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6 08:39최종 업데이트 24.07.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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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보도합니다.[편집자말]
"이진숙은 절대 안돼!"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최악 부적격자! 이진숙 후보는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KBS 사장 교체와 YTN 민영화, 정권 비판 방송사에 대한 법정제재 폭탄까지. 

지난 2022년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본격화된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은 '언론 점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언론장악 시작은 방송통신위원회 접수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의 시작은 공영방송 이사 임명과 방송사 재허가 승인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 접수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한상혁 위원장이 언론장악 실행을 위한 1순위 제거 대상자로 지목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한달 뒤인 2022년 6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한 것이고 자리욕심 내는 것으로만 비쳐진다고 보고 있다. 당연히 물러나 주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라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한상혁 위원장을 겨냥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라고 압박했다. 말로 끝나지 않았다. 당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한상혁 위원장을 상대로 농지법 위반 의혹 제기했다.  

시민단체도 적극 호응했다. 

KBS노동조합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등 20여개 보수 성향 단체들은 2022년 7월 4일 감사원에 한상혁 방통위원장, 김의철 KBS 사장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은 7월 25일 방통위에 대한 정기감사에 착수했다. 한상혁 위원장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 시민단체들은 원팀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검찰도 2020년에 진행된 방통위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수사를 개시하면서 칼을 빼들었다. 

방통위 압수수색을 수차례 진행하면서 수사 속도전을 벌인 검찰은 지난 2023년 5월 한 위원장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개입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은 5월 30일, 검찰 기소를 이유로 한 위원장을 면직했다. 그러면서 5인 체제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여야 구도는 2(김효재, 이상인)대 1(김현)로 여권 우위가 됐다. 

여권 우위 구도가 된 방통위는 2023년 8월 김현 위원 퇴임 이후 줄곧 '대통령 추천 2인 위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4월 야권이 추천한 최민희 의원(현 민주당 의원)을 임명하지 않고, 대통령 추천 위원들만 잇따라 임명한 결과다. 그러면서 여야 위원간 합의를 통해 주요 결정 사안을 의결하는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가 아닌 독임제처럼 운영되고 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방통위가 (여권 우위 구도로) 정리되면 방통위가 임명권,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방문진과 KBS 이사회를 정리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일련의 과정에 따라서 진행된 일이라고 생각된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묵시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그 내용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원장 면직 후 KBS-MBC 공영방송 이사들 해임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최승호 전 사장이 각각 증인,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유성호
 
여권 우위 방통위는 곧바로 KBS와 MBC에 칼을 겨눴다. 방통위는 지난 2023년 7월 13일 윤석년 KBS 이사, 2023년 8월 14일 남영진 KBS 이사장을 각각 해임했다. 2023년 8월 21일에는 권태선 방송문회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2023년 9월 18일 김기중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해임했다. 모두 야권 성향 이사들이었다. 

KBS 이사회 빈자리는 여권 성향 이사 2명으로 신속하게 채워졌고, 이에 따라 KBS 이사회 여야 구도는 4대 7에서 6대 5로 바뀐다. KBS 이사회는 여권이 추천한 서기석 이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7일 만인 2023년 8월 30일,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안 재가와 이사 임명 등을 신속히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는 법원에 낸 해임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복귀했다. 이후 김의철 KBS 사장이 해임됐고, 안형준 MBC 사장이 지금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결과물이다. 

김의철 KBS 전 사장은 공동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한상혁 위원장이 해임되고  KBS 이사진이 교체되고 제 해임안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면서 "정권 쪽에서는 과거 정연주 사장 모델대로 진행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 2008년 배임 사건으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해임됐다. 하지만 2012년까지 이어진 상고심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지난 2019년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검사의 잘못된 기소로 피해를 입은 KBS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 했다.

이같은 '야권 인사 찍어내기'는 주로 보수단체의 신고, 고발, 감사청구로부터 시작된다. 이들 단체가 KBS 사장과 방문진 이사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감사원과 검찰 등 사정기관이 신속히 움직여 야권 인사에 대한 해임(해촉) 사유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국힘-공언련, 관련 집회·감사·고소고발 등 총 45건 

보수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경우 2022년 10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같은해 11월에는 방문진에 대한 감사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2023년 5월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당시 정연주 위원장)도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같은해 8월에는 정민영 방송통신심의위원(야권 측)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했다.

공언련과 연대 활동을 벌이는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 MBC 제3노조도 2022년 6월과 7월,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검찰 고발과 국민감사를 청구했고, 2023년 7월 남영진 KBS 이사장, 9월에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각각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문제가 제기된 인물들에게 해촉, 해임을 즉각적으로 실행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카르텔 구조의 최정점에 선 인물이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공동취재팀과 인터뷰에서 "이 사람들(보수단체)이 청구한 내용에는 법률을 위반했다는 얘기도 없고 부패 행위가 있다는 얘기도 없다, 방만한 경영을 방치했다, 우리가 책임을 해태헀다, 이런 내용인데, 국민 감사 사안이 안된다"면서 "국민 감사는 2개월 동안 진행하는데, 2023년 3월부터 감사가 진행돼 1년도 넘었지만 아직 안 끝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과 공언련 등 보수언론시민단체 활동 내역공동취재팀
 
공동취재팀이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와 공언련 등 보수단체들이 방송 관련 기관과 소속 인사들을 대상으로 활동한 내역을 정리해보면 성명과 집회, 기자회견은 30건, 국민권익위원회 신고 4건, 감사원 감사청구 4건, 검경 고소고발이 7건 등으로 모두 45건에 달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전체 과정을 되짚어보면 보수적 언론 단체에서 감사 청구를 하고 고소고발 진정 등을 하면 권력기관이 바로 거기에 응해서 수사에 착수하거나 감사에 착수하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며 "결국은 이런 우파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공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MBC 민영화? 

MBC 출신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각각 공언련발기인, 고문으로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MBC를 비롯한 방송사들의 민영화를 언급한다는 점이다.

김장겸 의원은 지난 15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저는 1공영 다민영 체제 주장자입니다. 그러니까 1공영 그러니까 KBS도 채널 하나만 두고"라면서 KBS를 제외한 방송사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진숙 후보자도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 이런 의견을 제시를 하는데 윤 후보께서는 입장이 어떠신지"라고 묻기도 했다. 

정권 주요 인사들이 추진하는 '방송사 민영화'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YTN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월 민영화가 된 YTN은 신임 사장이 취임한 지 3일만에 '쥴리 의혹 보도' 등 정권 비판 보도에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진숙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의 최우선 과제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꼽았다. 그는 인사청문회 첫날 기자들 앞에서 "조만간 MBC, KBS, EBS 등 공영방송사의 이사 임기가 끝난다. 이사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고 했고, 인사청문회 서면에도 같은 답변을 담았다. 

YTN 민영화는 이동관 전 위원장이 시작해, 지난 2월 김홍일 위원장이 2인 체제 의결을 밀어붙였다. 김홍일 위원장은 이와 동시에 공영방송 이사선임계획안도 기습 의결하고 자진사퇴했다. 그 후임으로 오게 될 이진숙 후보자는 공영방송 이사 교체를 통해, MBC 사장 해임 등의 일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점령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다.

공언련은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보도 관련 성명을 내고 "공언련과 인연을 맺었거나 맺고 있는 소속 회원과 연대 단체에 대해 공언련을 매개로 정부와 연결된 듯한 의혹을 제기했다"며 "공언련 소속 회원이나 연대 단체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좌우 정권에 상관없이 언론의 정치적 독립"이라고 반박했다.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①] "언론 입틀막 완성하라"... 이진숙의 'MBC 장악' 배후는 https://omn.kr/29f91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②] 어뷰징 매체에 여론전 의뢰... 그 핵심에 등장한 이진숙 https://omn.kr/29hys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③] 이진숙 'MBC 노조 비방' 여론전, 어뷰징 매체와 2억 5천 계약 https://omn.kr/29k04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 (시사IN)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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