코르로 '날아올라(Volare)'를 다시 선사하며 국립합창단 단원들도 솔로 출연진들이 있는 무대 앞쪽으로 나와서 함께 춤추고, 무대에는 불꽃놀이로 축포를 터뜨리는 모습의 영상이 보이면서 그야말로 국립합창단 여름합창축제 'Summer Paradiso'는 우리모두의 흥겨운 잔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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